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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운영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에서 제작한 일러스트.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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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30대 민기(가명)씨는 여전히 빚을 갚고 있다. 대학 시절 사업을 하던 부모님의 요청으로 학자금 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민기씨가 대출까지 받았지만, 집안의 경제적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렸다. 결국 대출금을 계기로 시작된 부모님과의 갈등은 가족의 연을 끊는 방식으로 종결되었다.

민기씨는 2006년에 첫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장학재단이 설립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교육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아래 주택공사)가 9: 1로 보증을 선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 있었다. 당시에는 은행에서 대출금이 나왔다.

이후 대학에 휴학계를 낸 민기씨는 홀로 대출금을 상환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게임에 빠져, 300만 원에 가까운 통신부채를 짊어지는 등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학도 중퇴했다. 민기씨는 그날 이후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안해본 일이 없었다. 신용유의자이자 최종학력 고졸로 시작한 사회생활이었지만, 정착하고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이어왔다.

민기씨가 대학을 떠난 직후인 2009년 5월 장학재단이 설립되었다. 2009년 2학기를 기점으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사업이 중단되고, 장학재단의 직접 대출이 시작됐다. 2009년 2학기 이전에 이루어진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연체될 경우 90%를 장학재단이 인수했다. 10%는 주택공사에 남았다. 즉, 민기씨의 학자금 대출을 두 기관이 나누어 보유하게 된 것이다.

최대 세 곳과 분할상환 약정 체결... "OTT 서비스인가"

2014년 9월에는 장학재단과 주택공사가 보유한 장기연체 채권의 일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아래 자산공사)로 이전되어 일부 감면되었다. 이 때문에 2005년 2학기부터 2009년 1학기까지 운영되었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장학재단, 주택공사, 자산공사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민기씨의 학자금 대출은 자산공사로 이전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학자금 대출이 장학재단, 주택공사, 자산공사로 쪼개져 있어 세 기관과 각각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한 사례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매달 여러 기관에 분납하는 채무자들 사이에서 "학자금 대출이 OTT 서비스냐"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마치 넷플릭스, 왓챠, 티빙을 비롯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회비를 내듯 학자금 대출을 분할상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민기씨는 2016년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서 다른 채무들을 성실하게 상환했다. 개인워크아웃은 과중한 채무를 지닌 개인에게 이자율 조정, 상환기간 연장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민기씨는 8년간 96회에 걸쳐 채무를 상환하기로 했다. 드디어 10년 넘게 이어져온 채무자의 삶에 끝이 보였다.

2019년 주택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학자금 대출 150여 만원이 장기연체되어 있으니,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하자는 연락이었다. 그동안 민기씨를 거쳐간 대출이 한 두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억이 흐릿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대출금이 많지 않았지만, 담당 기관에서 정확히 안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정을 체결한 민기씨는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에 대한 상환 계획을 수립했다고 생각했다.

2021년 3월, 민기씨는 광주의 한 제조업 회사에 취업했다.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민기씨는 시험에 불합격해도 계속 이곳에서 일할 생각이다.

얼마 전 민기씨는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좋은 소식을 하나 들었다. 광주시에서 학자금 대출을 장기연체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우선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시에서 지원하는 1: 1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민기씨는 광주청년드림은행(아래 드림은행)에 상담차 방문했다. 드림은행은 광주 청년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 청지트)가 광주시의 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을 위탁해 운영한다.

그러나, 민기씨는 상담을 통해 뜻밖에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학재단에 민기씨 명의의 학자금 대출 1000만 원이 남아 있었다. 장학재단 설립 이전에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민기씨 입장에서는 장학재단을 이용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주택공사와 체결한 분할상환에 모든 학자금 대출이 포함된 줄 알았다는 민기씨의 말에, 상담사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 세 기관으로 쪼개지게 된 경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해조차 쉽지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연체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인수할 당시 주택공사와 장학재단은 채권사 변동에 따른 통지를 실시했다. 그러나, 등기가 아닌 우편으로 통지했기 때문에 주소만 바뀌어도 전달되지 않았다. 민기씨에게는 그마저도 10여 년 전의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대출은 7년 이상 연체할 경우 연체내역이 삭제된다. 이 때문에 학자금 대출 채무자가 어느 기관에 얼마나 채무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주택공사와 장학재단은 서로의 부채 내역을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기관은 특정 시기에 발생한 부채가 쪼개져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민기씨는 주택공사와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할 때에도 다른 기관에 부채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안내는 받지 못했다.

1000만 원에 달하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대출금은 민기씨의 장기 계획에 큰 차질을 주었다. 결국 민기씨는 장학재단과 새로운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했다. 장학재단 분할상환 약정은 전체 채무액의 5%를 초입금 명목으로 납부한 후 남은 부채를 분할하여 상환하는 방식이다.

민기씨는 드림은행을 통해 초입금을 지원받았다. 광주시에서 드림은행과 함께 학자금 대출 장기연체자들을 대상으로 100만 원 이내의 범위에서 채무액의 5%에 해당하는 초입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드림은행 상담사와 함께 소비 조정도 실시한 민기씨는 다시 안정적이고 정착되어 있는 삶을 이루어내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학자금 대출 상환하는 30대들 

광주 청지트 주세연 센터장은 "최근 민기씨처럼 상담 과정에서 본인도 몰랐던 학자금 대출을 발견하는 30대 내담자들이 많다. 워낙 구조가 복잡해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고, 상담사들도 매번 세 기관에서 정보를 취합해야만 학자금 대출 현황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며 "채권관리 일원화를 위해 모든 학자금 대출을 한국장학재단이 매입한 후 이를 널리 공표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주 센터장은 또 "주택공사가 2005년 2학기부터 2009년 1학기까지 보증을 선 학자금 대출 7조 7천억 원은 연이율이 7%가 넘는 고금리 대출이었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 원금보다 이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학자금 대출의 취지에 걸맞게 이자 조정과 과감한 탕감을 비롯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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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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