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산업안전보건청은 1)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에 대한 배타적 옹호를 조직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로 하고,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입안과 집행이 가능하며, 3) 지원과 규제 행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고 4) 이는 노동자 당사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 거버넌스를 기본으로 행정 각 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유연하고 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어야한다. 사진은 2021년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발표 기자회견 현장.
 산업안전보건청은 1)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에 대한 배타적 옹호를 조직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로 하고,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입안과 집행이 가능하며, 3) 지원과 규제 행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고 4) 이는 노동자 당사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 거버넌스를 기본으로 행정 각 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유연하고 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어야한다. 사진은 2021년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발표 기자회견 현장.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

관련사진보기


운동 진영이든 이해관계 집단이든 사회의 온갖 문제의 해결책으로 '법률의 제·개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민의가 반영된다는 차원에서 국회의 입법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발의·제출된 법안이 프랑스의 20배, 독일의 60배, 영국 90배가 넘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법안을 사전 검토를 통해 선별 발의하고, 충분한 심사와 토론, 조정을 거쳐 법률로 만드는 '입법의 민주적 권위'를 구축해야 할 때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주1)

물론, 일터의 위험을 다루고 관리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이윤추구 방식에 대한 가치적 개입이 요구될 것이며 이것을 강제하는 것은 법률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정책형성과 집행에 있어서 행정부의 리더쉽이 중요한 현대국가에서 특히 안전보건과 같은 전문적 공공정책 분야에서 행정의 영향력은 지대하다.(주2) 노동안전보건 운동이 법률의 제·개정만큼이나 안전보건 행정조직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전문성, 효과성, 능동성이 모두 결여된 현 안전보건 행정조직

안전보건 행정조직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10년 이명박 정권의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통해서 산업안전보건 국가 사무의 지방이양 계획을 계기로 촉발되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 업무 지방이양 결정 조치에 대한 비판적 검토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 행정의 문제를 산업안전보건 행정의 목표 및 범위에 대한 합의 부족, 산업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 및 정책심의 기능 미흡, 정책집행 수단(규제수단)의 경직성, 정책 환류 기능 미흡, 당사자 참여 보장 장치의 미흡, 산업안전 정보 및 홍보 제공 기능 미흡, 산업안전교육과 산업안전 관련 연구 및 전문가 양성 기능 미흡 등이 지적되었다.

전통적으로 산업안전보건은 노동행정의 일부로 취급되어 왔으나 노동 행정의 정점을 노사문제와 고용문제가 차지하고 있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고, 전문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노동행정 분야에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도 소외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이론적으로나 현실 정치적 측면에서도 주목받지 못해왔다는 것이다.(주3)

2017년 국내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단체의 요청으로 수행된 연구에서는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의 문제점으로 전문성의 부족, 효율성(효과성)의 미흡, 특수성의 미고려, 독립성(자율성)의 미약, 능동성의 결여를 지적하고 있다. 생산성, 임금, 고용, 노사관계 등 노사 간의 조정, 협의 타협을 중심으로 하는 여타 노동행정과 달리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산업안전보건 업무에도 순환보직의 인사구조가 적용되는 등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전문성의 부족과 더불어 효율성과 능동성마저 결여된다는 것이다.(주4)

진전없는 새로운 안전보건 행정조직 논의

2018년에는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2020년 4월에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도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검토를 합의한 바 있으며, 7월에는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1월 25일 여당 대표가 여야합의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고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안전보건 행정조직과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2021년 3월에는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관한 사무까지 전담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대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1년 7월에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산업안전보건본부로 격상되어 확대 개편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고 구체적인 행정을 통해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안전보건 행정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나온 것에 대해서는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2021년 11월 현재 여당에서 촉발시키고 안전보건 전문가들 간에 뜨거운 화두였던 산업안전보건청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옮겨 가면서 국회에서는 발의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의 어떠한 진전도 없는 상태이며, 고용노동부는 정치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는 몰라도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보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 안전·건강을 배타적으로 옹호할 안전보건 행정조직 필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새로운 안전보건 행정기관이 1)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에 대한 배타적 옹호를 조직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로 하고, 2) 국가적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입안과 집행이 가능하며, 3) 지원과 규제 행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하고 4) 이는 노동자 당사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 거버넌스를 기본으로 행정 각 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유연하고 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정치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역설했던 것이 정치적 저울질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의 옹호라는 당위에서 출발했던 것이라면,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산재예방과 안전보건 행정의 주무기관으로서의 마땅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간 진정성을 가지고 안전보건 행정조직 개편과 혁신을 주장했던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시간과 뜸을 들이는 진지한 성찰적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각주]
1) 박상훈. 더 많은 입법이 우리 국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국회미래연구원; 2020.
2) 박두용, 김태윤, 이민창, et al.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및 집행체제의 선진화방안.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0.
3) 박두용, 김태윤, 이민창, et al.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및 집행체제의 선진화방안.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0.
4) 정진우.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 필요성과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산업보건학회지. 2017;27(1):1-12.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이신 류현철님이 작성하였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2월·1월호(합본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산업안전보건청, #안전하고_건강하게_일할_권리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