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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유명했던 극장들, 1.단성사 2.스카라극장 3.국도극장 4.명보극장
  서울의 유명했던 극장들, 1.단성사 2.스카라극장 3.국도극장 4.명보극장
ⓒ 아이-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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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단성사,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명보극장은 명성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극장이었다. 단성사는 1907년에 2층 목조건물로 지어졌다. 1919년 한국인이 제작한 첫 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됐고 1926년에는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상영된 한국의 대표적인 극장이었다. 하지만 2008년에 경영난으로 부도 처리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카라극장은 1935년 약초극장으로 시작해 1962년에 스카라극장이 됐다. 극장 건물이 매우 근사했는데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할 기미가 보이자 극장주는 서둘러 극장을 허물고 빌딩을 지었다.

국도극장은 1913년 황금관으로 시작해 여러 번 극장명이 바뀌었다가 1946년 국도극장이 됐다. 스카라극장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피해 극장주는 1999년에 극장을 철거해버렸고 국도호텔을 지었다.

명보극장은 1957년에 개관했다.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했고 관객석이 1층에서 4층까지 독립된 구조로 총 1500석 규모를 자랑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명보아트홀로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인천에도 단성사,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명보극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이 있을까. 비록 삼류극장이었지만 말이다.

단성사
 
인천 단성사가 있었던 건물의 현재 모습
 인천 단성사가 있었던 건물의 현재 모습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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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을 보면 중앙에 단성사 포스터가 보인다. 단성사는 1988년 남구(현 미추홀구) 주안6동 1000-78에 개관했다.​

단성사는 개관 후 한동안은 중간 사이즈 영화를 틀던 극장이었는데 나중에는 단성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삼류 '에로영화'를 돌리는 동시상영관으로 전락했다. 이 건물 4층에 있었다.​

국도극장​
 
영화 <열혈남아> 포스터
 영화 <열혈남아>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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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극장은 1986년 남구(현 미추홀구) 주안6동 1005-1에 개관했다. 석바위사거리 시장 맞은편에 있었는데 국도극장도 동시상영관이었다. 한편은 꼭 에로영화를 틀었다.​

필자가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함께 국도극장에 갔었는데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 <열혈남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왕가위가 누군지도 몰랐고 유덕화, 장만옥은 아직 유명하지 않을 때였다.

<열혈남아>는 놀라운 편집기법을 선보였는데, 바로 스텝 프린팅이라는 것이었다. 스텝 프린팅은 왕가위 감독이 즐겨 사용한 기법이었다. 영화는 1초에 24프레임이 찍힌다. 스텝 프린팅이라는 것은 1초당 24프레임으로 찍힌 필름에서 프레임 수를 16프레임, 8프레임 등으로 줄인 다음, 그 줄인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복사해 24프레임으로 늘리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동작이 반복됨으로써 툭툭 끊기는 느낌을 일부러 주는 것이다. 그날 우리 친구들은 <열혈남아>만 보고 에로영화는 보지 않았다. 그리고 국도극장 근처에서 술을 마시며 집에 갈 때까지 그 영화 얘기만 했었다.

2004년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상영관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첫 상영작이 카트린 브레이야 감독의 <로망스>로 전국 15개 제한상영관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인천에서는 국도극장과 명보극장이 제한상영관이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2002년 영화진흥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지만 2004년까지 이들 영화를 상영할 제한상영관은 한 곳도 없었다. 그 후 제한상영관은 어떻게 됐을까. 처음에는 관객들이 호기심에 찾기도 했는데 상영할 수 있었던 영화가 <로망스>를 포함하여 몇 편뿐이었고 포스터 홍보조차 허용되지 않아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1993년에 뉴국도로 변경했다가 2004년경 폐관했다.

명보극장
 
사진 가운데 피자헛 건물이 인천 명보극장이었다.
 사진 가운데 피자헛 건물이 인천 명보극장이었다.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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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보극장은 1984년 주안역 옆 주안1동 130-9 3층에 개관했다. 국도극장과 마찬가지로 제한상영관을 했었다. 1995년에 폐관했다.​

스카라극장​​
 
옛 인천 스카라극장 자리로 추정되는 곳
 옛 인천 스카라극장 자리로 추정되는 곳
ⓒ 윤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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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라극장은 1986년에 남구(현 미추홀구) 숭의동 238에 개관했다. 사장 중 한 명이 이금자였는데 그녀는 특이하게도 스카라극장과 뉴국도극장, 단성사를 동시에 운영했었다. 스카라극장은 1994년에 폐관했다.

인천의 단성사와 국도극장, 스카라극장, 명보극장은 비록 서울의 메이저 극장과 이름만 같은 짝퉁, 삼류극장이었지만 필자뿐만 아니라 누군가에는 자신만의 영화를 발견할 수 있었던 일류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글·사진 윤기형 영화감독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태그:#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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