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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저녁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3주기 추모투쟁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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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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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저녁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3주기 추모투쟁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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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밤 10시 40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살)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중 벨트와 롤러 사이에 협착하여 사망한 지 3년이 지났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비용 절감에 의해 만들어진 고용구조와 함께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더라도 위험을 통제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잊지 말자며 시민·노동자들이 모여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10일 저녁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3주기 추모투쟁문화제"를 연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김용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비정규직, 청년, 위험의 외주화다"며 "사업주들은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 그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조위' 조사 결과 위험은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김용균과 동료들이 받는 임금 역시 착복되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드러났다"며 "임금이 1차 하도급은 정규직의 60~70%, 2차 하도급은 30%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회사에 의해 지급되지 않고 중간 착복이 되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지,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내디디고,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면서 임금까지 착복되는 이러한 사회를 우리는 인정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고 했다.

김용균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9월 말 현재 올해 26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사망자가 18.2% 증가한 것이며, 80%의 사망자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고 민주노총이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을 가지며 허울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폭로한다"며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결의를 다진다"고 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김은정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노래패 '좋은세상'과 율동패 '세모단'이 공연했으며, 발언이 이어졌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마도 우리에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앖도록 해달라며 김용균은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우리도 그를 보내며 다시는 일하다 죽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짐하며 그를 보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 3년째 김영균이 간 날을 맞아 우리를 돌아본다. 문화제를 통해 그의 영혼을 위로한다. 우리의 각도를 다시 다짐한다"며 "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선 당찬 투쟁을 결의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외주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 누구에게도 노동3권이 보장되는 세상,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라고 했다.

조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해서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내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개정하고 시행령을 바로 잡아 노동자 생명을 지키자. 먼저 간 청년 동지를 추모하고, 우리의 투쟁 의지를 다지며 연대한다"고 했다.

홍종한 공공운수노조 경남본부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산재 사고 사망자의 80%에 해당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이 유예되거나 적용되지 않는다"며 "김용균들은 김용균법에 의해서도 원청이 책임질 '우리 직원'이 아니고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김용균이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발전소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8월 부산 복합발전소에서 노동자가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밀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투신했다"며 "10월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5년 뒤 폐쇄될 화력발전소로 인한 삶의 막막함을 호소한 노동자가 또 목숨을 끊었다. 발전소 노동현장은 3년 전 상황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하지 않은 작업 현장에서 위험을 더 가중시키는 비정규직은 이제 철폐되어야 한다"며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져야 하고, 일하다 아프면 병원을 찾고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고 방어해 줄 동료가 있어야 한다. 한전보건을 위한 충분한 작업 인력이 있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상생하는 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산업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본부장은 "발전소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책임자인 정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정당한 바람이 현실이 되도록 우리가 싸움을 이어가고 넓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허원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장은 "힘든 일이 비정규직의 몫인 것을,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 비정규직의 몫인 것도 이해하고 참을 수 있겠다"며 "그렇지만 위험을 비정규직이 감당해야 하는 것, 죽음도 비정규직이 감당해야 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안혜린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이 낭송한 추모시 "검은 눈"(강기원 시) 전문이다.

검은 눈

강기원

스물넷을 우리는/찬란이라 부른다/꽃이라 부른다/감히 태양이라 명한다//어른도 아이도 아닌/스물 넷/어른이기도 아이이기도한/스물 넷의/창공과 경계 없는 꿈과/푸른 부레처럼 싱싱한 심장을//일 년 사계절의 적정 온도 속에/파티장의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속에/꺼지지 않는 성탄의 앙증맞은 앵두전구 속에//당신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몰랐다/밤 새운 노동과/무너진 갱도 같은 어둠 속, 홀로의 두려움과/컵라면으로 때워야 했던 새벽의 허기/정규직의 꿈으로 쌓여있던 기숙사의 수험서/컨베이어벨트가 삼켜버린/아무도 듣지 못한 그대의 절규와 비명이/희디 흰 피처럼/흘러내리고 있음을 몰랐다//모른다는 것은 죄다//전쟁도, 지진도, 쓰나미도 아니었던/어이없는 죽음/스물넷의 시간은 멈췄지만/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는 여전히 돌고 있다/푸른 젊음을 동강내고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무자비한 자본의 기계 소리가/지하에서 울려와 고막을 찢는다//간신히 남아 있는 수많은 그대들이/밥을 위해, 단지 한 그릇의 밥을 위해/거대한 죽음의 아가리 속으로/묵묵히 들어가는 날마다의 발걸음 소리가/천지를 울린다//눈이 내리면 세상이 공평해진다는데/그대 있던 그곳엔/검은 눈이 내릴 것만 같다

 
12월 10일 저녁 창원 용호문화거리에서 열린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3주기 추모투쟁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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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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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용균, #민주노총 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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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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