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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대표적인 숲 덤불, 제주 곶자왈

12일 제주살이 8일째는 아침 일찍 서둘러 '제주 곶자왈'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생각하는 정원'이 있어 들렀는데, 분재가 잘 가꿔진 정원으로 몇 년 전에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고 바람끝이 차 대강 둘러보고 나왔다.

목적지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제주 고유어로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표준어의 '덤불'에 해당한다. 곶자왈은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해 방목지로 이용하고, 땔감을 얻거나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을 채취하던 곳으로 이용되었다.

곶자왈 내 용암이 만들어 낸 요철 지형은 토양이 거의 없거나 토층의 심도가 낮으며, 다양한 종류의 양치식물, 덩굴류, 수목 등이 혼합 식생하는 자연림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숲을 이루어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제주도에서는 1997년 이래 곶자왈 지대를 지하수 보존지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한라산을 중심으로 빙 둘러 그 면적만도 113.3㎢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6.1%를 차지한다.

2011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제주 곶자왈은 그 면적이 1.547㎢에 이른다. 탐방안내소에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테우리길 탐방로는 약 1.5km로 지역주민들이 목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길이라고 한다. 전망대에서 직진하면 빌레길이고, 좌로는 오찬이길이, 우로는 테우리길 끝으로 곧장 이어지는 가시낭길이 있고, 옆으로는 한수기길이 빙 둘러 있어 빌레길과 교차한다.

탐방안내소에서부터 전망대까지 나이 지긋한 숲 해설사가 우리를 안내하며 곶자왈의 식생과 생태, 숲의 역사와 지리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줘 이해하기 쉬웠다. 숲은 종가시나무와 녹나무가 주를 이루고 참식나무, 육박나무, 예덕나무 등이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큰 나무 밑으로 바닥에는 천선과, 세뿔석위, 윤쇠고비, 애기꼬리고사리 등이 하나둘 보이고 대부분은 가는쇠고사리가 점령하고 있다.
 
종가시나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콩짜개덩굴이 숲의 푸르름을 더한다.
▲ 종가시나무와 콩자개덩굴 종가시나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콩짜개덩굴이 숲의 푸르름을 더한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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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인데도 숲은 녹음이 울창하고 포근하다. 잎을 떨군 으름덩굴이 교목 사이를 어지럽히고, 마삭줄, 송악 등 덩굴식물이 나무껍질에 앙상하게 붙어 겨울을 나고 있다. 종가시나무 줄기를 감싸고 있는 콩짜개덩굴이 푸르름을 더한다. 곶자왈의 일부가 목장용지로 활용되고, 땔감이나 숯을 만들기 위해 숲의 대부분이 훼손되었음에도 오늘날 이렇게 울창한 숲을 이룬 것은 이들 큰 나무들의 맹아력이 뛰어나고 번식력이 왕성하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해설사와 헤어져 오찬이길을 돌아 빌레길을 타고 내려왔다. 길은 화산석으로 거칠고 지루했으나 중간중간에 길마다 다른 색깔의 번호가 붙은 꼬리표가 있어 인적이 없는 숲길을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해찰을 부리며 걸었던 탓인가. 탐방안내소를 나설 때는 벌써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납읍 난대림 금산공원

12월 13일 월요일, 제주살이 9일째, 아침에 깨어보니 바람이 거칠고 날씨가 흐리다. 멀리 바다가 흰 거품을 물고 바위를 때린다. 외출을 망설이다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숙소 근처의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이다. 정식 명칭은 '제주 납읍리 난대림지대'로 33,980㎡의 규모에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자금우, 마삭줄 등의 식물이 자생하는 상록수림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되어 있다.

금산공원 입구 계단을 오르면 왼쪽으로 소나무가 지키고 있는 송석대(松石臺)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후박나무가 지키는 인상정(仁庠亭)이 있다. 먼저 인상정으로 올라가 나무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마을제를 지내던 기와지붕의 포제청(酺祭廳)이 숲속에 덩그러니 비현실적으로 앉아 있다. 나무데크와 코코넛 매트가 숲을 가로지르고 횡단하며 한 바퀴 돌기 쉽게 만들어진 단출한 공원이다.

나무들이 안내하는 대로 숲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오니 송석대다. 송석대나 인상정에는 공원과 접해 있는 납입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은 시를 천에 걸개그림으로 만들어 난간에 보기 좋게 전시해 놨다.

학교가 좋기만 했던 1학년
친구들과 점점 가까워진 2학년
수학을 싫어하게 된 3학년
친구들과 갈등이 많았던 4학년
제일 힘든 일 없이 지냈던 5학년
친구들과 우정을 더 쌓을 수 있었던 6학년

다가오는 2021년,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6년이나 다녔던 초등학교를 졸업하려니 너무 아쉽다.

그러나 난 남은 기간 동안
좋은 기억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 납읍초등학교 6학년 한란반 이가엘 시 〈초등학교〉전문


1반, 2반의 숫자반이 아닌 한란반의 졸업반 아이가 지은 동심이 이쁘디이쁜 시다. 이런 이쁜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해 학구 내 주민들이 들인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1946년 개교 이후 70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학교가 위기를 맞은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1968년 356명을 최고로 1990년 학생 수가 98명으로 줄어 이듬해 분교장 격하 대상학교로 통보받았다. 
 
금산공원과 연접해 있는 애월 납입초등학교 교정이 아이들의 꿈만큼이나 넓다.
▲ 납입초등학교 전경 금산공원과 연접해 있는 애월 납입초등학교 교정이 아이들의 꿈만큼이나 넓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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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주민들은 학교만은 살려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고향 출신들에게 귀향을 권유하고, 마을 빈집을 수리해 무상 임대하는 한편, 기금을 마련해 공동주택을 지어 학생들을 유치함으로써 현재는 재학생 134명으로, 전국 최초로 학교 살리기운동에 성공한 학교로 이름을 올렸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마침 쉬는 시간인지 아이들이 넓디넓은 운동장에서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뛰어다닌다. 운동장 넓이만큼이나 아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숲의 나무들과 함께 아이들의 꿈이 푸르게 영글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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