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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사유하고 판단하기 힘든 시대로 보여 진다. 왜냐하면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으며, 탈진실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사유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하여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사유란 무엇이며, 이는 어떠한 요소들로 구성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렌트는 사유를 "하나 안의 둘(two-in-one)"이라고 불렀던 것, 즉 '내적인 대화'라고 정의한다. 즉 사유는 나와 나 자신, 그리고 내안에 있는 수많은 타자들과의 대화를 말한다.

이러한 사유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사유는 일종의 언어 행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유는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 분주한 상태이다. 둘째, 사유가 이루어지는 순간 우리는 현상 세계를 떠나 있다. 즉 우리는 사유를 통하여 아무리 바쁘고 분주한 현실일지라도 그 현실을 떠나 있을 수 있다.

셋째, 사유는 특정한 내용과 무관하게 그리고 결과와 전혀 상관없이 검토하고 반성하는 습관이다. 넷째, 사유는 기존의 모든 것을 재검토할 수 있다. 즉 사유하는 일은 페넬로페의 천처럼 전날 밤 끝냈던 것을 매일 아침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다섯째, 사유는 판단과 연관되어 있다. 

아렌트에 따르면 취미판단은 주어진 재현들 속에서 우리의 감정을 일반적으로 소통 가능하도록 만드는 생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취미)판단에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두 가지 정신작용이 존재하는데, 첫째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외적 감각이 지각한 것을 내적 감각의 대상으로 만드는 기능으로 대상을 내가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는 어떤 것으로 변형시킨다. 이러한 상상력은 취미판단의 조건인 불편부당성을 형성한다.

둘째는 반성작용이다. 반성작용을 통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비교하기도 하고, 자신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 놓아 본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확장된 심성(enlarged mind)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확장된 심성은 사태를 전체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취미판단에 이르게 하는 이러한 반성작용에는 중요한 토대가 존재한다. 그것은 공통감각(common sense)이다. 공통감각은 모든 인간에게 속한 공통적인 감각이라는 의미와 사적 감각과 구별되는 공동체 감각(community sense)을 의미한다. 

사유에 대한 아렌트의 논의를 기반으로 우리는 사유를 잘 하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사유를 올바르게 잘 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도구주의적 사고나 유용성의 논리를 벗어나 생각할 수 있어야하며, 모든 전제와 조건을 떠나, 무로부터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을 마음으로 받아들여 재현하고 이들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에 장단점을 구별한 후, 불편부당성을 가지고 확장된 심성을 기반으로 타인의 생각의 장점들을 모아 다시 제3의 의견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슬픔을 슬픔으로, 즐거움을 즐거움으로 느끼는 건전한 감각과 여러 사람들의 입장에서 고려하는 공동체적 감각을 가져야 한다.  

올바른 사유는 사유의 자유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부단한 연습을 필요로 하는 하나의 과제이다. 사유를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증가하는 요즘에는 더욱 그러하다. 모두 바르게 사유하고 판단하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대전충남인권연대 필진 장원순 공주교대 교수의 글이며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립니다.


태그:#대전충남인권연대 , #한나 아렌트 , #사유의 자유, #진정한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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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인권연대는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세계평화의 기본임을 천명한 세계인권선언(1948.12.10)의 정신에 따라 대전충남지역의 인권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권상담과 교육,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 피해자 구제활동 등을 펼치는 인권운동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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