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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가 찾아와도 대학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다. 비대면으로 인해 강의실은 동네 카페가 된 지 오래고 무료하게 인터넷 강의를 듣는 건 여전하다. 평소처럼 강의를 듣던 도중 핸드폰에서 '띠링' 알람이 울렸다.

순간 노트북과 연결되어 있던 무선 이어폰의 페어링이 끊어져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핸드폰과도 연결되어 있던 터라 이런 상황은 종종 마주한다. 핸드폰 블루투스를 켜놓은 내 잘못이리라. 카페 안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지만 민망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여느 때와 같이 카페에 와 노트북을 켜고 앉아 가방 안 무선 이어폰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아무리 뒤져도 나오는 것이 없어 내용물을 모두 꺼내 보니 이어폰이 없었다. '집에 두고 왔구나' 깨닫고선 포기하고 돌아 앉아 노트북을 두드렸다.

백색 소음은 오히려 집중력을 증가시킨다던데 집중은커녕 잡생각이 계속 들어 애꿎은 핸드폰만 들여다보기 일쑤였다. 이제는 무선 이어폰 없이 살아갈 수 없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짧은 사이에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가질 수 있는 고요함이 그리워졌다.

무선 이어폰 성공의 비결
 
외부 소음을 차단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은 일종의 휴식처를 제공한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은 일종의 휴식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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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의 독특한 디자인에 '콩나물 대가리'라고 놀림 받던 것도 이젠 까마득하다. 길거리를 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삼성의 버즈, 애플의 에어팟, 브리츠, QCY 등 다양한 기종의 무선 이어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줄이 꼬이거나 관리가 소홀해 선이 망가져 더 이상 쓸 수 없었던 유선의 단점을 넘어선 무선의 등장은 순식간에 이어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다.

실제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애플사의 에어팟 프로가 올해 2분기(4~6월)에 1000만 대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무선 이어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갤럭시 버즈 시리즈에서 모두 고른 성적을 내 샤오미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2분기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 자체가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무선 이어폰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편의성과 사용감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음질의 경우, 유선 이어폰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시중 대부분의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이 셀링포인트가 되었다.

결정적으로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능의 도입으로 세상과의 단절이 자유로워졌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귀마개라도 한 것처럼 주변의 소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하다가 이어폰을 벗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어지러운 소음은 공간을 구성하는 청각의 힘이 이리도 크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어지러운 소음을 피해 달아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이어폰만으로 세상과 단절된 기분을 준다. 이는 단순한 도피처의 느낌보다 더한 해방감을 준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어지러운 도시의 소음은 휴식을 간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짧더라도 간절한 휴식의 시간

S(21, 학생)씨는 현재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능이 끝나도 실기시험을 위해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무선 이어폰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소음을 단절시켜주는 것은 물론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피로한 기분을 진정시키고 어지러운 생각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도 그는 종종 무선 이어폰을 끼고 걷는다고 말했다.

이어폰을 방패 삼아 세상과의 소통을 막으면서 살아가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다.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쳇바퀴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세상과의 단절은 간절하기까지 하다.

꼼꼼히 따지던 무선 이어폰의 음질이나 배터리 문제도 이제는 별 상관이 없어졌다. 무선 이어폰을 끼는 순간 그 공간에 나와 음악만이 존재한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은 일종의 휴식처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제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조차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한다. 선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정말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카페에서 과제를 할 때도 배터리가 다 된 이어폰을 종종 귀에 꽂아 넣기도 한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 카페의 소음들로부터 단순히 단절되는 것을 넘어서 손에 익어버린 습관이다.

이제 보니 무선 이어폰의 성공을 단순히 편의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음을 느낀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우리에게 더없이 간절한 것은 휴식일 테니, 짧더라도 소란스러운 귓가에 쉬는 시간을 선물하는 무선 이어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창의와 혁신의 발명품은 언제나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만 무선 이어폰만큼은 편의성, 그 이상의 것을 선물해 준 것 같다. 

태그:#무선이어폰, #단절, #노이즈캔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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