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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교실, 칠판, 운동장, 교복, 급식과 같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학생과 선생님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학생에게 학교는 이름 그대로 뭔가를 배우는 곳이고 교사에게 학교는 뭔가를 가르치는 곳이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학교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느냐에 따라 학교는 천차만별이다.    학생으로 16년, 교사로서 25년 동안 우리나라 학교의 변천사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우리나라 학교는 상당히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실을 콩나무 시루에 빗댈 만큼 많았던 학급 당 학생수는 크게 줄었지만 달라진 국가 위상을 생각하면 여전히 많다. 여러 차례 교육과정이 바뀌었지만 '성적에 따라 줄 세우기'는 여전하다. 학교가 무너졌다는 한탄도 꽤나 오래되었다. 아니 어쩌면 학교가 바로 선 적이 있었나 싶다.

2023년 고교학점제를 시작한다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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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교육부가 새로운 교육정책을 들고 나와서 장밋빛 미래를 말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정책으로 이전과 달라지는 점을 살펴보자. 

고교학점제는 '학교가 나에게 맞추다'는 말처럼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는 교육과정을 위한 정책이다. 고등학교도 대학처럼 정해진 학점(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자격을 주겠다는 정책이다. 더불어 학교가 정한 필수 과목을 제외한 과목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골라서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 선택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 희망자가 적은 과목도 개설하고 다른 학교나 대학과 연계된 과목을 이수할 수도 있다. 당연히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이수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입학한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3년 동안 이수할 과목을 미리 정해두고 이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였다. 일부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도 있기는 있다. 예를 들면 물화생지(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가운데 둘 또는 중국어와 일본어 가운데 하나, 미술이냐 음악이냐를 선택하는 학교가 있다. 이마저도 모든 과목의 교사가 따로 있는 큰 학교나 가능한 일이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는 선택의 폭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모두 개설해 주겠다는 고교학점제는 참으로 반가운 정책이다.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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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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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필요한 까닭을 아래와 같이 꼽고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습니다. 

획일적인 교육을 통해서는 학생의 학습 동기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습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진정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학생의 학습 동기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필요합니다.

직업 세계가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게 함으로써 진로 개척 역량과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학습의 속도가 다르고 학습의 목표도 다른 학생들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킵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고교학점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교육부가 시도했던 수많은 정책들 가운데 성공한 것이 많지 않다. 교육 정책이 성공하려면 교사들이 지지해야 하는데 교사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정책들은 없었다. 교사들은 왜 교육부가 만든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까? 교사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편이라 변화를 싫어하는 탓도 크지만 정책을 실현해야 하는 주체인 교사를 배제한 채로 추진해서 교사를 수동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세우기까지 하였다. 또한 현장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교육부 관료와 교육학자들도 문제다.

고교학점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성취평가제도 벌써 실시했어야 하는데 반대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기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전교조와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는 고교학점제를 반대하고 있으나 교육부는 진지한 대화를 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러 학교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상당한 행정력이 필요한데 인력 채용에 대한 구상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시골에 있는 학교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학교는 가장 가까운 학교도 해발 800이 넘는 재를 넘어야 하는 터라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 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결원인 자리를 채울 기간제 교사도 구하지 못해 해마다 2월이면 애를 태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고교 수준에서 심리학이나 간호학을 배우는 것이 진로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도 의심스럽다. 3년 6학기 동안에 192학점을 이수하려면 매 학기 3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교실에 머물지 않고 멀리 이동해야 함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듯한 시간표이다. 가장 많은 학점을 요구하는 대학이 4년 8학기 동안에 150학점임을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다. 얼핏 생각해도 교실 확보와 교사 수급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예상되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배움도 가르침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가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100점과 98점을 가르는 일은 교육적이지 않은 일이다. 사람을 1등급부터 9등급까지 한 줄로 세우는 일도 멈춰야 한다. 또한 평가 결과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미이수로 판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교사에게 온전한 평가권을 부여해서 과목 낙제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평소 내 지론과 딱 들어맞는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도 격렬하게 어떤 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학생을 가르칠 수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학생에게 졸업장만 챙겨주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무조건 졸업만 시키는 일은 결코 학생을 사랑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길 바라는 가장 큰 까닭은 교사들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교육부는 절대로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맞서서 이겨내야 한다. 갑자기 대선 후보들의 교육정책이 궁금해진다.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https://www.hscredit.kr/ ]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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