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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5개월 만에 1500만 원을 마련하라고 한다면? 그 누군가가 당신의 집주인이고, 어려울 경우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송파의 어느 공공주택단지 입주민들에게 일어난 일이다.

송파, 성남, 하남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는 수도권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2000년대 중반 기획됐다. 전체 4만여 세대 중 약 40%가 공공주택이다. 이중 위례포레샤인 23단지는 2200세대 중 1000여 세대가 서울주택공사(SH공사)에서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이다.    

장기전세주택이란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공공에서 공급하여 전세보증금이 주변 시세 대비 80% 이내로 설정돼 있는 주택이다. 2년마다 재계약을 통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어 '장기'전세라고 불린다. 일정 소득수준 이하가 돼야 입주할 수 있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일반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대안으로 꼽힌다.

코시국에 최대 인상?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보증금 동결을 요구하며 단지내 붙인 현수막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보증금 동결을 요구하며 단지내 붙인 현수막
ⓒ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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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은 2017년 첫 입주 당시 3억 원 내외의 전세금을 내고 들어왔다. 첫 재계약은 지난 2019년 이뤄졌는데, SH공사는 전세보증금을 기존대비 2% 인상했다. 문제는 올해 두 번째 재계약을 앞두고 터졌다. 

올해 8월 초, SH공사는 내년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법정 최대치인 5%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가구당 3억 원 내외인 전세보증금에 비춰 보아 5%는 15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난번 재계약과 비슷한 수준의 인상이나 동결을 예상했는데, 당황스럽고 막막했다고 한다.
 
베란다에 붙일 현수막을 가구별로 나누는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
 베란다에 붙일 현수막을 가구별로 나누는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
ⓒ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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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을 하다 실업하거나, 직업을 잃은 사람들도 있고, 평생 옥탑방에 살다가 80% 대출받아 들어온 주민도 있었다. SH공사의 방침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보증금을 2년간 동결한 토지공사(LH)와 부산도시공사, 인상률을 2~3% 정도로 조정한 경기주택도시공사와는 대조적이다.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돌아온 SH의 답변은 '인상을 해도 주변 시세보다 싸다'는 말뿐이었다고. 이에 입주민들은 대책위원회(위례포례샤인 23단지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서명운동, 시의원과의 면담, 기자회견, 베란다 현수막 부착 등의 단체행동을 하며 언론에 알리고, SH를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10월에는 오세훈 시장과 면담까지 했다.

결국 1년 유예, 서울 전체 장기전세주택에도 혜택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
ⓒ 박지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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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의 결과, 결국 SH공사는 보증금 인상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인상률 자체가 조정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더 생겼고, 추가 대출을 통해 내야 할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이는 위례 23단지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 장기전세주택 2만7530 세대에도 해당됐다고 한다.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의 집값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이자 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인 박지선씨는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을 시세와 연동해서 인상하는 방침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임대주택인데 시장 기준에 맞춰서 금액을 책정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SH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해 장기전세 임대주택의 보증금을 시세보다는 소득과 연계하는 등 실제 입주민들의 현황을 고려하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논의중이라고 한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중인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이자 진보당 당원 박지선님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중인 위례포레샤인 23단지 입주민이자 진보당 당원 박지선님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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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마다 앞다퉈 주거 공약을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30대 이상 기혼 가구에 초점을 둔 주거정책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최저 주거기준 강화를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리의 관점에서 주거 문제를 다뤄줬으면 한다.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임대주택 보증금을 시세를 반영해서 올리든 말든, 서울의 2030 1인 가구가 월급의 1/4을 주거비로 쓰든 말든, 몸만 겨우 누이는 고시원에서 10여만 명이 살아가든 말든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적정 가격의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 자가 보유율이 90%가 넘고 인구의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싱가포르만큼은 아니더라도, 살 집을 마련하는 데 들이는 개인과 사회적 비용이 지금보다는 좀 더 줄어들기를 바라본다.

* [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연재를 마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응원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환경과 성평등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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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송파에서 환경과 성평등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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