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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내부의 중학교 학생들이 화재 대피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내부의 중학교 학생들이 화재 대피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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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불은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먹고 자란다. 때로는 소중한 꿈을 그리고 집과 일터를 사정없이 무너뜨려 버린다. 이런 재난에 올바르게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효과적으로 계획을 세워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대피훈련을 단순히 성가신 일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화재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며 재난은 항상 나를 비켜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가지고 있다. 

가정, 직장, 학교 등 내가 어디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삶의 우선순위를 큰 틀에서 들여다본다면 안전은 결코 다른 일에 밀려 후순위가 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내가 안전해야 할 권리도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의 안전을 침해하지 말아야 할 의무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재 대피훈련이 필요한 장소는 어린이집, 유치원, 양로원, 병원, 학교, 기숙사, 호텔, 공장, 물류센터, 영화관, 식당, 회사, 종교시설, 공항, 다중이용업소, 쇼핑몰, 백화점, 아파트 등 우리 사회 대부분의 장소가 해당된다.

훈련은 그 빈도를 얼마나 자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형식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 포인트는 화재경보가 발생하면 당황하지 않고 평상시 연습했던 대로 가까운 비상구를 통해서 건물을 안전하게 대피한 뒤 관할 소방서로 신고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인원점검을 하는 것이지만 실제 화재는 연습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예를 들면 화재로 인한 뜨거운 열기, 사람의 시야를 가리거나 질식시키기에 충분한 연기, 강한 열로 인해 팽창한 유리창이 깨지기도 하고 당황한 사람들의 비명소리는 상황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평소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습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력과 순발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서 자신이 속해있는 장소의 대응능력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간구하는 것도 훈련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다.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관할 소방서와 합동훈련을 진행한다거나 재난안전지도사, 학교안전교육사 등 안전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장소 특성에 맞는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기준 중 하나인 NFPA 101번 '인명안전코드(Life Safety Code)'에서는 대피훈련에 관한 세부내용을 정해놓고 있다. 

훈련은 기본적으로 건물 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며 대상별로 정해진 대피계획에 따라 참가자가 훈련의 내용과 절차를 이해하고 사전에 미리 정해진 장소로 대피하는 과정이 숙달될 수 있도록 훈련 횟수를 정하도록 권장한다. 아울러 훈련은 예상된 혹은 예상되지 않은 시간대를 선택해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줘서 실시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참고로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서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유치원과 학교의 경우 월 1회, 병원은 분기별 1회, 기숙사와 탄약고는 반기별로, 기타 건물은 연 1회를 실시하고 있다. 대피훈련은 크게 우수(Outstanding), 만족(Satisfactory), 불만족(Unsatisfactory)으로 나누어 등급을 평가하며 불만족 평가를 받게 되면 추가로 훈련을 진행한다.   

화재 시 얼마나 빨리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피시간 기준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건물의 크기, 구조 등 건물마다 따져봐야 할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화재상황 시 넘어짐 등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대피한다고 가정한다면 보통 2분 내지 3분 이내에 대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와 주변 연소물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뒤 5분이 지나면 급격한 연소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피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평소에 자신이 있는 곳 주변 비상구 2개의 위치를 파악해서 상황이 발생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한편 어린이집, 양로원, 병원 등 화재 시 스스로 대피가 곤란한 소위 '재난약자'가 있는 곳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대응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관할 소방서나 안전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어떻게 재난약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현장 상황에 맞는 대비책과 동선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비록 귀찮은 과정일 수 있지만 우리 모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기회를 절대 소홀히 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다음 기사인 화재 대피훈련에 대한 고찰 (2)에서는 훈련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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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검열관. 중앙소방학교, 서울소방학교 등 외래교수. 소방칼럼니스트: 경향신문 <이건의 소방이야기>, 세이프타임즈 <이건의 이슈분석>, 오마이뉴스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서: <주한미군 취업가이드>,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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