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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과 크로아상.
 빵집과 크로아상.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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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개월째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가 많이 없던 지난해, 입시 결과가 나오자마자 여러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몇 개월동안 고군분투한 결과다. 내게 아르바이트는 학창 시절 세웠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비대면 상황 속 대학생이 됐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구한 아르바이트는 내 상상과 달랐다. 일을 적응하는 것부터가 힘들었고 마음과는 다르게 실수도 잦았다. 특히 '서비스직'에 맞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우리 가게는 대가족이 많은 동네의 특성상 여러 연령층의 사람이 오고 가고, 더더욱 역 근처에 있어 손님 수가 많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소위 '진상'이라고 불리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하면 짜증 내는 손님,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고 사장 바꾸라며 언성을 높이는 손님부터 말 똑바로 하라고 소리 지르는 손님까지 처음에는 일에 적응하기도 힘들어 이러한 일들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지금은 일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일만 하기 급급했던 과거와 다르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사람들의 외로움'이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간혹 일하다 보면 진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경우가 있다. 계속 말을 거는 손님들이 그 예다. 이야기의 주어는 자식이기도, 빵이기도, 별거 아닌 시시콜콜한 이야기이도 하다. 저번에 설명해드렸는데도 빵에 뭐가 들어있는지 올 때마다 물어보는 손님, 자식과 며느리 자랑을 하는 손님, 사장님 안 오시냐며 옛날 이야기를 하는 손님, 열심히 살라며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는 손님 등 다양하다.

솔직히 아르바이트 초반에는 일하는 것만 해도 바빠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귀찮기도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인 계산만 하며 기계적으로 그들을 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 가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롭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로움을 가진다. 필연적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외로움은 인생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다 갑자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잡아먹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공유하며 이러한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면서 매일매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단순히 말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그들은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 외로움은 없어지지 않고 켜켜이 쌓여간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손님들 중에서도 그러한 경우가 많다. 물론 그냥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 외로움이 바탕으로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말을 걸고,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아르바이트생에게 자신의 고민을 흘리듯 말한다. 괜히 별거 아닌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작은 한마디, 작은 공감에 외로움을 달랜다.

나는 그 점을 깨닫고 달라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대답을 건넨다. 이는 동정이라든지 연민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나도 그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즐거운 모습으로 가게를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열심히 살라'는 한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아주 짧은 만남이지만 힘이 된다.

나는 계속 출근을 한다. 매일매일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아무것도 사지 않고 가게를 둘러보고 가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신다. 먼저 인사를 하면 항상 돌아오는 "수고해라~"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또 힘을 낸다. 

작은 말 한마디, 따뜻한 인사 한 번 건네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그 작은 행동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나에게 힘을 준다.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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