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청년금융소외시대'는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를 찾아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지방 청년들의 경제생활을 이야기하고 지역, 청년경제, 부채, 불법금융 등의 문제를 양지로 끌어내고자 한다.[편집자말]
광주청년드림은행이 홍보를 위해 제작한 웹포스터다.
 광주청년드림은행이 홍보를 위해 제작한 웹포스터다.
ⓒ 광주청년드림은행, 일러스트 작가 윤연우

관련사진보기


지연(가명)씨는 광주에 사는 20대 청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하던 아르바이트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부모님께 용돈을 받았다. 얼마 후 코로나19와 구직 준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생활이 빠듯해졌다. 급하게 쓸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알아봤다. 당시에는 취업만 하면 금방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간단한 검색을 해보니 조건 없이 대출을 해준다는 광고를 찾을 수 있었다. 광고에는 메시지를 보내면 친절하게 상담을 도와준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업자'와 연락이 닿았다. 업자는 휴대폰을 개통해주면 바로 돈을 입금해주겠다고 했다. 당장 휴대폰을 개통하는데 들어가는 돈에 비해 큰 금액이었다.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업자는 개통할 휴대폰 기종과 대리점도 정해주었다.

조금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당장 돈이 급했던 지연씨는 업자가 시키는 대로 휴대폰을 개통하여 업자에게 넘겼다. 업자는 휴대폰을 받은 직후 돈을 입금해주었다. 업자는 이 돈은 대출금이 아닌 사례금이니 갚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내구제 대출'로 불리는 불법금융이었다. '내구제 대출'은 대출희망자가 휴대폰 등을 개통하여 브로커에게 넘기면 브로커가 그것을 판매한 후 수수료를 챙기고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대출 희망자에게 주는 형태의 불법금융을 뜻한다.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었다. 지연씨는 업자가 건넨 돈을 급한 불을 끄는 데 사용했다. 이후에는 매달 휴대폰비를 냈다.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순간에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대가는 가혹했다. 지연씨는 업자에게 3차례 더 휴대폰을 개통해주었다. 지연씨는 어느새 매달 휴대폰비로만 5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고 있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지연씨에게는 이미 800만 원의 부채가 있었다. 연체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채권추심도 심해졌다. 그즈음에는 이미 통신사로부터 업무를 수탁받은 신용정보사가 지연씨에 대한 채권추심을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트레스였다.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길이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지연씨는 길을 걷던 중 우연히 시에서 무료로 부채상담을 해준다는 포스터를 봤다. 지연씨는 "돈과 빚이 궁금한 너에게"라는 표현에 멈춰섰다. 얼마 후 지연씨는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 찾아갔다.

광주 금융소외 청년의 마지막 버팀목 '드림은행'
 
광주청년드림은행 전경.
 광주청년드림은행 전경.
ⓒ 광주청년드림은행

관련사진보기


광주에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지난 2018년부터 광주시의 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을 위탁해 '광주청년드림은행(아래 드림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지연씨는 드림은행에서 부채상담을 받았다. 내구제 대출로 인해 부채를 당장 상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지연씨에게 생긴 800만 원의 빚 중 기계값 500만 원은 서울보증보험에 있었고, 나머지 300만 원은 통신사에 남아 있었다. 지연씨는 채무조정제도를 안내받고 상환계획을 수립했다.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월 5만 원씩 8년간 기계값을 상환하게 됐다. 형편이 나아지면 중도상환도 가능한 제도였다. 통신사 요금은 개인워크아웃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월 5만 원의 상환계획을 수립했다.

연체, 추심, 대출, 상환 등 구체적인 금융 용어를 설명받아 연체 과정에 대한 불안감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지연씨는 다시 일상을 되찾았다. 그는 미뤄두었던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주세연 센터장은 "이번 사례는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이 내구제 대출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금융위기 청년'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대포통장 규제를 위해 통장 개설을 제한했듯, 내구제 대출을 막기 위해 휴대폰 개통에 제한을 둘 필요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지연씨와 비슷한 일을 겪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광주청년드림은행은 지난 2020년 전체 내담자 377명 중 9%에 해당하는 34명이 내구제 대출 피해자였다고 밝혔다. 이들 중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한 청년은 2명에 불과하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본인 명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피해자들은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지역뿐 아니다. 지난 2월 18일 불법금융 '내구제 대출'을 조직적으로 실시하여 총 5억 원 가량의 피해를 발생하게 한 일당이 창원지법에서 실시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범 두 사람은 각각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대출 희망자 102명에게 휴대폰 개통을 지시한 후 해당 휴대폰을 중고시장에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최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내구제 대출'이 급증하면서 관계기관들의 고민도 깊다. 광주청년드림은행 주 은행장은 "정부기관들이 내구제 대출을 비롯한 불법금융에 대한 광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