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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에 '전시회'라는 형식은 무척 드물다. 산업으로 발전한 웹툰이나 일본 망가를 주제로 하는 전시회는 드물게 있긴 하다. 하지만 독립만화 대상의 전시회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독립만화 플랫폼 '사이드 비(Side B)'가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7일까지 자사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만화전시회 <하고싶은 만화전>을 개최했다. Side B의 기획 의도에 따르면, <하고싶은 만화전>은 만화의 기본 요소인 선, 칸, 빛, 말이라는 네 가지 테마를 16명의 작가에게 제안하고 주제와 분량 제한 외에는 자유롭게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는 온라인 만화전이다.

표현적 요소인 '선(drawing)' 주제에는 불키드, 섬, 성인수, 원준성 작가가 참여했고, 형식적 요소인 '칸(frame)' 주제에는 공기, 굄, 최성민, 최재훈 작가가 참여했다. 연출적 요소인 '빛(lighting & contrast)' 주제에는 구현성, 잇선, 오민혁, 예롱 작가가, 마지막으로 이야기적 요소인 '말(text)' 주제에는 바지, 불친, 임나운, 천관희 작가가 참여했다.
 
<하고싶은 만화전> 참여 작품들
 <하고싶은 만화전> 참여 작품들
ⓒ Side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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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품 중에 최고 인기작은 잇선 작가의 <빛 사람>이다. <빛 사람>은 빛을 연출이 아닌 사건적 요소로 가져갔다. 주인공은 늘 '열심히 살다보면 빛이 올 날이 있겠지' 생각하며 성공(빛)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어느 날, 모든 게 멈춘다. 요정(?)의 도움으로 다시 삶에 빛을 불어넣지만 일생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21일 기준으로 440명의 독자들이 그 충격적인 결말에 하트를 눌렀다.

굄 작가의 < NO WHERE >도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 NO WHERE >는 '칸'이라는 주제를 형식이 아닌 사건으로 활용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난 자리에 끝 모를 거대한 구멍(칸)이 발생한다. 주인공인 선인장이 하염없이 구멍을 바라보고 있을 때 스폰지가 말을 걸어오고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예상 밖의 행동과 연출로 클로징에 이르렀을 때 독자의 마음 한 켠의 구멍도 함께 메워지는 기분을 경험한다.

이 밖에 불키드 작가의 '선'의 해석과 임나운 작가의 '말'의 해석도 신선하다. 불키드 작가의 <신선과 점돌이>는 인간(점)들을 인연(선)으로 연결하는 신선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극중에 등장하는 신선과 선생 등 인물의 호칭에도 '선'을 담아내 대사까지 선의 유희에 참여하고 있어 유쾌했다. 임나운 작가의 <조용한 상상>은 묵언 수행을 통해 역으로 말의 자리를 비워주어 홀가분했다.

만화전을 기획한 사이드 비는 2019년부터 꾸준히 만화 전시회를 진행해 왔다. 2019년 만화전은 <정신과 시간의 만화방 2호점 SideB>, 2020년은 <홍콩, 봄 초단편만화 온라인 전시회> 주제로 각각 진행됐다. 올해로 3년에 이르는 사이드 비의 만화전은 한 시대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만화의 요소를 실험하고 그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독립만화계는 사회 참여에 대해 실험을 하곤 한다. 근래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2013년에 진행된 '섬섬 프로젝트'가 있다. 쌍용차 노조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한국 사회의 외로운 싸움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화가들과 르포작가들이 모여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에 <섬과 섬을 잇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온라인 전시회라는 형식을 채택한 <하고싶은 만화전>은 주제나 표현 면에서 더 자유롭고 경쾌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하고싶은 만화전> 작품은 사이드 비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서둘러 전시회가 종료되기 전에 멋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https://sidebkr.imweb.me/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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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NGO에서 커뮤니케이션 일을 해왔습니다. 만화를 좋아해서 잠시 에이코믹스에서 글을 썼습니다. 자유, 상상력, 이별 따위의 주제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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