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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기자노조,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드라마 제작사 8곳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연기자노조,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드라마 제작사 8곳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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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A씨는 드라마 출연료로는 4인 가족 부양이 어려워 부업으로 정비 일을 뛴다.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병행하는데 한 번씩 눈앞이 깜깜해질 때가 있다. 촬영 일정이 갑자기 하루 전에 통보되거나 바뀔 때다. 주연이 아닌 배우라도 일주일 전까진 일정이 확정되면 좋겠다고 매번 바란다.

성인 배우 최저 출연료는 70분 미니시리즈 기준 방영 1회당 40~50만원 가량이다. 그런데 출장이 잡히면 손에 남는 게 없다. 야외비, 숙박비, 식비, 교통비 모두 출연료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배우 B씨는 전남 장흥에서 촬영이 있었을 때 1회분을 위해 서울과 장흥을 4번이나 오갔다. 숙식비로만 40만 원 넘게 나가니 최저 시급도 남지 않았다.

대박 난 드라마의 수익은 제작에 참여한 모두가 같이 분배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특히 재방송, 재사용 등이 원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의 저작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배우들의 관심사다. 지금은 이 권한을 모두 OTT 플랫폼에 양도해 제작사조차 저작권자에서 배제됐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대외협력국장이 13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열린 < OTT시대 방송환경 '급변' 방송연기자 불공정계약 '불변' > 기자회견에 나와 연기자들이 처한 실태를 증언했다. 제작사의 불공정 계약으로 연기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였고 OTT 시장의 확장으로 불공정 사례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연기자노조와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는 회견 후 드라마 제작사 8곳이 약관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근래 방영된 10개 드라마 연기자 계약서를 분석해 찾아낸 불공정 약관을 10개 항목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제작사 8곳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JTBC '괴물', KBS '출사표'), 스튜디오드래곤(tvN '더페어'), 스튜디오에스(SBS '앨리스'), 스튜디오 태유(SBS '홍천기'), 에이스팩토리(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tvN '비밀의 숲2'), 유비컬쳐(KBS '미스몬테크리스토'), 하이스토리(tvN '스타트업')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지옥> 포스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지옥> 포스터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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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제작사에 양도" 10개 불공정 조항 신고

'추상적인 계약 기간'은 현장에서 가장 불만이 많이 접수되는 문제 중 하나다. 계약 종료일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방송 완료 시', '프로그램 방영 종료 시', '출연자의 모든 활동의 제공이 완료될 때' 등으로 제작사에 유리하게 정하는 불공정 조항이다.

방송연기자노조는 ▲야외 촬영비, 숙식비, 교통비 등을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장면 재사용, 회상 장면, 사진·목소리 출연 등의 대가까지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방송출연 관련해 일체 권리에 대한 대가'를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드라마상의 서비스'를 모두 출연료에 포함하는 조항 등도 불공정 계약 조항이라고 밝혔다.

함께 기자회견을 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제작사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연기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며 연기자의 초상이나 저작물 등을 대가 지급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기에 부당하다"고 밝혔다.

'방송 여부'를 기준으로 방송 횟수를 정하는 조항도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연기자의 촬영분이 편집이 돼 방송에 나가지 않으면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다.

노조는 연기자의 초상권, 저작인접권을 제작사에 그대로 양도하게 만드는 '권리 귀속 조항'도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저작인접권이 법에 의해 을에게 있는 경우 갑에게 양도됐다고 본다"거나 "드라마에서 파생되는 모든 저작인접권 및 퍼블리시티권을 제작사에 양도한다"는 계약서 조항이다.
 
방송연기자노조,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드라마 제작사 8곳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연기자노조,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드라마 제작사 8곳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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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불공정 조사 정부 인력 한 명도 없다"

신고를 대리한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의 김종휘 변호사는 "특히 현재 OTT 시장 구조에선 감독(저작자), 배우(저작인접권자) 등이 만든 저작물(드라마)이 예상치 못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더라도 수익은 투자자인 OTT 업체가 모두 가져가게 돼 있어 외주제작사, 감독, 배우 등은 수익의 과실을 전혀 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에 "프랑스, 독일 등에서 인정하는 '추가보상권'을 영상 저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추가보상청구권은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후 예상치 못한 현저한 수익 불균형이 발생한 때 수익의 분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밝혔다.

제도 개선을 강조한 강신하 변호사(민변)는 "문화예술계에 불공정 계약 문제는 빈번히 발생하지만 공정위 안에 문화산업의 불공정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조사 담당 인력이 전혀 없다"며 "현행 법 체계상 문화체육관광부가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에 시정조치를 내렸는데 시정하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할 수 없고 강제 조사권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연기자와 제작사, 방송사, OTT까지 종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생 협약을 맺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980~1990년대 문화산업을 이끈 홍콩이 불공정,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 못해 결국 새로운 세대를 키워내지 못하고 쇠퇴했듯, 한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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