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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혹시... 베네핏이 있나요?"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블럭'에서 진행자 조세호가 출연자에게 하는 질문이다. 대기업 회사원이나 명품 관련 출연자가 나올 때마다 넌지시 물어보는데 하찮고 속물같은 발언이지만 실은 나도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실제로 박지성은 맨유 시절 베네핏으로 시계, 커피머신, 고급 차량을 제공받았다고 밝혔고 영화배우 배두나는 명품사에서 그녀만을 위한 할당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말해 주변의 놀라움을 샀다.

유명인들이 받는 베네핏
 
영화배우 배두나는 명품사에서 그녀만을 위한 할당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영화배우 배두나는 명품사에서 그녀만을 위한 할당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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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핏. 사전적 의미로는 '이득, 혜택'이라는 뜻이다. 방송에서는 주인공을 위한 해당 브랜드만의 파격적인 혜택 여부가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탄생한 질문이렸다. 방송을 통해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화려한 베네핏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유명인의 넘사벽을 다시금 깨닫곤 했다.

사실 무료로 제공되는 베네핏의 값도 값이지만 유명 업체에서 그 정도의 돈과 정성을 쏟을 만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나에겐 더없이 부러운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으로 매달려 봐도 쉽지 않은 현실과 대조되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유명 연예인, 대기업 직원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베네핏들이 있다. 회사원에겐 회사 복지라는 베네핏이 있고, 사업가에겐 성수기라는 베네핏이 있다. 그런데 나 같은 프리랜서, 주부라는 직함엔 베네핏은커녕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도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언제나 눈에 보이는 실리적인 이득보다 나의 성취를 위한 일이라는 사실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 정돈 참아야지',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야' 같은 생각이 앞섰다. 성취감 때문에 하는 일인데 어째 일을 하면 할수록 성취감이 올라가기보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더 많았다.

특히 12월이 되자 그나마 바닥을 붙이고 있던 자존감이 지하 3층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성과급이니 연말 보너스니 하는 베네핏을 기대할 때 내가 기대할 거라곤 자기 긍지뿐이어야 한다니.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소원을 빌 때 나도 얹혀서 같이 빌고 싶었다. '저도 멋진 베네핏을 받고 싶어요.'

나도 받은 베네핏... 다른 사람에게도 주고 싶다
 
내 취향의 커피를 맞춰주는 카페 사장님
 내 취향의 커피를 맞춰주는 카페 사장님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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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네 단골인 두부가게에서 연락이 왔다. 연말을 맞아 특별한 고객들을 위한 소정의 선물을 준비했으니 찾으러 오라고. 선물 내용은 사장님이 손수 디자인한 달력이었다. SNS에서 사람들이 서로 눈독 들이던 그 달력이었다. 단골 몇몇과 나에게 특별히 연락을 준 것이었는데 어쩌면 이것도 나를 위한 베네핏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게 주어진 작지만 확실한 베네핏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의 헤어를 수년 째 담당하고 있는 미용실 사장님, 갈 때마다 추가 D.C와 헤어제품을 챙겨주시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나를 위한 베네핏임이 틀림없었다.

또, 얼음 두 개를 동동 띄워주며 "미지근하게 맞으시죠?" 하고 내 취향의 커피 온도를 맞춰주는 카페 사장님, 거기에 쿠키와 빵을 서비스로 제공해 주는 것도 일련의 베네핏일 터.

고급차, 명품 같은 비싸고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혜택임이 분명했다. 비록 연말 보너스는 아니지만 일상의 베네핏을 꾸준히 누리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자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떠올리지 못한 베네핏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로또 한방급의 베네핏은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챙김으로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는 한 해였다. 가족이 무탈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주변인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실보다 득이 더 많이 떠오르는 걸 보니 이것이 바로 허니베네핏, 한국어로 '꿀이득'이었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코로나19로 여느 때보다 침울하고 조용한 연말이다.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에게도 나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즐거움과 기쁨의 베네핏을 주고 싶다. 무엇이 있을까? 거창한 베네핏이 아니라 실망하려나... 하지만 문제없다. 분명한 건 크든 적든 받으면 기분 좋은 것이 바로 이 베네핏이라는 녀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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