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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호미곶을 붉게 밝히며 떠오르는 일출.
 포항 구룡포 호미곶을 붉게 밝히며 떠오르는 일출.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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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이죠. 2년 만에 열린 포항불빛축제 때만 해도 정말 좋았어요. 지긋지긋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드디어 끝나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는 줄 알고 기뻐했죠. 오랜만에 가게 안에 가득 찬 손님들을 보며 힘든 줄도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잠깐 꾼 백일몽이었던 모양입니다. 2022년 해맞이 행사가 취소됐다니 또 텅 빈 테이블을 보며 걱정 속에 새해를 맞을 것 같네요."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참치횟집을 운영하는 A(50)씨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같은 장소에서 10년 넘게 가게를 해온 그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그렇듯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며 2명의 딸을 키웠다.

20대 초반인 1992년부터 여러 가게에서 생선 다듬는 칼을 잡아온 A씨에게 최근 2년처럼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고 한다.

"요즘 같아선 학비가 비교적 저렴한 국립대학에 들어가준 둘째 딸에게 큰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웃었지만, 그 웃음엔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 몇몇 도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맞이 명소'다. 해마다 수만, 수십 만 명의 관광객과 주민들이 붉게 태동하며 떠오르는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며 꿈과 희망을 빌었다.

그런데, 2022년 해맞이 풍경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 같다.

해맞이 행사 줄줄이 취소... "영상으로 봐주세요" 

포항시를 중심으로 위아래 '일출 핫 스폿(Hot spot)'이라 할 수 있는 도시 대부분이 "올해는 우리 지역에 오지 마시고, 집에서 영상으로 해돋이를 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온 건 알다시피 새로운 변종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더욱 심화된 코로나19 후폭풍 탓. 다수가 좁은 공간에 모였다간 '집단 감염'이란 악재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항은 해맞이 행사는 물론, 해넘이 행사도 차단한다. 새해 일출 명소와 가는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털어낼 일몰 명소를 오가는 차량을 통제할 방침.

유명세를 탔던 '구룡포 호미곶 해맞이축전'은 취소됐고, 새해 첫날엔 구룡포 아라광장 진입로도 막는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엔 오는 1월 1일 오전 4시부터 4시간 동안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다. 가능하면 무리를 이뤄 해변으로 오지 말라는 완곡한 뜻을 전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해안 해맞이 명소가 폐쇄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해안 해맞이 명소가 폐쇄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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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도 전설이 살아 숨 쉬는 해돋이 명소 문무왕릉 해변 일원을 봉쇄한다. 떠오르는 해를 직접 보지 말고, 유튜브 생중계로 보라고 권유하고 나선 것이다. 천년고찰 불국사와 토함산으로 오르는 도로도 통제한다.

'대게의 고장' 영덕군도 짙푸른 사파이어빛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삼사해상공원에서의 해맞이 행사를 2022년엔 진행하지 않는다.

울진군도 해맞이의 벅찬 감동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하다며 저울추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망양정 해맞이공원에서의 일출 행사를 하지 않고, 주변 주차장과 도로도 임시 폐쇄한다는 전언.

한국에서 뜨는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장소로 알려진 울릉도 저동 방파제에도 1월 1일엔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제지하는 경찰이 배치된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울릉군의 고육지책이다.

이래저래 2022년 임인년(壬寅年) 첫 일출은 방송과 인터넷 영상을 통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출 명소에서 해돋이를 보지 못하더라도

이런 형국이니 새해 일출 행사를 오래 기다려온 사람들은 아쉬움이 크다.

"장사가 안 되는 건 이미 오래됐으니 그렇다 치고, 아이들 셋과 뜨는 해를 바라보며 모두의 건강을 비는 것까지 할 수 없게 됐으니, 세상이 왜 이런가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소망을 빌면 그게 이뤄진다는데... 몇 해째 방 안에서 새해 아침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화가 날 지경이에요."

포항 구룡포에서 과메기와 대게를 판매하는 B(49)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상 무엇보다 원망스러운 것 같았다.

아끼며 애틋하게 사랑해온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새해 해돋이를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 첫 일출을 보며 옆에 선 연인과 지금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청춘남녀의 바람은 예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삶에서 비극적인 변수란 언제나 생길 수 있는 법. 2022년의 첫 해돋이는 사람들이 몰릴 멋진 해변이나 높은 산 정상에서 보지 않는 게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좋을 듯하다.

이런 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일까?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니지만, 시인 조태일(1941~1999)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시집 <산 속에서 꽃 속에서>의 저자 서문을 통해서다.
 
나는 시간을 잊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 있으면 무슨 무슨 세기는 가고 무슨 무슨 세기가 닥친다는 소문을 들었다. 과연 시간이라는 것이, 시대라는 것이, 세기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시간은 순간순간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닌가.

조 시인은 20세기 끝 무렵 하늘로 떠났다. 그가 타계한 1999년은 새롭게 시작될 21세기에 대한 꿈과 희망, 우려와 고민이 교차했던 시절.

하지만, 조 시인은 단호했다. '시간은 순간순간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그는 알았던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시간 속에선 영원히 지속되는 기쁨도 없고, 끝나지 않는 고통도 없다는 진실을.

그러니, 2022년엔 불가능한 동해안에서의 일출 보기가 2023년에도 그러할 것이라 미리 예단해 애달파하고 실망할 건 없지 않을까.
 
사람들이 몰려든 ‘코로나19 사태’ 이전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의 새해 해돋이 행사장.
 사람들이 몰려든 ‘코로나19 사태’ 이전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의 새해 해돋이 행사장.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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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볼 해돋이를 꿈꾸며

나이 지긋한 철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삶이 긴 것 같지만,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면 소년에서 노인이 돼 있는 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이라고.

인지 능력을 가지고 진리를 탐구하며, 공존의식과 연민을 가진 지구 위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그러한 가치 추구와는 별개로 짧다.

여름을 초록으로 빛나게 해주던 잎새가 떨어진 회색빛 겨울 거리. 누가 부른 게 아닌데도 '왔다'가, 누구인지 모를 존재가 '데려가는' 마지막 잎새를 보며 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인식하는 우리들.

그러나, 세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은유나 상징처럼 또 하나의 '등불'로 다시 켜지는 게 아닐까? 태초부터 해마다 새로운 날엔 새로운 해가 뜨듯이.

2022년 첫 일출을 바닷가 혹은, 산정(山頂)에서 보지 못한다고 해가 뜨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희망과 꿈을 상징하는 더 크고 환한 해는 우리들 가슴마다에 환하게 떠오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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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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