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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해에도 많은 법이 생겨났고 개정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여러분의 삶에 영향을 준 '최고의 법 개정'은 무엇이었습니까? <오마이뉴스>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가 뽑은 '올해의 법 개정'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더불어 관심 있는 시민기자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8월 31일 구글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구글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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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국회는 쉴 틈 없이 돌아갔다. 지난 1년 동안 국회가 어떠한 길을 걸어왔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입법이다. 그렇기에 2021년 한 해 국회를 통과한 입법을 살펴보는 것은 지난 1년간 국회의 활동,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치·제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1년 최고의 법 개정 베스트 5를 선정해 봤다.

[#1]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한국의 법률, 특히 민법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의 민법은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결과적으로 한국 민법은 독일 민법, 소위 대륙법계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계보학적 흐름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법률 또는 법학이 세계를 선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부분 일본과 독일의 그것을 수용하는 위치였다. 심지어 일본 판례가 몇 년 후 한국에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법률이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민법 분야였다. 바로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이다. 한국 전자상거래의 발전 속도가 세계를 선도할 정도였던 점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 역시 발전해 나갔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오픈마켓에 초점이 맞춰진 좁은 의미에서의 전자상거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앱) 마켓 역시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 전자상거래에 해당할 것이다.

2021년 8월 말 국회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인앱결제'는 앱을 이용하면서 유료콘텐츠를 구매할 때 장터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OS를 거의 99% 독점하고 있는 구글(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과 애플(iOS, 애플앱스토어)은 그들이 운영하는 앱장터를 통해서만 앱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강제하면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왔다.

1만 원짜리 콘텐츠를 구매하면 앱장터 사업자가 3천 원을 가져가는 구조로, 통행세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심지어 구글은 지난 9월 최대 30%였던 수수료를 추가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구글이나 애플의 결제시스템이 아닌 다른 시스템을 통한 결제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스마트폰 OS를 독점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공룡기업을 상대로 그들의 횡포를 규제한 세계 최초의 시도다. 다만 구글은 외부 결제를 허용하더라도 해당 결제에 다시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등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애플은 아직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두 세계적 공룡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다.

[#2]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한국 지방자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1948년 제헌 헌법에서 이미 지방자치를 명시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후다.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가 임시조치법을 통해 지방자치를 "조국 통일 이후"로 유보해 버렸기 때문이다. 1987년 개헌과 함께 박정희의 임시조치법도 폐지되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4년이 지난 1991년에야 비로소 지방선거가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지방자치도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의 권리가 제한되었고 지방의회의 권한도 턱없이 부족했다. 지방정부가 민선 7기까지 이어왔으나 시민들이 그들의 권리가 강화되었다고 실감하기는 어려웠다. 시민이 자신들의 터전인 지방정부에 스스로의 권리를 직접 행사하는 조례 제정 또는 폐지 청구권이나 시민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대표자를 해임하는 주민소환제는 형식적 제도에 멈춰 있었다.

이러한 수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은 2020년 12월에 되었지만 2021년부터 시행되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부분 개정이 아닌 전면 개정으로 지방자치법을 아예 새롭게 제정한 것으로 취급된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은 주민과 지방의회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주민이 주체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지방의회는 독자적 인사권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변화는 한둘이 아니어서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도입 및 시행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제도가 정착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태도와 실천이 중요하다. 권리가 대폭 강화되어도 그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사문화될 것이다.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과 그에 따른 대한민국의 변화는 2022년 예정인 민선 8기 지방선거를 통해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경력단절여성법 전부개정

고용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연속성이 단절된 여성을 뜻하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차별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는 흔히 경력단절이라고 했을 때 임신·출산 그리고 육아로 의해 고용 연속성이 단절된 경우로 이해하고는 한다. 하지만 고용 연속성의 단절은 임신·출산·육아만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고용 연속성의 단절을 임신·출산·육아로 한정할 경우 이를 제외한 사유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여성들은 제외되는 부당함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고용 단절은 임신·출산·육아 외에도 성별임금격차와 같은 근로조건에 의한 경우도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한민국의 유리천장지수 중 성별임금격차는 2021년 기준 3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29위다(OECD 평균은 12.8%). 경력이 증가해도 임금은 제자리 수준이니 여성은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퇴사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아도 경력이 오래된 여성은 퇴사의 기로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는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정책의 대상 역시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과 재직 여성 등을 포함하여 '여성' 전체로 확대하였다. 경력단절 사유 역시 혼인‧임신‧출산‧육아 등만이 아닌 근로조건을 추가했다. "경력단절여성"이 가지고 있었던 차별적 의미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개선한 시도일 것이다.

그간 고용시장에서 여성들은 혼인‧임신‧출산‧육아 등에 의해 차별받는 것으로 인식되어오고는 했다. 이는 성별차별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근본적 원인을 희석시켜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의 개정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성별차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개정법률은 직접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을 가지고 있지 못한 한계도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및 백서 발간, 구인·구직 정보수집 및 제공, 직업교육훈련과 일경험 지원사업의 대상 확대 등 여성 고용촉진 활성화를 위한 기반마련이 법률이 가진 가장 강력한 조치로 보인다. 때문에 향후 후속입법절차를 통한 보다 강력한 강제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세무사법 개정

변호사들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별도의 시험 없이 변리사와 세무사 자격까지 자동으로 부여받아왔다. 당연히 변리사와 세무사들이 변호사의 자동자격취득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2015년 변리사법은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6개월의 실무연수를 받아야 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이들은 6개월 실무수습을 받아야 비로소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는 데 반해 변호사들은 실무수습도 없이 바로 자격을 취득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세무사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2017년 세무사법을 개정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도록 변경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더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법률 개정 이전에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들은 여전히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변호사들의 신규진입만을 막은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11월 11일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변호사들이라도 '기장대행과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버렸다. 기장대행은 세무사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무로 이를 금지할 경우 사실상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 수행은 불가능해진다. 당연히 대한변호사회는 강력히 반발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와 변리사 자격을 부여할 당위성은 없다. 세무사와 변리사 업무 중 소송대리 업무는 없다. 세무사와 변리사 업무가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간 소송대리와 관련도 없는 세무사와 변리사 업무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들이 수행할 수 있었다.

세무사와 변리사 자격의 자동부여는 비단 세무사와 변리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조인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의 문제일 것이다. 변호사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동으로 부여해 왔던 세무사와 변리사 자격에 대한 제동은 이처럼 과잉대표되어 왔던 법조인의 권한에 대한 제동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대한민국의 유·무형 자본을 보다 평등하게 분배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다만 법률전문가 집단인 대한변호사회의 헌법소원의 결과는 지켜봐야 할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5]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지난 7월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에는 국제무대에서 최강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 엘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는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그 과실을 얻지 못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대기업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그들과 협력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기업도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협력관계가 아닌 종속관계인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갑질에 유망했던 중소기업이 한순간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오히려 대기업에서 탈취해가는 경우도 많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의 희생으로 대기업만 성장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에서 그간 중소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개선을 요구해왔던 것이 기술탈취 방지 대책이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인정해주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은 대기업의 기술탈취 방지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 협약이 의무화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최대 난제였던 기술탈취에 대한 입증책임도 많은 부분 대기업이 부담하도록 개정되었다.

이는 중소기업에게 기술개발의 유인을 제공하고 개발한 기술을 통해 합당한 보상을 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다면 이제는 중소기업과 함께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변호사입니다.


태그:#국회,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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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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