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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이후 열린 2부, 이야기로 삶을 잇다
 시상식 이후 열린 2부, 이야기로 삶을 잇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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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시상식이 2021년 12월 23일 대방동 스페이스 살림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수상자들이 벌써 오셔서 리허설을 보고 계셨기 때문이다. 순간 깨달았다. 새벽에 출근하시는 분들이라 오늘 업무가 일찍 끝나셨겠구나! 시상식 주인공답게 조금 늦게 오셔도 될 텐데 가장 먼저 일터를 지키시는 분들 답게 행사장에도 가장 먼저 와계셨다. 제8회 올해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의 주인공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엘지빌딩분회 조합원들이였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집단해고에 맞서 2020년 12월 16일 전면파업을 벌였고, 투쟁 136일인 2021년 4월 30일 고용을 보장받았다. 고령의 여성,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최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 관리자 갑질 등 이중, 삼중의 억압과 착취를 이겨내고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투쟁한 성과였다. 

대기업인 LG를 상대로 굽히지 않고 싸웠기에 전국적인 지지를 얻어 낼 수 있었고 승리할 수 있었다. 노조 탈퇴 조건으로 1년치 연봉보다 많은 2000만 원 금품 회유, 매일같이 전송되는 처벌 협박 메시지, 거대 로펌을 통한 고소고발, 보안업체 인력 투입 등 노조파괴 공작을 이겨내고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지켜낸 값진 승리였다.

행사가 시작되면서 136일 간의 투쟁 영상이 나오자 행사장은 숙연해졌다. 조합원들은 2020년 엄동설한에 시작된 파업을 숨죽이며 되뇌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설치한 100개의 텐트가 경비용역에 의해 찢겨나가는 순간, 남은 텐트에 물을 뿌려 아연실색했던 순간, LG 구광모 회장 자택을 향한 소복 차림의 자신들을 떠올리는 듯 했다.

"처음에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크고 좋은 건물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고 내 손으로 청소한 건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것도 자랑스러웠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관리자의 갑질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배정하고 남은 시간을 모아 토요일 근무로 돌렸다. 휴게공간 없이 숨어서 끼니를 떼워야 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일하라는 압박을 했다. 작업복을 입고 1층 로비쪽으로는 올라가지도 못하게 했다. 회장실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두세시간씩 일찍 나와야 했는데 혹시라도 급하게 회의가 잡히면 화물칸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실도 못가고 갇혀있었다. 그렇게 보이면 안되는 유령 같은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행사의 제목이 '그림자 노동은 없다' 였구나!
  
136일간 지속된 투쟁... 한마음이 된 노동자들

그랬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노동은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당연한 듯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노동이었다. 관리자가 온갖 갑질을 해도, 말도 안되는 임금을 주어도, 턱없이 업무량을 요구해도 열악한 휴게실 누구도 권리를 보장해줄 수 없는 노동이었다. 나이든 여성노동자들의 자리는 늘 그렇게 차별받는 위치여야 했다.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불안정해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고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반찬값 노동으로 취급되며,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지만 쉬운 노동으로 평가절하되어 왔다.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이러한 중고령 여성노동자의 노동 현실을 사회에 알려내고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김경숙 상을 수상하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엘지빌딩분회
 김경숙 상을 수상하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엘지빌딩분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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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당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덜컥 겁도 났지만, 조합을 만들어야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노조에 대해 공부하고 동료를 설득하고 가입서를 돌리고 평소에는 만나지 못했던 저녁조원들도 만났다.

이렇게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트윈타워 건물의 관리를 책임지는 LG의 자회사 에스앤아이는 청소용역 계약을 맺었던 지수아이앤씨(지수)와 계약을 해지했다. 고객사, 즉 LG가 불만족을 표했기에 지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지만,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지난 2019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엄동설한에 시작하여 136일간 지속했던 투쟁 속에 노동자들은 한마음이 되었다. 음식반입조차 안 되는 상황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견뎌냈다. 이 과정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자존감을 되찾았다. 처음 일하기 시작할 때는 간직했으나 비인간적 노동의 과정 속에 잃어갔던 노동에 대한 소중한 자부심을 다시 갖게 되었다. 여성노동자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단단히 서고, 노동조합 상근간부, 시민사회여성단체, 종교계, 청년, 개별 시민 등 많은 이들이 단단하게 둘러싸고 투쟁 대오를 형성하였다. 

고립되지 않고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로 투쟁의 모범을 만들었다. 혼자만의 승리가 아닌 모두의 승리로 확장하여 승화하였다. 이 힘은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인시켰다. 용역계약 해지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노동자들을 손쉽게 해고하던 관행이 잘못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우리 곁에는 김경숙이 있다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나의 인격과 권리를 찾기 위해 단결된 대오로 노동운동을 할 것을 호소했던 김경숙 열사의 정신과 일맥상통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 직전인 1971년 겨울, 서울로 올라와 가발공장에서 일을 하던, 가족을 위해 그저 희생하며 이름없는 '그림자 노동'을 하던 여공 김경숙은 자본가의 비열함에 눈을 뜨고 노동자로의 권리,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섰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동료들과 함께하고 미래를 꿈꿨다. 

마침내 사장이 도망가고 빈 껍데기만 남은 공장을 지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처절한 상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신민당사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의 갑질, 부당해고에 맞서 텐트를 치고, 경비용역에 맞서 투쟁하던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들과 오버랩 된다.

대표로 수상한 유제순 분회장은 끝까지 함께해준 조합원들과 공공운수노조, 시민사회, 여성단체, 청년학생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말 고맙죠. 그들이 없었으면 승리는 없었을거에요. 그리고 이제 저희도 돕고 연대하고 싶어요. 후배들은 노동의 댓가를 떳떳하게 받고 청소부가 아닌 하루하루 귀중한 일을 하는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할거에요."

시상식에 참여한 25명 조합원들에게 전국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이 연대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함께 기뻐해준 분 중에는 이훈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활동가가 있었다. 대학 총학생회장으로서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자 학내에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이훈 활동가는 이러한 의견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었다. 청소노동자의 일은 나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다. 우리의 부모, 이웃일 수 있고 또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숙의 죽음이 부마항쟁, 10.26 독재정권의 몰락, 광주민주화항쟁, 6.10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지금의 민주사회를 만들었듯이,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의 투쟁이 그림자 노동이었던 돌봄노동을 우리 사회의 보편노동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평등의전화 새내기 상담원인 나는 한달에 두세번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관리자의 갑질, 무리한 요구, 직장내 성희롱 등등 너무나 억울한 일이 많다. 사내절차, 행정기관 민원 등 절차를 고민하면서 중년의 여성노동자인 내담자가 잘 처리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이제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당당히 이야기 하며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우리 곁에는 '김경숙의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제 8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 상 시상식 <그림자 노동은 없-다> 포스터
 제 8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 상 시상식 <그림자 노동은 없-다> 포스터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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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오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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