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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약 7년 간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였다. 일 평균 방문자는 약 3000명에 달했고, 메일함은 늘 다양한 브랜드들로부터 온 협찬과 광고 제안으로 가득 찼다. 광고 제안 메일이 하루에 최소 10통씩 왔지만, 모두 휴지통에 넣어 버렸다. '내 블로그는 나만의 콘텐츠로 채우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어떤 책을 읽든, 누구를 만나든 핸드폰 사진 용량을 가득 채워 돌아왔다. 내가 찍은 사진과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그들이 유용하다고 느끼거나 공감을 해주는 것이 재밌고 즐거웠다. 그야말로 블로그는 나의 일상이자 습관, 즐거움이었다.
 
필자 블로그
 필자 블로그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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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문장이 과거형이냐고? 내 블로그가 이젠 '파워 블로그'가 아닌 '저품질 블로그'가 됐기 때문이다. 저품질 블로그란,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검색 만족도를 저해하는 블로그로 분류된 것을 뜻한다. 저품질이 되고 나면 검색 결과에서 노출이 되지 않거나 순위가 뒤로 밀린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불리기 시작한 용어로, 플랫폼이 정한 공식 명칭은 아니다.

방문자 수가 0이라고?

이유는 명확하다. '견물생심'. 계속 휴지통에만 버리던 광고 제안글이 어느 순간 눈에 밟혔다. 한번만 해볼까? 제안 메일에 회신을 보냈다.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신속했다. 광고주 혹은 대행사가 사진과 글이 담긴 원고를 보내주면 그 글을 복사하여 내 블로그에 붙여넣기, 발행하면 된다.

내 게시글이 플랫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확인되면 곧장 내 계좌로 20~3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입금해줬다(물론 광고임을 밝히는 공정위 문구도 표기하고, 소득신고도 한다). 5분도 안 되는 작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게 되니 얼떨떨하면서 욕심이 났다. 그렇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열 번이 됐다.

처음에는 9:1 비율로 내 콘텐츠와 광고 글을 번갈아 썼지만 갈수록 광고 글의 비율이 높아졌다. 그렇게 약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언제나처럼 눈을 뜨자마자 블로그에 접속했다. 평소 같으면 이미 700~800명을 넘겼어야 할 방문자 수가 0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류겠지 싶어 여러 번 새로 고침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내 블로그는 이미 저품질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내 게시글 제목을 그대로 복사해 포털 검색창에 넣어도 검색 결과에 보이지 않았다(이 현상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안드로메다 저품질'이라고 불린다). 그렇게 내 블로그는 나에게 과유불급이라는 교훈을 안겨주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오늘일기 배너
 오늘일기 배너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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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내 블로그에는 방문자가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진행했던 네이버의 '오늘일기 챌린지'가 계기였다.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블로그에 2주간 매일 작성하면 소정의 네이버페이를 지급하는 이벤트였다.

챌린지에 참여하며 다시 사진과 글로 내 일상을 정리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보지 않으니 오히려 부담 없이 자유롭게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좋아요'나 '팔로워' 등 다른 이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오롯이 나만의 게시글을 창작할 수 있는 '내 공간'이 주는 기쁨이 크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부쩍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인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7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0~20대의 콘텐츠 생산 비중이 4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신규 블로거도 지난해보다 120% 증가했으며, 그중 약 30%가 20대라고 한다. MZ세대의 블로그 재유입이 본격화된 것이다.
 
인스타그램 #광고 해시태그 검색 결과
 인스타그램 #광고 해시태그 검색 결과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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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광고, #광고... 인스타를 떠나는 이유 

필자가 생각하는 블로그 유입의 결정적 이유는 SNS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다. 10~20대의 주 사용 SNS인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위주의 공간이다. 남들보다 더 멋지고 특별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올려야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그들의 반응(좋아요, 팔로우 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의미 있는 의견과 유용한 정보를 나누는 대신 대부분의 유저가 인스타그램을 '내가 이만큼 잘살고 있다', '내가 이만큼 특별하다'를 뽐내는 데 사용하고 있다. 유세와 허세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광고도 한몫했다. 기업들의 광고비는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몰리게 된다. 인스타그램의 인기 게시글 절반 이상이 광고성 콘텐츠일 만큼 점점 상업적 성격을 띠어가고 있다. 이에 질린 MZ세대가 기존 SNS를 떠나고 있다. 누군가의 평가 없이 자기 생각을 진정성 있게 쓰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블로그로 돌아오는 것이다.

네이버는 돌아온 MZ세대를 위해 '인플루언서 모집', '블로그 마켓 서비스', '창작자 보상 범위 확대' 등 정책 개편을 펼쳤다. 공식 애드포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도 증가했다. 덕분에 과거의 필자처럼 광고 회사를 통해 무분별한 광고를 하는 블로거들도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블로그에서 질 높고 유용한, 혹은 재밌고 의미 있는 순수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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