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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달려있다. 수업은 교사의 수업연구에 좌우된다. 수업연구가 부실하면 그만큼 수업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한 차시 수업 준비를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쏟고 있을까?

'OECD 교육지표 2021'에 의하면 초등교사의 경우 1주일에 평균 23차시 이상의 수업(교과수업+창의적체험활동 등)을 진행한다. 1차시 수업준비를 위해서 최소한 1시간 정도의 수업준비가 필요하다면 교사에게는 23시간 정도의 추가시간이 필요하다. 1주 40시간 근무상황에서는 수업연구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

수업준비 할 시간에 행정업무 하는 교사들

그런데 교사들은 수업준비에도 부족한 시간에 정작 수업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적, 학교 방송실, 교과서 선정, 원어민 보조교사 운영, 교육복지, 대국민학부모서비스, 방과후학교, 교육환경 보호구역 관리, 학교안전공제회,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정보공시 그리고 각종 인력 채용업무, 회계업무 및 시설관리 업무 등을 교사들이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교원수가 부족한 학교에선는 교사들이 더 많은 행정업무들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지역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학급 병설의 경우는 교사인지, 행정직원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수업준비 대신 계산기를 두드리고 여기저기 문의를 해가며 시설 관련보고서를 작성한다. 정보공시 시즌이면 행정실에 읍소해가며 관련정보를 요청하고 보내줄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등 교육보다는 행정업무가 주를 이루는 주객전도 상황입니다."

TALIS(교수·학습 국제조사)2018에 의하면 한국의 교사들은 주당 평균 5.4시간을 행정업무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 2.7시간의 2배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교사들은 기타 업무에도 1.8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총 7.2시간이다. 그리고 그 외에에도 각종 회의, 평가(과제 채점), 학생·학부모상담 등도 해야 한다. 수업준비에는 고작 6.3시간을 사용한다고 조사되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실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수업준비를 할 시간에 공문 처리를, 계획서를, 설문을, 학운위 자료를, 국회의원 감사 요청 자료를, 심지어 관리자의 호출, 학부모의 민원 전화까지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평화로운 학급 운영은 고사하고 수업과 학급운영에 조금 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왜 있는 것이고, 교대 4년과 교육학 공부를 무엇하러 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과 아이들에 집중해야 할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하느라 컴퓨터를 떠날 수 없다.
▲ 행정업무에 지치는 교사들 수업과 아이들에 집중해야 할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하느라 컴퓨터를 떠날 수 없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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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교육부는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중등교원 양성규모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행정업무가 감축되지 않으면 교사들은 기존에 비해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될 것이고 그 만큼 수업에 투입되는 시간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준비보다 행정업무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행정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과 학교운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육정책네트워크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잉글랜드 정부는 교사가 수준 높은 수업을 제공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하는 명시적인 지침을 수립·적용하고 있다.

'시험감독과 같은 교사의 전문적인 능력과 판단력을 요구하지 않는 행정, 편성업무에 교사가 일상적으로 참여하도록요구해서는 안 된다.'(2020 교사의 급여 및 조건 규정 그리고 교사의 급여 및 조건에 대한 지침, Department for Education, 2020)

또한 잉글랜드 정부는 해당 직무가 교사의 전문적인 능력이나 판단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면 교사가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교사의 직무를 법률로 마련해야

같은 자료에 의하면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는 교사 또는 행정인력 등이 담당해야할 직무내용들이 법령 또는 매뉴얼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어떤 직종이든지 해당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를 원한다면 직무의 범위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1월 23일 교육부 앞에서 교사가 채용·회계·시설관리 업무 만큼이라도 담당하지 않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직무범위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3만명의 교사 서명을 교육부 담당자에게 전달한 바 있다.

직무 범위를 법률에 명시한 사례는 많이 있다. 법관의 직무는 법원조직법에, 검사의 직무는 검찰청법 제4조에, 변호사의 직무는 변호사법 제3조에 명시되어 있다. 경찰관의 직무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소방관의 직무는 소방기본법 제16조, 국정원 직원의 직무는 국가정보원법 제4조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보건교사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23조에,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제7조에, 영양교사의 직무는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8조에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더 좋은 수업을 받기를 원한다면 교사가 수업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근무시간 내에 수업 외 다른 일을 하지 않도록 교사의 직무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성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답변을 하였다.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의 직무를 명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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