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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소선 여사가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수감될 당시 작성된 재소자 신분카드.
 고 이소선 여사가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수감될 당시 작성된 재소자 신분카드.
ⓒ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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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4일과 9일, 대학생 시국성토 농성과 노동자 집회에 참석해 연설한 시위 행위는 그 시기와 목적에 비출 때 1979년 12.12 사태와 1980년 5월 18일 전후로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응한 행위로 정당하다."

'노동자들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또 신군부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기소된 지 41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노동운동 탄압 사실을 범죄로 규정하고, 40여 년 전 범죄 사실로 기록됐던 이 여사의 행위는 '범죄 반대 행위'로 판시했다.

공소장에 "자극적 연설로 선동"이라던 그 구호... "최저 생활비 지급하라"
  
고 이소선 여사의 범죄 사실로 적시된 구호들.
 고 이소선 여사의 범죄 사실로 적시된 구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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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21일 이 여사에 무죄를 선고하며 당시 상황과 그의 이력을 언급했다. 홍 부장판사는 "군 지휘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은 부마항쟁 이후 활발히 전개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더 강하게 탄압하려했다"며 "피고인은 고 전태일의 모친이자 청계피복노조 설립자로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노동운동을 해왔고, 1980년 4월 노조와 함께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41년 전 이 여사를 기소한 검찰의 공소 내용과 정반대의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 검찰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이 여사가 1980년 5월 4일과 같은 달 9일 각각 고려대와 금속노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외친 구호를 두고 "자극적 연설로 선동"했다고 봤다. 그가 외친 구호는 "노동3권 보장하라"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 복직시켜라" 등이다.

"고려대 복학생의 안내로 도서관 3층에 들어가 성토 농성중인 학생 약 500여 명 앞 단상에 올라가 자신의 장남 고 전태일의 분신과 청계노조의 결성, 경찰의 탄압으로 노동 교실 폐쇄, 기업주에 혹사 착취 당하는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상, 노동3권에 대한 자극적 연설로..."

공소장 내용은 사실상 이 여사의 활동상을 요약한 내용과 다름 없었다. 앞서 같은 해 4월 점심 시간에 청계피복노조원들과 옥상에서 외친 구호도 적혀 있다.

"배고파 못살겠다, 죽기 전에 뭉치자."
"최저 생활비를 지급하라."
"평화시장 근로자도 사람이다, 인간대접 해달라."


결국 이 여사는 이같은 구호를 외치고 집회를 주도한 죄로 당시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당시 재소자 신분카드에 적힌 범죄 개요엔 "아들이 죽은 사실을 유포했다"는 죄목도 기록돼 있었다. 다만 이 여사는 고령으로 관할 사령관 재량에 의해 같은 해 12월 석방됐다.

41년 후 재심 법정에는 이 여사와 함께 청계피복노조에서 교육선전부장으로 활동했던 이숙희 전태일재단 교육위원장이 재판 시작 20여 분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스프링 노트를 꺼내 한줄한줄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위원장은 범죄 사실로 기록됐던 이 여사의 구호를 곱씹었다. 2021년 현 노동 현실에 비춰 봐도 그의 구호가 여전히 울림을 주는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재판 직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할 말을 하고, 할 행동을 했는데 계엄법 위반이 됐다"며 "(노동자들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것이 변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함께 앞으로도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여사의 유족 측인 아들 전태삼씨도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재심 재판은 단 1분 만에 끝나는 현실 앞에서, 전두환의 검거로 (이 여사를) 군사재판에 넘긴 당시 상황을 성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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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기자입니다. 서류보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제보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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