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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슬산을 오르다, 비슬산 케이블카 NO!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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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비슬산을 찾았다. 비슬산을 오르며 비슬산의 자랑인 암괴류를 비롯한 토르, 애추 등의 다양한 지형 자원들을 둘러볼 생각으로 홀로 비슬산을 올랐다. 

암괴류는 비슬산의 초입부터 만나게 된다. 비슬산 공영주차장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자연휴양림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얼마 안 올라가면 비슬산 암괴류가 나온다. 길이가 2킬로미터에 달하는 비슬산 암괴류의 마지막 끝부분이다.
 
천연기념물 비슬산 암괴류. 큰 화강암들이 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듯 쌓여 있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돌강이라고도 부른다.
 천연기념물 비슬산 암괴류. 큰 화강암들이 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듯 쌓여 있다. 강물이 흘러가는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돌강이라고도 부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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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된 '달성 비슬산 암괴류'(達城 琵瑟山 岩塊流)다.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서 문화재청의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비슬산 암괴류(岩塊流, 큰 자갈 내지 바위 크기의 암석 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산 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는 약 1만년 전~10만년 전인 주빙하기 후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커다란 돌들로 구성되어 특이한 경관을 보여준다. 비슬산 암괴류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괴류로, 특히 화강암 지형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지형이다.

토르(tor, 화강암 기반의 지하에서 풍화된 미세한 알갱이가 제거되고 남은 화강암체)가 잘 발달한 대견사지 부근에는 부처바위 등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칼바위는 애추(崖錐, 풍화된 암석 조각들이 경사가 급한 비탈로 떨어져 내려가 절벽 밑에 부채꼴 모양으로 쌓인 각진 돌의 집단)의 형성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슬산 암괴류 일대는 다양한 종류의 지형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높다."
 
즉 암괴류는 빙하기 유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암괴류 외에도 토르, 애추 등의 다양한 종류의 지형들이 많이 분포해 학술적, 자연학습적 가치가 높아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빙하기 암괴류 유적, 비슬산
 
대견사에서부터 천연기념물 암괴류가 흘러내리 듯 쌓여 있다.
 대견사에서부터 천연기념물 암괴류가 흘러내리 듯 쌓여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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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 이외에도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비슬산을 소개해둔 중요한 글이 하나 더 있다. 대구의 전교조 교사인 정만진 선생이 작성한 글이다. "세계 최대의 빙하기 암괴류 유적, 비슬산"이란 제목을 단 이 글에서 정만진 선생은 비슬산을 다음과 같이 높이 찬양하고 있다. 일부분을 읽어보자.
 
"외국 학자들이 이 산을 찾는 것은 그렇게 등산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비슬산을 그토록 애써 찾는 것일까? 비슬산에는 지구 최대의 빙하기 암괴류 유적이 있기 때문이다. 8만〜1만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에 형성된 암괴류岩塊流, 바로 그것이다. 영국 다트무어, 미국 시에라네바다, 호주 타스마니아 암괴류가 유명하지만 비슬산 암괴류는 그것들을 단연 능가한다.

비슬산 암괴류는 경사 15도로 기울어진 채 산자락을 무려 2km나 뒤덮고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암괴류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 지표면의 흙이 씻겨 내려가자 산비탈 땅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둥글둥글한 거대 바위들이 흘러내리면서 차곡차곡 쌓은 듯 남아 계곡을 이룬 돌강(Block stream)을 말한다.

그뿐이 아니다. 비슬산에는 빙하기가 만들어낸 화강암 유적이 또 있다. 빙하기 지각 변동 때 생겨난 날카로운 칼바위들이 30도 내외의 급경사를 이룬 채 무수히 모여 있는 애추(급경사지, 사면) 군집 또한 장관이다. 게다가 산 정상부의 대견사터에는 하나하나가 산만큼 커다란 바위 집합체인 토르Tor(바위산)가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비슬산의 빙하기 유적은 토르 위로 올라섰을 때에도 계속된다. 토르 위에서부터 1083m 정상 턱밑까지의 해발 1천m 일원 100만㎡가 논밭처럼 평평하다. 수업 시간에 배운 고위평탄면의 개념을 이곳 비슬산만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 이 또한 빙하기가 남긴 화강암 유적이다. 비슬산은 화강암 지형의 온갖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천혜의 자연학습장인 것이다."
 
일명 부처 바위라 불리는 바위. 이것이 토르. 대견사 터에는 이런 토르가 많이 분포한다
 일명 부처 바위라 불리는 바위. 이것이 토르. 대견사 터에는 이런 토르가 많이 분포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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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칼바위라 부르는 애추. 비바람에 의해 애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바위.
 일명 칼바위라 부르는 애추. 비바람에 의해 애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바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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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선생의 표현처럼 비슬산은 화강암 지형의 온갖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천혜의 자연학습장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비슬산을 등산 목적으로만 혹은 2014년 새로 중창된 대견사와 대견사 너머에 있는 참꽃군락지를 보기 위해서 오른다. 반딧불이전기차를 타고서 말이다.

그러나 비슬산의 참 가치는 대견사나 참꽃군락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슬산에는 지구상 마지막 빙하기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 자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암괴류와 토르, 애추 그리고 30만평에 달하는 참꽃군락지로 유명한 그 고위평탄면 또한 빙하기의 유적인 것이다. 비슬산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슬산 케이블카, 암괴류와 비슬산의 경관 망칠 것
 
비슬산 정상부의 30만평에 달하는 고위평탄면. 참꽃군락지로 유명하지만 이 지형도 빙하가 만들어놓은 독특한 지형 중의 하나다. 그런데 저 대견봉에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슬산 정상부의 30만평에 달하는 고위평탄면. 참꽃군락지로 유명하지만 이 지형도 빙하가 만들어놓은 독특한 지형 중의 하나다. 그런데 저 대견봉에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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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화재청의 설명대로 이런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높은 비슬산에 대구 달성군이 경박하게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공영주차장에서부터 1천미터가 넘는 대견봉에 케이블카를 올려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참꽃군락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달성군의 의도인 것이다.

오로지 이 참꽃군락지만을 위한 케이블카를 위해서 31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달성군의 계획이다. 이미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정상까지 올라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정상부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성군이 추진하는 케이블카는 환경부 '자연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를 명백히 위배하고 있다.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요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되, 주요 봉우리는 피"할 것 그리고 "왕복 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성군이 계획하고 있는 곳은 대견봉이라는 봉우리에 그리고 기존 참꽃군락지 탐방로와 연계된 곳이다. 따라서 비슬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를 심사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도 이 점에 대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림처럼 비슬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암괴류뿐만 아니라 비슬산의 아름다운 경관마저 망칠 것이다.
 그림처럼 비슬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암괴류뿐만 아니라 비슬산의 아름다운 경관마저 망칠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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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힘겹게 비슬산을 올랐다. 반딧불이전기차가 아니라 두 다리로 대견사까지 올랐다. 비슬산 산행은 대견사에부터 흘러내리기 시작한 암괴류, 그 암괴류를 따라 오르는 길이었다. 빙하기 때의 그 화강암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은 암괴류와 함께한 산행이었다.

산행을 하면서 내내 비슬산 케이블카에 대해 생각했다. 비슬산 케이블는 천연기념물 암괴류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암괴류와 30만평에 달하는 고위평탄면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경관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산양이나 수달, 담비, 삵, 독수리, 새호리기, 황조롱이, 새매, 새뿔투구꽃과 같은 비슬산에 깃들어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므로 비슬산 케이블카 계획은 철회되어야 옳다. 산행을 마치고 내린 결론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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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뚫리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낙동 대구'(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를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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