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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 주민 철야농성 8일째 영양제2풍력저지공대위 소속 영양 주민들의 대구지방환경청사 내의 철야 농성이 8일째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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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2풍력저지공대위 소속 영양 주민들의 농성이 길어지고 있다. 6일로 8일째를 맞이한다. 주민들은 대구지방환경청사 내 청장실 앞 복도를 농성장 삼아 지난 8일간 농성을 이어온 것이다. 주민들도 대단하지만 대구환경청장은 더 대단하다. 나이 든 민원인들이 청사에서 8일째 거의 노숙에 가까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8일째 잠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청장 없이도 돌아가는 조직인가? 청장의 결재가 필요한 일이 없단 말인가? 청장은 업무공백을 더 이상 방기하지 말고 대구청으로 돌아와야 한다. 돌아와서 청사 업무도 보고 민원인들의 애타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원인들의 요구는 멸종위기종 산양의 서식처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구지방환경청의 고유 업무가 아닌가. 주민들이 산양의 서식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청장은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서 멸종위기종 산양이 자신의 구역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환경청의 역할이 아닌가.
 
영양 주민들에게 날아든 공문
 영양 주민들에게 날아든 공문
ⓒ 영양제2풍력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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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청장은 돌아오지 않고 청사관리소장으로부터 주민들에게 공문이 하나 전해졌다. 
 
"귀하(영양제2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측)는 2021.11.29.(월) 09:00경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10여명 규모의 단체인원이 대구지방합동청사(이하, '대구청사') 대구지방환경청장실(4층) 앞 복도 등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무단 점거로 인하여 민원인의 통행방해, 코로나19 확산우려 등 대구청사 업무추진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으므로 청사 밖으로 퇴거를 요청하오니, 이 공문을 수령한 즉시 퇴거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끝."
 
청사 밖으로 퇴거하라는 최후 통첩이다. 청장이 청사를 비운 지 8일째로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드디어 물리력을 쓰려는 것인가? 주민들을 기어이 들어내려는 것인가?

주민들이 완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이유

주민들은 완강하다. 당연하다. 주민들이 농성을 한 이유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어준 것이 없는데 농성을 풀 수는 없지 않은가. 주민들에게도 명분이 필요하다.

영양 주민들과 적극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산양의 서식처를 지키려는 숭고한 목적의 영양 주민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문을 받은 후 주민들은 대책회의를 연 후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양양 주민들은 6일로  8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양양 주민들은 6일로 8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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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대구청사관리소에서 첨부한 공문을 전달하면서 사진 촬영하고 갔습니다. 대구환경청장실 앞에 있는 주민들이 민원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코로나 확산 우려가 있으니 퇴거를 요청한다는 공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민원인의 통행을 방해한 적 없고, 코로나 방역수칙을 솔선해서 잘 준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의 정당한 민원은 해결하지 않고, 권한을 가진 청장은 청장실에 나타나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을 쫓아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추진되는 사업은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라 사기이고 폭력입니다."


친환경을 가장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산양 등의 서식처가 나오면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되어 있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산양의 서식처가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구지방환경청은 아무런 일도 취하고 있지 않고 청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영양 주민들의 심정을 알 것만 같다. 영양 주민들의 투쟁이 이해되고 그들의 투쟁에 굳건히 연대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더 넓고 긴 연대의 물결이 밀려올 것이다.

대구청장은 지금이라도 돌아와야 한다. 돌아와 주민들과 마주 앉아야 한다. 그리고 함께 산양의 서식처를 지키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이 주민들이 원하는 바이고, 대구청이 가야할 길이다. 대구청장은 하루속히 돌아오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풍력발전, #대구지방환경청, #영양제2풍력,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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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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