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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14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며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권인숙‧박주민‧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4건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지난 6월 10만 명 동의로 달성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동의 청원 심사는 한 차례 미뤄졌지만, 국회를 움직이기 위한 시민사회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기된 국민동의 청원 심사 기한인 11월 10일에 맞춰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10월 12일부터 한 달간 도보행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혐오‧차별 표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언론의 관심은 매우 중요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한 달간 차별금지법 관련 신문보도를 모니터했습니다.

<동아><문화><매경><서경>, 차별금지법 보도 '0건'
 
‘차별금지법’ 보도건수(10/5~11/9)
 ‘차별금지법’ 보도건수(10/5~11/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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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30일의 도보행진이 시작된 10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10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일간지 지면을 대상으로 '차별금지법' 단어가 포함된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그중 <동아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서울경제>는 1건의 기사도 내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한겨레>였고 <경향신문>과 <국민일보>가 뒤를 이었습니다.

10월 1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도보행진이 시작되었고, 11월 3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권인숙‧박주민‧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대선 후보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기간 '무보도'로 일관한 언론의 경우 차별을 금지하는 일에 관심조차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라고 크게 차별화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차별금지법, 일방통행식 처리 안돼'"(11월 9일 김은중 기자)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언급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발언을 다룬 수준에 그쳤습니다.

11월 8일 이재명 후보가 기독교계를 만나 차별금지법에 대해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발언을 옮긴 것입니다. "당‧청 기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제대로 된 비판은 없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자체가 아닌 대선 후보 행보 정도로 보도한 겁니다.
 
차별금지법이 ‘대졸공채’도 불법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한 <한국경제>(11/4)
 차별금지법이 ‘대졸공채’도 불법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한 <한국경제>(11/4)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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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대졸공채도 불법?…여 차별금지법 논란"(11월 4일 조미현 전범진 기자)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며 이상민 의원이 낸 차별금지법안을 문제 삼았습니다. "학력, 고용형태 등 비슷한 법안이 있는 선진국엔 없는 기준까지 포함됐다"며 '대졸공채'도 불법이냐고 따진 것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개인 능력의 차이까지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정선미 인권수호변호사회 상임대표 주장을 근거로 들었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에 찌든 시각일 뿐입니다.

교육부가 지난 6월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 발의안에 관한 검토 의견을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학력 차별에 대해 '합리적 차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해 문제 된 바 있습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3주 만에 '이견 없음'으로 검토 의견을 철회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돼야 하므로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에 학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교육기본법 등의 기존 법률에서도 교육분야에서의 차별금지를 이미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겨레><경향신문> '응원' VS <국민일보> '교계 입장'

차별금지법에 관심을 보인 3개 신문 중 <국민일보>는 12건 기사 모두 '미션라이프' 지면에서 나왔습니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고 조용기 목사가 설립한 기독교 종합일간지로 종합지와 종교지 양쪽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미션라이프'는 한국 교회와 교계 뉴스 등을 다루는 섹션입니다. 이런 배경으로 <국민일보>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논조를 보여왔고, 대부분 미션라이프에서 다뤄졌습니다.

일례로 "차별금지 슬로건 이면엔 '자유' 제한할 우려 있다"(10월 7일), "'차별금지법 국회 통과 적극 막아달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요청"(10월 14일), "문 대통령 차별금지법 논의 시도 중단하라"(11월 8일) 등은 교계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담고 있습니다. 반대의 근거로 대부분 성소수자, 동성애 등이 거론됐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겨레>는 "500km 평등길을 출발하며"(10월 12일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에서 도보행진에 참여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중 한 명인 이종걸 사무국장의 칼럼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도보행진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후 도보행진 시작을 알리는 사진 기사와 르포 기사 등을 내놨습니다. 국회의원 기자회견 이후엔 "사설/14년 기다린 차별금지법 제정, 해 넘기지 말아야"(11월 5일)를 내고 여당의 노력을 당부했습니다.

<경향신문>도 비슷했습니다. 도보행진에 참여하는 두 활동가 중 한 명이자 <경향신문> 오피니언 필진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의 글로 도보행진 소식을 계속 전했습니다. "#평등길1110"(10월 5일)에서 도보행진 시작을 알렸고 "깃발처럼 오시라"(11월 2일)에서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사설/방기된 차별금지법, 국회도 대선 후보도 책임있게 논의하라"(11월 4일)에선 국회와 대선 후보들의 차별금지법 논의를 촉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시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8.5%가 우리 사회 차별 해소 방안으로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차별금지법으로 모든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못하는 곳이라면 차별·혐오를 없앨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국회와 정치권이 입법 논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우리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0월 5일~11월 9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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