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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생활하다보면 아무래도 대화할 기회가 많다. 집에 있는 두 아들도 청년세대지만 부모와 소통하는 게 서툴다. 반면 학생과 교수 사이에는 자연스럽다. 대화를 하다보면 이전 청년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나아가 동일한 사안이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걸 알 수 있다. 공정 문제가 그렇다. 기성세대는 평등하게 나누는 걸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년세대는 능력주의를 공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에서 보듯 청년세대는 획일적인 분배를 공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대선에서 2030대가 핵심 캐스팅보트로 부상했다. 그동안 청년세대는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최근 투표 참가에 적극적이다. 2017년 대선 때 20대는 76.1%, 30대는 74.2%를 기록했다. 역대 대선 중 가장 높다. 2007년 대선 투표율(46.6%·55.1%)과 비교하면 20~30% 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당시 2030세대 투표율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최저였다. 그런데 불과 10년 만에 다른 연령대를 제치고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때도 다른 연령대는 모두 하락한 반면 2030세대만 올랐다. 청년세대가 적극적인 정치 참여 세대로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촛불시위 참여 경험이다. 이후 조국 사태, 4.7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거치면서 진화했다. 이들은 정치적 효능감을 체감하면서 정치적 실체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 폭등에서 기인한 사라진 계층이동 사다리와 조국‧윤미향에서 드러난 '내로남불'은 기폭제가 됐다. 2030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오세훈은 20대 남성에게 72.5%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이어 2030세대는 '이준석 돌풍'을 견인했고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키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갤럽이 3일 발표한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윤석열은 36% 동률을 기록했다. 특이한 건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다. 18~29세는 24%, 30대는 26%로 다른 연령층(10~11%)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기관이 2일 발표한 조사도 비슷했다. '없음·무응답' 비율이 18~29세는 36%, 30대는 32%에 달했다. 반면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에서 40대 이상은 10~30%대에 그쳤지만 18~29세는 66%, 30대는 61%나 됐다. 또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90%에 달했다. 정리하자면 2030세대 상당수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고, 또 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으며, 투표에도 꼭 참여하겠다로 귀결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러니 2030세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청년표심을 겨냥한 구애는 뜨겁다. 이재명 후보는 '1일 1청년'을 통해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또 윤석열 후보도 청년작가 특별전,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여하며 친근함을 표시하고 있다. 선대위 구성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후보는 청년선대위 설치에 이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권지웅(33)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과 서난이(35) 전주시의원을 임명했다. 윤 후보도 후보 직속 청년위원회 설치와 함께 사할린 동포 스트류커바 디나(30)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여야 모두 청년세대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2030세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 구애와 달리 청년세대는 뜨악하다.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청년을 동원하다 선거가 끝나면 용도폐기를 반복해 왔다. 청년세대가 활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치 환경 개선은 등한시한 채 구색 맞춤으로 소비해온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정치 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정치 진입을 유도하는 유럽 국가와 비교된다. 핀란드 청소년들은 15세부터 정당 청년 조직에 가입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15~28세 청년은 당비를 면제함으로써 정치 참여를 독려한다. 심지어 보수성향이 강한 영국 보수당조차 청년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25세 이하 '젊은 보수당' 회원만 15만 명을 넘는다. 이런 풍토 아래서 산나 마린 총리(34‧핀란드)와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31‧오스트리아)가 배출됐다. EU 27개 회원국 중 30~40대 국가수반만 10개국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청년을 정치 실체로 인정하기보다 장식품으로 여긴다. 18세 투표권조차 지난해 처음 도입했을 정도다. 또한 중고교생 정당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학교 현장이 정치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상생활이 정치인데 학교와 정치를 분리한다는 사고방식은 지극히 꼰대적 발상이다. 독일 청소년들은 난민 수용, 생태문제를 거론하며 사회변화를 견인한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독일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문제에 참여하고 또 정치 효능감을 체험함으로써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조기 정치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청년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또 중앙당이 공천권을 통제하는 정당 운영 방식도 과감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정책과 공약 또한 청년세대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청년세대는 거대담론대신 실생활과 직결된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형 공약보다 학자금 대출 이자, 전월세 대출이자 탕감이 보다 현실적이다. 지난해 20대는 평균 3479만원, 30대는 1억82만원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초년생부터 빚을 안고 출발하는 셈이다. 생활 밀착형 정책이 청년들을 선대위에 동원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2030 유권자는 1494만4419명(18세 유권자 50만7173명 포함)으로 전체 인구에서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이 대한민국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당선도 중요하지만 근본을 들여다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이자 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한스경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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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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