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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여행 셋째 날은 비토섬에서 나와 사천대교를 건너 삼천포항이 있는 남부권으로 이동했다. 남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노산공원에 오르니 창선도, 신수도, 사량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금오산, 남해 금산도 손에 잡힐 것 같다.

풍경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평화로운데 계절 탓인가 생기가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람선은 부두에 하염없이 묶여 있고, 어선들도 정박한 지 오래인 듯 갯벌에 모로 누운 채 졸고 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의 살이가 녹록지 않은 모양이다.

노산공원에는 박재삼 시인의 문학관과 시비, 흉상 등이 있어 그의 문학세계를 음미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질박한 서정성에 마음이 끌려 그의 시를 좋아했었는데 이런 여행길에서 그를 만나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왠지 안정되지 않는 마음을 다잡아 바닷가로 내려가니 삼천포 앞바다가 가을 강처럼 울음이 타고 있다. 소리 죽은 가을 바다를 처음 보것네.

발길은 어느새 남일대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작고 아담한 해수욕장은 지난 여름의 아우성을 모래톱에 묻어둔 채 한적하다. 코끼리바위도 해안도로가 훼손되어 접근할 수 없다. 그 너머로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우주정거장처럼 웅장하게 솟아있다. 해안 데크가 진널전망대까지 이어져 걷기에 좋았다. 인적 없는 해안길을 따라 걷노라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늦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준다.

'바다로, 하늘로, 사천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운행 중인 사천바다케이블카는 2018년 4월에 개장했다. 삼천포대교를 끼고 대방에서 초양도, 초양도에서 다시 유턴해 각산까지 올라갔다가 대방으로 돌아오는 2.43㎞의 코스다. 인근 통영의 해상케이블카가 2008년에 개장해 관광객들로 대박을 터트리자 2014년에는 여수에서, 2018년 6월에는 부산 송도에서, 2019년에는 목포에서 해상케이블카를 개장하는 등 각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개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 뿌리칠 수 없었겠지만, 가능한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주변 경관과 조화롭게 설치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평일의 한산함 덕에 아내와 단 둘이 탄 케이블카는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경이 바다를 건너는 아찔함을 금세 잠재운다.

우리는 초양정류장에서 하차해 주변 경관을 둘러본 후 다시 돌아가는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케이블카는 출발지인 대방정류장을 지나 곧장 각산으로 올라간다. 각산정류장에 내리니 봉수대를 끼고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남해의 석양이 심금을 울린다. 노을빛에 반짝이는 잔잔한 수면이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곱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귀하디 귀한 선물이다.

그리움이 물들면

어제 너무 강행군을 했던가. 오늘은 더 늦장을 피웠다. 전날 미처 보지 못한 삼천포대교공원을 따라 청널공원까지 갔다. 밤에 야경이 아름답던 풍차가 공원 중앙에 우뚝 서 있다. 오전의 공원은 인적 없이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름 모를 새들만이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부산스럽다. 골목을 돌아 내려오는 공원길은 부산 감천마을처럼 집들이 비탈에 다닥다닥 붙어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늦가을의 햇살을 피해 각산 뒤편에 있는 케이블카자연휴양림에 들렀다. 올 8월에 개장했다는 휴양림은 아직도 진입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편백림이 울창한 휴양림은 이쁘고 정갈했다. 야영장에는 몇몇 텐트도 보인다. 숲길을 따라 걸으니 피톤치드가 몸에 배인다.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호강한다.
 
휴양림에는 편백림이 열병식을 하듯 줄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사천케이블카자연휴양림 휴양림에는 편백림이 열병식을 하듯 줄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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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관광로를 타고 동부권으로 향했다. 바닷가를 끼고 이어지는 석양길은 차로 이동하기에는 아까운 풍광이다. 길을 따라오는 바닷가에서는 하나둘 주민들이 갯것을 하고 있다.

갈매기들이 할 일 없이 바다 위를 배회하거나 뻘에서 먹이를 찾는다. 대포항 부두에는 그리움에 물든 여인이 홀로 바다를 지키며 님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쉼터를 내어주는 해안도로는 그렇게 사천읍까지 이어진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사천읍성에 올랐다. 시내 복판이라 산책하는 주민들이 많다. 사천은 가는 곳마다 이렇게 공원이 잘 꾸며져 좋다.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상승하겠다. 성벽 옆으로 줄지어 서서 황금빛으로 치장한 은행잎이 우수수 내려 대지를 덮는다.
 
해안도로 석양길 대포항 부두에서 만난 여인상이 님을 그리며 홀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
▲ 그리움이 물드면 해안도로 석양길 대포항 부두에서 만난 여인상이 님을 그리며 홀로 바다를 지키고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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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있어 충만한 여행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방문하기로 한 배누리 농장에 들렀다. 강아지 여남은 마리가 먼저 나와 반긴다. 낯선 사람을 이렇게 반기는 녀석들은 처음 본다. 농장에서는 배, 체리, 참다래 등의 과수 재배와 함께 오골계, 젖양 등을 사육하며 체험을 병행한다. 단체로 방문한 체험객이 있어서 우리는 옆에 살짝 끼어 무방부제 빵을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 모양이 예쁘지는 않았지만 구우니까 정말 맛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항공우주박물관에 잠깐 들렀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광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나들이 온 아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박물관 주변으로는 첨단항공우주과학관, 항공우주테마공원, KAI에비에이션캠프, 사천공항까지 항공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해진다.

여유롭고 풍성했던 여행이 끝났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체험거리를 찾는 게 좀 어려웠으나 바다가 있어 충만한 여행이었다. 일부 지자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살아보기를 실시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주춤하고 있다.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져 이런 여행이 일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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