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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소설가가 '중심'이란 소재를 두고 쓴 작품을 모은 <당신의 가장 중심>.
 다섯 명의 소설가가 "중심"이란 소재를 두고 쓴 작품을 모은 <당신의 가장 중심>.
ⓒ 리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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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소설가만일까? 그렇지 않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중심'이라 생각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때로 구체적인 사물일 수도 있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념이나 지향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한 걸음씩 자신의 문학을 축조해가고 있는 신진급 작가 다섯 명이 '중심'이라는 공통 소재를 가운데 놓고 저마다 다른 색채의 소설 5편을 써서 책으로 묶었다. 이름하여 <당신의 가장 중심>(리잼).

그게 소설가이든 시인이든 문인이란 보편적 시각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인간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그런 태도 속에서 은유가 생겨나고, 상징이 파생된다는 건 이미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 문학은 은유와 상징을 주재료로 하는 예술 장르다.

그렇다면, 이번 책 제작에 함께한 다섯 소설가들은 무엇(또는 어디)을 '중심'으로 선택해 은유와 상징을 만들어냈을까? 궁금증을 풀어보려 표지에 찍힌 녹색의 문을 조심스레 열어봤다.

저마다 특색 있는 스타일로 중심을 찾아가다

책의 서두를 연 건 소설가 강이라. '신라문학대상' 수상자인 강 작가는 다른 존재에게 기대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에피소드를 소설 '수국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속에 담았다.

청바지를 입은 멋쟁이 할머니, 집착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이른바 '쿨하게' 사랑과 이별을 맞는 자립적인 손녀, 거기에 한참 연상인 남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페루에서 한국으로 억지로 보내진 우지은이란 인물을 오가며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그게 남성이건 여성이건 자신의 중심은 자신이 찾아가는 것이다".

문서정은 오래 사용한 그물처럼 복잡하게 얽힌 남매의 삶 저변에는 '엄마'라는 중심이 있었다는 걸 술술 읽히는 편한 이야기 방식으로 들려준다. '손가락은 손가락을 모르고'를 통해서다. 다루는 소재는 어두운데, 짧고 유쾌한 문장이 소설까지 어두워지는 걸 막아주고 있다.

'심훈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강은 '으르렁을 찾아서'에서 배척과 소외가 야기한 비극에 중심을 맞춘다. 담담한 어투와 읊조리는 듯한 서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편지 형식을 빌린 스타일이 이채롭고, 억지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는 '열린 결말'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높여준다.

눈을 가린 정주마의 속도로 내달리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아날로그적 중심을 찾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소설가 전은의 작품 '크리미는 크리미해'도 흥미롭다.

3대에 걸쳐 이어진 비극의 중심에서 무엇이

'관목(貫目·눈을 뚫어 말린 생선)'이란 작품으로 <당신의 가장 중심>에 참여한 김도일은 소설의 얼개를 직조하는 솜씨가 만만찮다. 등단 5년차 답지않게 능숙해 보인다. 분명 절차탁마의 과정이 있었을 터.

소설의 화자는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할아버지, 고엽제의 영향으로 성치 않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아버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자 어머니를 가진 고등학생 박철수다.

철수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가족사는 문학적으로 드라마틱하지만, 현실에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핍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어찌할 바 없는 가난,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 원인을 알 수 없는 병(病),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른 죽음... 김도일은 이런 비극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찾아간다. 조그만 바닷가 마을 소년 박철수의 눈과 귀를 빌려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송년회와 북적거리는 술자리를 가지기가 여의치 않은 2021년 겨울이다. 따뜻한 방에서 다섯 명의 소설가가 선물한 <당신의 가장 중심>을 읽으며 '자신의 중심'을 찾아보는 연말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당신의 가장 중심

강이라, 김강, 김도일, 문서정, 전은 (지은이), 리잼(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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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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