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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 가는 아버지
 위암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 가는 아버지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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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위암에 걸렸습니다. 조기위암 판정을 받았는데 항암치료 없이 수술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아버지도 그렇고 저도 평생 병원에 입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새롭고 낯설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느라 지낸 열흘 동안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병원과 실제로 환자와 보호자로 지내는 병원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중에 수술을 받아 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겠다 싶은 경험이 몇 가지 있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암 전문 코디네이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는 걸로 결정이 되면 환자로선 모든 게 당황스럽기 마련입니다. 수술 전에는 어떤 검사를 하게 되고,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인지 등등 궁금한 건 많은데 의사나 간호사에게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고, 따로 전화해서 물어볼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암 전문 코디네이터를 배정해 줍니다.

보통 오랜 경력이 있는 간호사들이 맡아서 합니다. 환자의 검사 항목이나 의사와의 진료 일정 등을 조율하는 일이 주된 업무지만 수술과 관련된 사전 준비 상황, 수술 후 겪게 될 일들에 대한 상담 등도 코디네이터가 담당합니다.

의사가 수술 관련해서 판단을 하고 간호사가 수술 후 회복을 돕는다면, 코디네이터는 여러 처치와 검사 항목에 대해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을 해주는 일을 합니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게 있을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실질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가 바꾼 병원 풍경

날짜가 정해지면 전날 입원을 하는데 입원하려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아버지는 환자라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전 마침 외국에서 귀국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기에 그 결과로 대신했습니다.

병동에는 환자와 지정된 보호자 한 명 외에는 출입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는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함께 병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간에 다른 사람으로 교대하려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제가 열흘 내내 병원에 아버지와 함께 있어야 했습니다.

보호자 대신 전문 간병인을 고용해도 됩니다. 이 경우 다른 가족은 병원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환자의 상황을 간병인을 통해서 전해 들어야 합니다. 일부 병원은 아예 일반인 출입은 금지하고 전문 간병인만 허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입구에서 모든 출입자의 신분과 방문 목적을 확인하기 때문에 친구 병문안은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섬망이라는 무서운 경험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위를 절반 이상 잘라내는 수술이었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아버지는 별다른 고통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의사 처방에 따라 회복 잘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아버지는 절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왜 병실에 와 있는지 물으며 집에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팔에 꽂혀 있는 수액 주삿바늘을 잡아당기고 막무가내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간호사를 불렀고 간호사는 이걸 섬망 증세라고 했습니다.
   
위암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 낮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밤만 되면 다른 사람이 됩니다. 섬망 증세가 사흘간 계속 되었습니다.
 위암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 낮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밤만 되면 다른 사람이 됩니다. 섬망 증세가 사흘간 계속 되었습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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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는 섬망을 "갑자기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으며 떨림을 느끼거나, 주변 상황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과 같은 증상을 의미한다. 감염으로 인한 내분비계 또는 신경계 장애로 나타나거나, 중환자실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경우, 수술을 앞두고 극심한 불안을 느낀 상태 또는 약물의 부작용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큰 수술을 받은 노인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밤만 되면 섬망 증세 때문에 아버지는 돌발 행동을 했고 전 그걸 막느라고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주삿바늘을 다섯 번이나 뽑아서 더 이상 팔에 꽂을 곳이 없을 지경이 되었고, 배에 꽂힌 피통을 뽑으려 하는 바람에 응급처치를 하기도 했습니다. 섬망 증세가 없어지는데 사흘 밤이 필요했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돌발행동을 할 때 무조건 행동을 제지하기보다는 움직일 수 있다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하고 주변에 위험한 것만 두지 않는 게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고 빠르게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낮잠을 줄여서 밤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꼭 알아야 할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

수술 후 9일째 되는 날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하려면 수술비를 내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금액은 대략적으로 적겠습니다.) 수술비와 입원비 그리고 각종 검사비용까지 모두 천삼백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중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이 천만 원, 본인부담금이 삼백만 원입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맹장 수술에 2천만 원 정도 필요한 싱가포르에 살다 보니 이 정도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서민들의 삶에 삼백만 원은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제도인데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9조에 있는 건데 아래 그림에 정부의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에 대한 정부의 설명입니다.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에 대한 정부의 설명입니다.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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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례를 가지고 설명하면 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저소득자로 보험료 분위가 2분위(라고 가정합니다)인 아버지는 연간 본인부담금 상한액이 101만 원입니다. 수술 후 받은 영수증에 적힌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300만 원이니까 상한액 101만 원을 제한 199만 원을 돌려받게 됩니다.

만약 아버지에게 제가 모르는 재산이 있어서 보험료 6분위라면 상한액 281만 원을 제한 19만 원을 환급 받을 수 있고, 최고소득자인 10분위라면 상한액이 582만 원이니까 환급금은 없습니다.

올해 부담한 의료비는 다음 해 8월 말경에 최종 합산하여 통보합니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지급대상자가 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내는데, 거기에 인적사항과 계좌를 기재해서 방문, 전화, 인터넷, 팩스, 우편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됩니다.
  
본인부담상한액 구간별(1~7구간) 환급현황 비교표. 저소득층(붉은색 표시)에게 더 많은 환급금이 지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액 구간별(1~7구간) 환급현황 비교표. 저소득층(붉은색 표시)에게 더 많은 환급금이 지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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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를 통해 2020년 한 해만 해도 166만 643명이 2조 2471억 원을 환급 받았는데 1인당 평균 135만 원을 돌려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여 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보입니다. 외국에 살아서 한국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저로서는 더할 것 없이 부러운 게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읽는 모든 독자들은 병원에 갈 일 없이 다들 건강하기를 바라지만, 행여 환자로 혹은 보호자로 병원에 갈 일이 있다면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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