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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제대자가산점 법률제도는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려 폐지 되었다. 당시 헌법소원을 제기한 나에겐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17대 국회(2004년~2008) 때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등 21인을 시작으로 2007년 한나라당 고조홍 의원, 2008년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 2009년 병무청, 2010년 국방부 등이 군제대자가산점 부활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남녀 성별을 기준으로 하는 찬반양론이 쏟아졌고, 상습적인 논쟁이 무수히 반복됐다.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직후에는 전용기 의원이 군가산점 법률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대남(20대 남자)의 상댕수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으로 군제대자가산점 법률의 부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럼 여기서 군제대자가산점 제도가 왜 폐지되었는지 과연 그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나는 초등학교 때 폭발물 사고로 왼쪽 손목 아래 부상을 입어 장애인이 되었다. 그러나 장애와 상관없이 대학교 때 행정학을 전공하였다. 1988년 대학 졸업 후부터 기업체 대졸 사원 공채시험에 응시하여 필기시험에 합격하였으나 면접에서 탈락하는 일이 수년 동안 계속 반복되었다.

장애인 차별이라는 심증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투쟁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업체 취직을 포기하고 7급 행정직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 승부를 걸었다. 대학 동창들은 시험공부 시작 2~3년 이내에 대부분 합격하고 공무원으로 임용되었다. 나는 분명 자유경쟁 시험성적순으로는 합격자였는데, 가산점(과목당 5점, 9과목 45점) 법률을 적용하면 불합격자가 되었다. 나는 1988년부터 1993년까지 매년 불합격처분을 당하며 혼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가 약 20년 전, 한 번 싸워보기라도 하자는 오기가 생겼다. 나는 장애인 남성의 입장에 서서 제대군인 여부를 기준으로 장애인 남성을 차별하는 군제대자가산점 법률이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한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규제하고 침해함을 입증해야만 했다.

헌법 제10조에는 입법부 법률, 행정부 처분, 사법부 판결 등 국가의 공권력 행사기관은 헌법 앞에서 사회적 신분에 의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며 평등하게 가지고 있는 불가침의 기본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헌법 제37조에는 법인격이 있는 자연인의 천부인권으로서 모든 국민 각자 한 사람(1인)의 본인에게 속해있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법률로써도 제한할 수 없다고 중대하고 명백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9급 공무원 임용시험 불합격자 1명(이화여대 여성)과 공무원 임용시험 준비생 5명(이화여대 여성 4명, 연세대 장애인 남성 1명) 등 총 6명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헌법재판소 1999.12.23.선고 98헌마363사건)했던 때보다 4년 정도 앞선 1993년 7급행정직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불합격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재판을 법원에 청구하여(대전고등법원 1995.4.14.선고 94구680사건) 승소하였다.

또한 나는 그 여성들보다 6개월 더 앞서 군제대자가산점에 대응하여 위헌법률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여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에서 군가산점 위헌결정으로 승소할 수 있었다(99.6.30.한겨레, 2000.2.1. 함께걸음 등 언론보도).

이어서 1993년도 7급행정직 공개경쟁 임용시험 불합격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재판에서 승소판결(대법원2000.5.26.선고98두8254사건, 대전고등법원2000.11.10.선고 2000누1292사건)이 확정되었다. 그래서 1993년도 7급 행정직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합격자로 통보를 받고서 2001년 6월 15일에 가서야 충청남도 7급 행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었다.

나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 동안 사건 당사자로서 변호사 선임 없이 직접 행정소송에 임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0년 장애인 인권상을 받았다(2000.12.1. 동아일보 등 언론 보도).

그런데 최근 군제대자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와 우려된다. 성별 기준에 의한 극단적 이분법으로 찬반양론을 나눠 집단 패싸움을 하듯 논쟁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군제대자가산점 헌법 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로서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다.

군가산점 법률제도는 병역의무를 마친 남성보다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군대에 갈 수 없어 병역이 면제된 장애인 남성도 원천적으로 차별하여 불가침의 기본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므로 폐지된 것이다.

결국 군가산점 법률은 모든 사람이 누구나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가지고 있는 기본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으로 이미 확인되었다. 따라서 법률로 부활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군제대자가산점을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에 적용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몽상에 불과하다. 또한, 군가산점 찬반논쟁 역시 합헌적 근거가 있을 수 없으므로 공연한 공리공론에 불과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일부 언론들은 이 논쟁에서 장애인을 제외하고 남성과 여성의 성별 대결로 몰아가며 침소봉대하는 것일까? 대다수 선량한 보통사람들을 기만하고 진실에 눈을 감고서 불공정하게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의 오류는 단순한 실수인가? 있는 사실 그대로 정직하게 쓰는 춘추필법보다 곡학아세하는 기자가 진실탐구에 게으르고 무능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왜 그러는 것일까?

장애인은 제대군인이나 여성보다도 더 소수이고 힘이 없는 약자라고 무의식적으로 무시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고의로 그러는 것이 아닌지? 나는 일부 언론 보도의 저의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태그:#법률안, #이대남, #페미니즘, #장애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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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여론형성은 자연발생적으로 무조건 그러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행위가 정확한 자료,정보로 작성되어 불특정다수에게 전달되어 공유되었을때 그 결과로써 나타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공정한 여론형성이라는 옳바른 결과가 산출되기 위해서는 정보전달 매체도 중요하고 정보의 피전달자인 일반국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보,자료 작성자가 정보,자료를 어떻게 작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사건,사고발생시에 기자가 행위의 주체를 대신하거나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임으로 기사를 작성하여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지 않고 사건당사자의 일방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별다른 수고를 더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화하는 경우도 봅니다 사회현상이나 사람들의 행위는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 간의 관계속에서 일정한 조건이 성숙되면 그에 따라 그 결과가 일어난다고 봅니다 기자가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의 행위실적들을 불편부당하지 않게 똑바로 인식하고 기사를 작성할때 불특정 다수의 공정한 여론형성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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