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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기계실 전경
 다양한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기계실 전경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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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들을 둔 아빠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아빠는 수 억 원에 달하는 비싼 자동차를 아들에게 건네며 잘 관리해서 타고 다니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합법적인 운전 나이는 차치하고라도 성인도 어려워하는 자동차 관리를 초등학교 학생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란 어렵다. 결국 그 자동차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은 값비싼 소방시설이 방치된 현장에서 소방검열관의 마음을 표현해 주기에 충분하다.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소방시설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각각의 시설마다 점검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 기능을 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다양한 소방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신축공사 현장
 다양한 소방시설이 설치되고 있는 신축공사 현장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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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의 설계를 거쳐 완성된 건물에는 다양한 소방시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소화전, 소방펌프, 비상구, 방화문, 방화셔터, 유도등, 완강기, 주방용 소화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스프링클러를 포함한 각종 소화설비, 열.연기 감지기, 일산화탄소 감지기, 방화댐퍼, 제연설비 등 그 숫자를 헤어리기 어렵다. 

설치된 소방시설의 작동기능점검까지 마치고 완공검사를 통과하면 해당 건물은 사용자에게 넘어간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의 경우 건물이 완공되면 그날로부터 1년이라는 하자보수 기간이 설정되는데 이 기간 내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공을 한 업체가 하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만약 사용자의 현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면 예외다.  
 
완공검사를 위해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완공검사를 위해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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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추운 겨울 사용자가 비행기 격납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동파되었다든지, 사용해서는 안 되는 고열 발생 장비 때문에 불꽃감지기가 작동하면서 폼 소화약제가 방출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비록 하자보수 기간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도 시공업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래서 건물이 완공된 이후부터가 매우 중요하다. 건물을 인수받은 사용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공검사를 마친 건물 내부
 완공검사를 마친 건물 내부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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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의 경우 완공검사가 끝나면 시공업체가 해당 건물 관계자 또는 시설 관리자를 대상으로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한 작동 및 관리상 유의점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Operation and Maintenance Training'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촘촘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는 발생한다.    

하자보수 기간이 지나면 모든 책임은 건물 사용자와 시설을 관리하는 부서에게로 넘어간다. 미 공군에서는 미 국방부 소방시설 유지보수 기준인 'Unified Facilities Criteria 3-601-02'에 따라 화재경보 및 수계 소화설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점검 및 유지보수를 진행한다. 기준을 보면 각 시설별 점검주기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20년까지 세분화되어 정해져 있다.  
 
미 국방부 소방시설 점검 및 유지보수 기준인 'Unified Facilities Criteria 3-601-02' (2021 Edition)
 미 국방부 소방시설 점검 및 유지보수 기준인 "Unified Facilities Criteria 3-601-02" (2021 Edition)
ⓒ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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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유지보수는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전문성을 가진 업체나 사람이 관리하지 않는다면 앞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이 비싼 자동차를 초등학교 학생에게 주면서 잘 관리해서 타고 다니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소방시설 점검업체나 소방시설관리사 등 전문가를 채용해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건물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그 점검이 과연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건물주가 직접 실시하는 소위 '셀프 점검'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고장 난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방치되어 있다.
 고장 난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방치되어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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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은 상시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치된 소방시설로 인해 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포괄적인 책임을 가진 기업 경영자, 사업주, 법인, 공무원 등이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형법이 실무자 중심으로 처벌을 했다면 이번에 시행되는 약칭 '중대재해 처벌법'은 보건안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최종 책임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소방시설을 방치했다가는 망할 수도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왜 비싼 자동차를 아무에게나 맡겨서는 안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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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검열관. 중앙소방학교, 서울소방학교 등 외래교수. 소방칼럼니스트: 경향신문 <이건의 소방이야기>, 세이프타임즈 <이건의 이슈분석>, 오마이뉴스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서: <주한미군 취업가이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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