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 청사진. 금호강이란 국가하천을 거대한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 청사진. 금호강이란 국가하천을 거대한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 대구시

관련사진보기


대구광역시가 '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금호강 개발 계획을 들고 나왔다.

대구시는 "도시성장에 따라 외곽하천에서 도심하천으로 변모된 금호강을 자연성 회복, 친수공간 조성, 접근성 개선의 3대 전략과 안심습지, 동촌유원지, 금호워터폴리스, 하중도, 낙동강 합류점 등 5대 거점을 집중 개발하는 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륙수변도시 대구, 물의 도시 대구"를 표방하고 "금호강 대구권역 41.6킬로미터 친수문화공간 조성을 통한 내륙수변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총사업비 1조 8천억 원을 들여 "맑고 풍부한 물을 공급하여 자연성을 회복하겠다.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친수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 대중교통과 연결하여 접근성을 개선하겠다. 주요 거점을 개발하여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금호강 시대"을 열어가겠다는 포부다.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너무 인간 편의적인 방식의 접근이다. "금호강을 대구시민의 거대한 정원으로" 만들겠다니. 강을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수달과 고니가 노니는 금호강으로, 금호강의 놀라운 변화

그런데 사실 금호강은 예전에 비해 여러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 수질이나 생태계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지난 80년대 산업화 시절을 겪으며 금호강은 인근 섬유공장 등에서 들어오는 폐수로 급속히 오염되었다.

그래서 1980년대는 거의 시궁창을 방불케 했다. 어린 시절 멱을 감으며 놀던 그 금호강이 아니라 폐수가 절절 넘치던 금호강이었다. 그런 금호강이 2000년대를 거치면서 지금은 수달이 노니는 강으로 탈바꿈했다. 그것은 지표로도 잘 나타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수질에서는 1983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91.2에서 2020년 3.3으로(금호강 말단 강창교 기준)으로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루어냈다. 그 배경에는 전국 최초 하수처리시설 100% 고도화 완료(1983년부터 2004년까지 총 8917억 원을 투자해 질소와 인을 제거할 수 있는 전국 최고 수준의 하수처리 능력 확보)라는 하수 개선 정책과 영천댐의 수질개선 용수 확보하여 2003년부터 영천댐에서 금호강 수질개선 용수로 하루 25만 9천 톤을 방류해왔고, 수질오염 총량제 실시에 따른 수질오염 배출량을 관리하여 금호강 수질 개선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이른바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안심습지부터 동촌유원지 직전까지 이런 아름다운 모습의 금호강으로 회복되었다.
 이른바 반야월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안심습지부터 동촌유원지 직전까지 이런 아름다운 모습의 금호강으로 회복되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즉 금호강은 지난 30년 동안 획기적으로 바뀌어온 것이다. 물도 맑아지고, 수달이 살 정도로 생태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런데 이런 금호강에 "금호강의 수량 확보, 하도정비 및 수질개선(비점오염원 저감)을 통한 금호강의 자연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대구시의 현 진단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연성은 이미 충분히 회복되었다. 일례로 안심습지부터 이른바 반야월습지를 거쳐 동촌유원지 가기 전까지는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다. 경관 또한 너무 아름답다. 자연 그대로 자란 버드나무군락과 식생들이 하천 숲을 이루고 새와 수달 같은 동물 또한 기르고 있다. 이미 그 자체로 너무나 훌륭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기자가 금호강에서 수달을 만난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였다.
 
▲ 금호강에서 만난 수달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오히려 동촌유원지를 지나면서 생태계는 단절된다. 바로 아양교 아래 있는 동촌보 때문이다. 그 아래 무태교까지도 마찬가지로 무태보로 인해 상류에서 보여주던 놀라운 하천 생태계의 역동성은 사라진다. 그러던 것이 무태보만 지나면 또다시 생태계는 되살아난다. 무태보 아래는 천연기념물 고니도 날아온다.

"수달이 헤엄치는 맑고 깨끗한 강, 생태자원이 풍부한 강" 금호강을 위해서는 오히려 동촌보와 무태보를 헐어서 하천의 연속성을 살려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면 상류에서 보던 하천의 역동성이 되살아나 더욱 생태계가 살아나고 생태자원이 풍부한 금호강으로 돌아올 것이다.
  
▲ 금호강을 찾아온 천연기념물 고니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수달의 서식처를 파괴한 대구시

그런데 대구시가 "수달이 헤엄치는 맑고 깨끗한 강"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 대구시는 신천에 수달이 산다는 것을 집중 홍보하면서 수달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신천의 대봉교 부근 대명지수보 아래는 작은 섬(하중도)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그곳에 수달이 깃들어 살아왔다. 말하자면 수달의 도심 속 서식처였던 것이다. 그런데 대구시는 올해 초 하천정비를 하면서 수달의 서식처인 그 작은 섬을 싹 정리해버린 것이다. 
 
대뵹지수보 아래 작은 섬은 수달의 서식처로 수달이 살고 있었다.
 대뵹지수보 아래 작은 섬은 수달의 서식처로 수달이 살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수달서식처인 하중도를 대구시가 하천정비를 하면서 완전히 밀어버렸다.
 지난 3월 수달서식처인 하중도를 대구시가 하천정비를 하면서 완전히 밀어버렸다.
ⓒ 대구MBC

관련사진보기

     
대구시의 한쪽에서는 수달이 사는 신천을 홍보하면서 대구시의 다른 한쪽에서는 수달의 서식처를 없애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이 대구시 행정의 현주소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부처간 조율도 안 하고 일을 벌인 결과일 것이다.

이런 대구시가 금호강의 하천 생태계를 운운하고 있으니 어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 것인가? 비판의 지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행 단절, 자전거 단절, 친수성 단절"이라 진단하면서 "시민편의 증진 및 공간 활용을 위한 연결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금호강변도로를 조기에 건설하고 신천대로와 신천동로를 연결해 금호강변에 밀집된 산업단지의 물류이동을 원활하게 할 계획이며, 아울러 보행자가 금호강을 쉽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동선(경사로, 계단) 개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 위주의 발상 ... 수달과 고니에게 먼저 물어보라

너무나 인간 위주의 발상이 아닌가. 지금도 금호강은 신천대로와 경부고속도로로 강 양안 모두 생태계가 단절되어 있다. 오히려 있는 도로를 어떻게 개선해서 하천 생태계를 이어주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새로운 도로를 조성하겠다 한다. 신천대로와 신천동로를 잇겠다는 이런 발상들은 지극히 인간 편의 위주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금호강의 주인은 누구인가? 금호강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이 금호강의 참 주인이다. 금호강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살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역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고니가 찾아온다. 뿐만 아니라 역시 멸종위기종인 삵과 고라니와 너구리, 백로와 왜가리 등등의 무수한 생명들이 깃들어 살고 있다. 하천에 손을 대려면 이들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금호강을 이리저리 유영하는 수달에서 묻는다면, 금호강을 찾는 겨울진객 고니들에게 묻는다면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하천개발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인간 편의 위주의 하천개발은 하천의 주인들의 서식처를 없애버려서 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대구시가 하천 치수관리를 위해서 수달의 서식처를 없애버린 것처럼 말이다.
 
반야월 습지의 모습이다. 이곳은 바로 야생의 공간이다. 금호강은 도심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다.
 반야월 습지의 모습이다. 이곳은 바로 야생의 공간이다. 금호강은 도심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하천은 도심에서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다. 야생 생물들 입장에서는 도심의 마지막 피난처인 셈이다. 그곳을 벗어나면 그들은 살 수가 없다. 따라서 인간 위주의 하천개발은 그들의 삶터를 파괴하고야 만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하천에 손을 안 되는 것이 가장 상책일 것이고, 꼭 손을 대야 한다면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손을 대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금호강 그랜드 가든 프로젝트라 이 거창한 이름의 하천개발 계획에 대해서 대구시는 수달에게, 고니에서 먼저 물어봐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금호강을 "수달이 헤엄치는 맑고 깨끗한 강, 생태자원이 풍부한 강"으로 만드는 방법일 것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수달, #고니, #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 #하천개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