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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원사들의 안부확인과 자원연계 서비스 (기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생활지원사들의 안부확인과 자원연계 서비스 (기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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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일이다. 전화를 받은 사회복지사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잠시 후 생활지원사가 방문한 댁 어르신이 화장실에서 미동이 없는 째 쓰러져 계심을 보고 받았다. 바로 119에 신고를 하라고 말하고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달려갔다.

119가 출동했다. 어르신은 사망했다. 생활지원사는 "어제 점심쯤에 통화할 때만해도 내일 아침에 병원을 가신다고 했어요. 아침에 연락이 안돼서 동치미를 가져다 드리려고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어요"라고 말하며 황망한 표정이었다.  

119 대원은 생활지원사에게 어르신과의 관계, 소속, 어르신의 평소 건강상태 등을 물었다. 그녀는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말했다. 낡은 아파트의 긴 복도에서 경찰을 기다렸다. 잠시 후 형사가 왔다. 형사는 119 대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119 대원은 인계를 마치고 돌아갔다.  

형사는 생활지원사에게 소속, 관계, 어르신의 건강상태와 가족관계 등을 물었다. 생활지원사는 다시 설명했다. 혈압 약 드시는 거 말고는 크게 아픈 곳은 없었던 어르신이 최근 신장이 좋지 않아 지난주부터는 소변줄을 끼고 생활했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어르신께 병원에 입원하라고 설득했지만 한사코 거절을 하셨다고 했다.  형사는 '선생님이 최초 목격자라 가족이 동의를 하면 바로 장례절차로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나는 "행정적인 절차이니 선생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안심시켰다. 생활지원사가 말했다.

"사람이 육감이라는게 있나봐요. 지난주 어르신께서 장갑을 선물했어요. '어르신 왜 주시는거예요?'라고 물었는데 '우리 선생, 고마워서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날 그녀는 차안에서 장갑을 한참 보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눈가의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신경이 너무 쓰여 어르신 방문을 일주일에 한 번인데 매일 확인했다고 했다. 생활지원사의 열심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어르신들에게 마음을 쏟았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잠시 후 경찰의 연락을 받고 어르신의 아드님이 왔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과학수사대도 왔다. 과학수사대와 아드님이 어르신의 사망 상태를 확인했다. 아드님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자연사로 종결이 되었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생활지원사와 복지관 직원들은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생활지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행히도 어르신의 안전을 빨리 확인해서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다행이고 어르신도 고맙게 생각할거예요."

누구보다 놀라고 당황했을 생활지원사, 잔상이 오래 남을 텐데 어르신을 마음속에서 잘 보내길.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똑똑 '어르신 저왔어요' 가족을 대신해 독거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서울복지재단이 주최한 2021년 서울시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혼자 살고 집에서 사망한 후 3일 이후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 확실'로, '혼자 살고 집에서 사망 후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 위험'으로 분류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관에는 52명의 생활지원사가 약 830명의 독거 어르신의 안전을 확인하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귀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계약직이 아니라 귀한 대접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홀로 쓸쓸히 계시다 죽음을 맞이 하는 어르신이 없어지길, 아니 고독사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사회적돌봄, #사회복지관,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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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의 약함을 채우며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복지사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과 사회복지 활동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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