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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정말 열심히 살아온 모니카에게 선물을 주노라!"

아마도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야, 라며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부캐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하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가수 이문세의 노래 중 '행복한 사람'을 흥얼거렸다.

올해도 글을 쓰는 나의 모토에는 반드시 기억하는 게 하나 있었다. 이왕이면 글을 쓰면서 돈도 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면서 최소 잉걸 단계(2000원)에서 최고 오름 단계에 이르기까지 원고료를 모았다. 또 각종 공모전에 도전해서 글쓰기만으로 받은 돈을 모으는 '글쓰기용 저축 통장'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작가의 명함'이라는 글쓰기 팀의 요청으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는 법'이란 주제로 줌 강연을 하면서 글쓰면서 돈을 버는 법도 생각해보시라고 권고했다. 반드시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이 걸린 글쓰기 공모전이라는 '꿈'에만 쫒아가지 말고 아주 가볍고 쉬운 글, 자기의 사는이야기부터 써보자고 추천했다. 가랑비에 속옷이 젖듯이 저축이 되는 글을 써보자라고 했다.

내가 사는 군산은 '근대문화역사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군산시 관광홍보과에서는 시의 정책으로 여행에 관한 공모전을 했었다. 군산을 방문하는 내외지 사람들에게 군산의 관광명소를 다녀본 후 수기를 써서 공모하면 최소 5만 원부터 10만 원까지의 다양한 상금을 주겠다는 거였다. 

군산에 살면서도 제대로 지역을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지역여행을 하면서 지역의 문화역사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글을 써서 상금도 받고 싶었다. 공모 4건을 모두 통과해서 상금도 모으고 글도 저축했다.

약 보름전 쯤, 군산시에서는 또 다른 공모가 있었다. '포토투어에세이' 공모전이었다. 군산의 다양한 관광코스를 소개하고 글과 사진을 올리는 정책이었다. 관광코스를 살펴보니 내가 평소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가 있었는데, 나의 고교시절의 추억이 깃든 골목길 위에 있는 산 말랭이지역이었다. 이곳을 관광지로 홍보하고 싶은 시의 입장을 반영하기도 하고, 나의 옛날 이야기도 쓰고 싶어서 공모에 참여했다.
 
월명산 말랭이 마을이 문화예술인의 거점지로 바꿔집니다
▲ 군산말랭이마을 월명산 말랭이 마을이 문화예술인의 거점지로 바꿔집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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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잡는 아버지, 생선장사 엄마, 그물을 꿰매시던 외할아버지, 요리의 달인 외할머니의 냄새가 나를 달달 따라다녔다. 사람의 일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늦 중년인 내가 딸과 함께 어린시절 나의 동네를 찾다니. 골목길 끝을 바라보니 추운 겨울 손발 동동거리며 공동화장실 판자문에 기대어 있었던 동네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중얼거리는 내 소리에 딸이 물었다. '오늘은 엄마 고등학교 쪽으로 여행 가볼까'. 동쪽 바닷가 끝자락 경포천에서 월명산 서쪽에 있는 학교까지, 한 시간이 넘는 통학거리가 누구에게나 일상이었던 시절. 빠른 속도로만 살아본 지금 세대는 꿈도 꾸지 못할 먼 거리였다. 어느새 여고생의 내가 되살아나서 추억의 통학 길을 걸었다.

경포천, 중동골목길, 째보선창, 근대역사박물관을 거쳐 영화동 신흥동으로 들어가니 일제강점기를 엿볼 수 있는 시공간이 나왔다. 천혜의 자연 월명산 품 속에 앉아있는 학교 정원에서 딸은 사십여 년 전의 내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군산시의 도시재생계획으로 산말랭이마을의 집들이 재건되고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졌다
▲ 말랭이마을벽화 군산시의 도시재생계획으로 산말랭이마을의 집들이 재건되고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졌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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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너 말랭이마을(순 우리말로 산봉우리)의 표지판을 보며 마을의 위를 보았다. 부산감천마을처럼 벽화 몇 점이 보였다. 달빛 산 아래 이리저리 어깨를 치며 나란히 앉아있는 집들. 근대부터 이어진 수많은 시간들,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말랭이마을에는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품(공간)을 내어주는 마을사업을 하고 있단다. '저 품 한 자락에 작은 동네책방 하나 펼치면 어떨까?' 딸은 무조건 '오케이'.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가 생각났다.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중략)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다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학원이 방학인데도 고등학생을 만나는 나의 수업은 오늘도 계속되었다. '띵동' 문자 알림이 울렸다.

군산시 관광진흥과입니다. 안녕하세요. 귀하께서는 군산관광 포토투어 에세이 공모전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오마이 갓! 이거 뭐야. 최우수작?? 시청공고문에 들어가니 당선작들의 이름이 보였다. 상금이 무려 100만 원. 공모를 내면서 최소 입선 10만 원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지인들에게 동네방네 소문을냈다. 자화자찬도 했다.

"제가 올해도 열심히 잘 살았다고 하느님이 연말선물 주셨네요. 역시 무모하게 도전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떨어져도 제 글은 남으니까요. 축하의 말씀에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추진력 갑'이라고. 나의 복심이 따로 있다.

'나는 하루살이 인생입니다. 오늘 하루만 살지요. 그러니 최선을 다하며 사는 수 밖에요. 내일 다시 눈이 떠서 사는 인생은 덤입니다. 덤은 언제나 나누어야 되지요. 제 몫이 아니니까요.'

받은 상금의 절반을 바로 기부했다. 혹여나 내 맘이 변할까봐. 나머지 절반의 상금은 새해 지인들을 만나 두루두루 맛난 거 먹어야겠다. 그리고 강추해야겠다.
 
"우리 무조건 도전해봐요. Who Knows! When will the goddess of luck hold my hands?(누가 알겠어요! 행운의 여신이 내 손을 잡아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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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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