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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동물의 성격'입니다.[편집자말]
얼마 전 SNS에 반려견 은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이라 내 얼굴은 반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 지인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주연님과 은이는 어딘가 묘하게 닮았어요!'

나는 한동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예쁜 은이와 내가 닮았다니 기분이 좋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은이가 중년인 내 나이로 보인다는 의미인 것 같아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은이와 함께 한 여러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다 깨달았다. 우리가 닮은 구석이 꽤 많다는 것을. 외모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성격이 많이 닮은 것만은 분명했다. MBTI 유형을 떠올려보니 더욱 그랬다. 은이와 나는 MBTI의 4개의 성격지표 중 3개가 일치한다.

E,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아이고, 예뻐라!"

산책을 하다 어디선가 이 소리가 들려오면 은이는 꼬리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곤 이 말을 해준 사람에게 달려가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마치 '고마워요! 근데 당신은 누구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십중팔구 은이를 쓰다듬어 주면서 은이의 눈빛과 몸짓에 호응해준다. 새로운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금세 사귀는 은이는 MBTI로 치면 외향적인 'E'의 성격을 타고난 듯싶다.

나도 그렇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늘 설레고 즐겁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생기를 느끼고, 새 친구를 사귀며 내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나 역시 외향적인 성격이다.

때문에 나는 은이와의 산책길이 더 즐겁다. 은이의 붙임성 덕분에 내겐 곧잘 새 친구가 생긴다. 은이의 격렬한 환대를 받은 사람들은 한동안 자리에 머물러 은이와 놀아주기 마련이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내게도 말을 건네온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그 자리에서 꽤 오래 이어지고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은이 덕분에 나는 오래 산 이 아파트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이웃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린다.
 
반려견과 함께 하면서 나는 종종 우리가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반려견과 함께 하면서 나는 종종 우리가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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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vs N, 서로 다르지만, 보완이 되기도 해요!

나는 약간 몽상가 같은 기질이 있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감각이나 정보에 초점을 두기 보다 삶의 의미와 목적 등에 보다 가치를 두고 주변을 인식한다. MBTI로는 'N'에 해당한다. 이런 성격은 은이와 산책을 할 때도 종종 드러난다. 길을 걷다 달라지는 풍경들이 신비롭게 느껴질 때 나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며 그 자리에 멈춰서곤 한다.

이럴 때 은이는 내게 현실 감각을 일깨워준다. 흙바닥의 미묘한 냄새들, 작은 벌레들, 풀잎 하나 하나를 관찰하길 좋아하는 은이는 MBTI의 인식기능으로 따지면 분명 'S'일 테다. 'S'는 오감과 실재 경험에 초점을 두어 정보를 인식하는 유형이다.

'N'인 나와는 반대인 셈인데 덕분에 나는 완전히 공상에 빠져들지 않는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은이는 빨리 가자고 나를 잡아 끌기도 하고 주변에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나타났을 때 알려주기도 한다. 반대의 유형이지만 서로 보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얼마 전 이런 성격 차이로 은이가 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다. 내가 완연한 가을 풍경에 빠져 있는 사이 후각 정보에 예민한 은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치킨 한 조각을 덥썩 물어버린 것이다. 풍경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는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집에 도착해서야 나는 은이의 입에서 거대한 치킨 조각을 발견했다. 다행히 은이가 삼키기 전이었고 입을 벌려 빼낼 수 있었지만, 큰 일 날 뻔한 순간이었다(치킨을 뼈째로 삼키는 것은 개들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은이와 산책할 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기로 다짐한 날이었다.

F, 서로의 감정을 어루만져요

내 배우자는 MBTI의 'T' 유형이다. 어떤 일이 생기면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판단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엔 서툴다. 이와는 정반대로 'F'인 나는 정서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한 편이다. 현실적인 해결보다는 정서적인 공감과 배려에 비중을 둔다. 이런 성격 차이는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부딪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번은 신용카드를 잃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남편에게 속상하다고 말했더니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잘 챙겼어야지! 얼른 분실신고 하고 재발급 받아!" 하지만, 내가 기대한 것은 "많이 놀랐겠네. 속상하겠다"라는 정서적 위로였다. 어김없이 내 마음엔 서운함이 차올랐다. 

이럴 때 나는 은이를 찾는다. 내가 속상해하고 있을 때 은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게 다가와 자신의 보드라운 털을 내민다(말해도 잘 모르는 남편과는 완전 반대다!). 은이의 털을 가만히 쓰다듬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차분해진 상태에서 나는 이런 상황이 다른 성격유형에서 비롯된 것이지, 남편이 나를 비난하고자 한 것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내려놓게 된다.

사람의 감정을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본능적으로 위로해주는 은이는 분명 MBTI의 'F'일 것이다. 은이의 위로는 역시 'F'인 내가 'T'인 배우자와 살아가는데 큰 의지가 된다.

J, 규칙적인 일상을 좋아하는 우리
 
규칙적인 일상을 선호하는 은이는 밥 때가 되었는데도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으면 내 방 입구에 엎드려 나를 바라보며 내게 식사 시간임을 알려준다.
 규칙적인 일상을 선호하는 은이는 밥 때가 되었는데도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으면 내 방 입구에 엎드려 나를 바라보며 내게 식사 시간임을 알려준다.
ⓒ 송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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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늦잠을 잘 수가 없어. 은이야. 또 아빠 깨웠어?"

우리 집의 주말은 종종 잠에서 깬 남편의 '즐거운 푸념'으로 시작된다. 주말과 평일 구분없이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은이 때문이다. 은이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나를 깨우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은이와 나는 함께 일어나 서재로 가 새벽 글쓰기를 하며 하루를 연다. 아침 6시 50분이 되면 은이는 다시 침실로 간다. 그리곤 어김없이 남편의 품에 파고들어 그를 깨운다.

그렇게 식구들을 깨운 은이는 아침 8시면 밥을 달라고 주방 앞에서 '기다려' 자세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오후 4시가 되면 산책을 가자고 채근한다. 저녁 6시가 되어서도 내가 주방으로 가지 않으면 은이는 엎드린 채 나를 바라보며 무언의 사인을 보낸다. 저녁 식사 시간임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졸고 있다!

나는 은이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매일 새벽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며, 오후 4시에 산책을 할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일상을 선호하는 'J' 유형인데 분명 은이도 그럴 거라 확신한다.

은이는 때론 이런 일과가 무너져 밤 9시가 되어서도 잠을 자지 못하면 짜증을 부리곤 하는데 그 모습 역시 나와 닮았다. 은이의 짜증은 종종 같은 상황에서 신경질을 내는 내게 반성의 기회가 되어 주기도 한다.

돌아보면, 처음부터 우리가 이리 닮았던 것 같지는 않다. 유기견이었던 은이가 막 가족이 되었을 때 은이는 지금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행동했었다. 함께 지낸 시간이 늘어나면서 서로가 닮아가고 있는 건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은이가 자신의 본래 성격을 드러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지금 은이의 모습이 참 자연스럽고 신나 보인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은이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된다. 나와 비슷한 은이의 모습은 종종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은이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은이야. 견생 20년도 우리에겐 부족해! 견생 25년 아니 30년을 약속해줘.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내 곁에서 건강하게 함께 해주기!"

내 마음을 잘 읽어내는 은이이기에 나는 믿는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줄 거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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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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