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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28일 광주시 남구 양림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28일 광주시 남구 양림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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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역사왜곡 단죄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지난 28일 광주광역시 양림교회 예배 참석 후 취재진을 만나 "나치 범죄에 대해선 아직도 전범관련자를 추적해서 처벌하고, 나치범죄 행위를 찬양·부인하거나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면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서 국권회복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독립운동, 이런 당연히 인정해야 되고 존중돼야 할 역사적 사건들을 왜곡·조작·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반드시 만들어야겠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이재명 "역사왜곡 단죄법, 반드시 만들겠다").

21개 역사단체들의 반대 이유 셋

하지만 역사왜곡 단죄법에 대해 역사학계는 '역사의 사법화'라며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성명이 있다. 지난 6월 9일 총 21개의 역사학회 및 역사연구자 단체가 발표한 '역사의 사법화 현상을 우려한다 – 역사왜곡방지법안 발의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이 바로 그것.

이는 5월 13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연히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제국주의의 우리나라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지배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일명 '역사왜곡방지법안'을 발의하자 반대에 나선 것이다. 해당 법안은 역사를 왜곡한 자에게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며 법을 어길 경우 처벌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해당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 중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뉴라이트 교수들이 출판한 <반일종족주의>를 비판하는 단체도 있는 만큼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소위 말하는 '식민사학'과는 거리가 매우 먼 학술단체들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들은 역사왜곡방지법안에 반대하는 걸까.

역사학계는 반대의 첫 번째 이유로 해당 법안이 "반공독재체제 시절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탄압했던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과 유사한 조항이 규정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성명서는 "일본제국주의 지배와 일본제국주의 지배하에서 일어난 폭력, 학살, 인권유린에 대한 찬양, 고무, 선전을 금지한다는 조항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하고 제21대 국회에 폐지안이 상정돼 있는 국가보안법 7조 찬양 고무죄를 떠올리게 한다"며 "법안 발의자들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했던 지난한 인권운동의 역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의 두 번째 이유는 해당 법안이 역사의 심판을 법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역사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가 "역사왜곡행위, 일제찬양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등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명서는 "일제 강점기의 역사 또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논쟁의 영역으로서 특정 역사연구자가 유력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심판관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역사의 심판관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반대의 마지막 이유는 해당 법안으로 인해 역사 문제가 정치 변동에 따라 사법적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명서는 "정치적 갈등과 논란을 야기하는 모든 역사적 사건들을 법으로 심판하고 단죄하려 한다면, 역사 연구와 역사교육이 정쟁에 휩싸이면서 자기 검열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위축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접근과 논의를 막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라며 우려하고 있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와 평생 싸운 학자도 부정론자의 사법적 단죄엔 반대

그렇다면 식민지배를 찬양하고 독립운동가를 모독하는 행위는 어떻게 해결돼야 할까. 위 성명서는 이에 대해 "홀로코스트 부정을 법으로 처벌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역사 부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볼 때 법적 규제가 만능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이 문제들과 적극적으로 대면하며 공론장에서 자연 도태시키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고 "학문적·시민적 공론장에서 역사 문제를 더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은 비단 한국 역사학계만 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영국의 재야사학자 데이빗 어빙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 및 왜곡을 범죄로 규정한 오스트리아에서 체포당했다. 역사왜곡에 대한 단죄가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어빙이 체포당한 후 미국의 역사학자들이 어빙의 석방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구명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역사학자들이었을까? 천만에 말씀. 그중에는 어빙을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라고 규정했다는 이유로 어빙에게 고소를 당한 데보라 립스타트 교수도 있었다. 립스타트 교수는 <홀로코스트 부정하기>라는 책을 쓸 정도로 홀로코스트 부정론에 맞서 싸운 학자다.

그런 그가 왜 어빙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일까? 인간적 연민 때문에? 아니다. 미국의 역사학자들과 립스타트 교수는 어빙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학문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어빙에 대한 형사법적 규제를 반대했을 뿐이다. 어빙의 체포 소식에 대해 립스타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검열제가 승리했기 때문에 나는 기쁘지 않다. 나는 검열을 통해서 전투를 승리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자와 투쟁하는 유일한 방법은 역사와 진실이다."
 
립스타트 교수의 말처럼, 그리고 성명에 참여한 다수 역사학계의 의견처럼 역사는 사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재명 후보가 역사학계의 이같은 우려와 반대에 대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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