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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동물병원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동물병원에서 느낀 의문 

한창 더웠던 여름날, 리트리버 여름이와 반려동물 동반 워터파크에 갔다. 새파란 수영장이 어찌나 넓은지, 사람 수영장에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 보호자의 마음도 괜히 설렜다.

여름이도 물속에서 장난감을 물어오면서 한창 수영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눈 옆에 빨간 상처가 보였다. 놀라서 자세히 살펴보니 어딘가 긁힌 듯 피부가 살짝 벗겨진 상처였다. 아까 물속에서 같은 장난감을 물려고 시도하던 친구랑 부딪쳤는데, 아무래도 그때 긁힌 모양이었다.
 
수영하던 여름이. 오른쪽 눈가에 긁힌 상처가 났다.
 수영하던 여름이. 오른쪽 눈가에 긁힌 상처가 났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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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상처는 아니라서 워터파크 의무실에서 간단히 소독 처치를 해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동네에서 가까운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몇 번 다녔던 곳이라 익숙하게 대기실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시스템이 평소와 좀 달랐다.

보통 동물병원에 가면 순서가 왔을 때 반려동물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서, 수의사 선생님께 병원에 온 이유를 설명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이 아니더라도, 증상을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여드리거나 평소의 생활 습관, 눈여겨보고 있던 관찰사항 등을 전달할 필요도 있다. 동물은 아픈 곳을 스스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보호자의 이야기도 진단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보호자는 진료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대기실에 있는 보호자들에게 "뭐 때문에 오셨어요?"라고 먼저 묻고 대답을 들으면, 반려동물을 인계 받아서 원장님이 계신 진료실로 들어갔다. 즉, 보호자는 원장님과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고 간략히 병원에 온 이유만 전달하는 식이었다.

어느덧 나와 여름이 차례가 되어서 마찬가지의 대화가 오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여기, 눈 옆에 상처가 났어요."
"네, 저한테 목줄 주세요."
"아, 그리고 여기 귓병도 한번 봐주세요..."


여름이의 경우는 눈으로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증상이긴 했지만, 그래도 개만 따로 진료실에 들여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치료가 끝나고 영수증을 확인하니 긁힌 상처에는 주사와 연고 처방이 되어 있었고, 귓병 치료까지 해서 총 10여만 원의 비용이 나왔다.

원장님과 대면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사전에 어떤 처방이 들어갈 것이라는 말도 듣지 못했고, 선택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기다리다가 치료가 끝난 뒤 수납을 하고 영수증을 확인하면서 '주사는 왜 맞았지?' 곱씹는 게 다였다.

보호자와 병원 사이의 신뢰
 
몇 년 전에 암 치료를 받았던 반려묘. 지금은 건강해졌다
 몇 년 전에 암 치료를 받았던 반려묘. 지금은 건강해졌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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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 따라 진료 시스템은 각기 다른 듯하다. 보통 진료실까지는 보호자가 함께 들어가서 증상에 대해 말하고, 어떤 검사나 치료가 필요하겠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처치실에 들어가서 치료를 하고 나오기도 하고, 어떤 동물병원은 간단한 주사나 치료라면 최대한 보호자가 동반한 상태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고양이의 경우에는 워낙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엑스레이를 찍으러 들어갈 때도 보호자가 얼굴 쪽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병원도 있었다. 아무래도 보호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간단한 치료 과정은 곁에서 함께하는 편이 마음이 놓일 수밖에 없다. 

병원 측의 판단에서 꼭 필요한 처방이었다고 해도 사전에 설명이 없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치료의 타당성을 의심하게 되거나 과잉 진료를 당한 것 같은 찝찝함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치료 과정이라고는 해도 영문을 알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반려동물을 혹여나 강제로 제압한다면, 동물들도 병원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예방이나 치료 과정만큼이나, 병원에서 내 반려동물을 어떻게 다루고 대하는지가 병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동물병원과 보호자 간에 신뢰가 필요한 이유는 동물병원이란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각종 판단과 선택을 함께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간혹 야간에 급한 진료를 받으러 동물병원에 갔다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있는 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마주할 때가 있다. 가족들의 마음에 평생토록 남을 그 순간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동물병원이다. 

나 역시 고양이의 암 치료로 8개월 가까이 동물병원을 매주 드나든 적이 있었다. 완치에 대한 확신이 없고, 병원에서도 치료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객관적 지표가 없다면 적어도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고, 그때 믿을 수 있는 건 치료를 함께하고 있는 동물병원밖에 없었다. 

동물병원에서 보호자는 매 순간 '최선'에 부딪친다. 내가 이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결정이 과연 최선일까? 옳은 것일까? 병원에서 진행되는 치료나 케어에 대하여 정보가 없어 불안하면 동물병원을 의심하거나 원망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그 병원을 선택한 보호자 자신을 탓하게 된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때가 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치료 과정을 함께해온 동물병원이 내 아이를 진심으로 대해줬다면, 병원과 보호자가 함께 내린 결정은 그게 무엇이든 최선의 것이었다는 안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바라는 것은 진심

내가 당시에 다니던 동물병원을 옮기게 된 계기 중의 하나는, 반려묘의 치료가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주말이었다. 고양이를 입원시키고 퇴원하는 날 데리러 가보니 간호사 선생님이 입원장에서 고양이를 꺼낼 수가 없다며 나에게 직접 꺼내달라고 요청했다. 가까이 가봤더니 내 고양이가 한껏 예민해져서 누가 손댈 수 없을 만큼 하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내가 손을 뻗었더니 그제야 하악질을 멈추고 조금 진정하는 듯했다. 워낙 패닉 상태였으니 바로 꺼내면 발톱을 세울 것 같아서 잠시 쓰다듬으면서 안정을 시켜주고 있는데, 약 10초가량을 채 기다리지 못하고 옆에 있던 간호사가 재촉했다. "빨리 꺼내주세요."

고양이의 개별적인 성격이나 습성에 대해 보호자만큼의 이해를 병원에 바랄 수는 없겠지만, 또 내 고양이가 상당히 진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분명히 그랬겠지만), 잠시 고양이를 진정시키는 손길도 이해해주지 않는 듯한 말투가 나를 멈칫하게 했다.

개와 고양이 네 마리를 키우고 있다 보니, 그만큼 동물병원도 여러 곳을 전전했다. 수의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보호자에게 끈기 있고 친절한 설명으로 대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또 보호자에게는 무심하더라도 반려동물에게는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은 동물병원의 실력이 아니라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실망할 때가 있다.

보호자들이 병원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를 공유할 때 좀처럼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이 동물병원 선생님들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실력도, 인테리어도, 접근성도 모두 중요하지만 아픈 내 동물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것 같은 손길과 마음을 느낄 때 보호자도 그 모든 치료에 수긍하고 또 감사하게 된다.

모든 수의사가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냉정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호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수의사 선생님들의 감정 노동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지 못하는 동물의 생애를 함께해주는 곳인 만큼 서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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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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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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