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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회에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됐다. 법안의 내용은 두발복장규제·체벌·성희롱 등 학생인권 침해 행위 금지, 학생자치활동과 학교 운영 참여 보장, 학생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 절차 마련 등이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있지 않냐고, 학생인권이 과도하게 보장되어서 문제 아니냐고, 반인권적인 두발복장 규제 등은 다 옛날 일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전국 모든 지역이 아니라 몇몇 지역에만 존재한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덕에 학생인권 상황이 10년, 20년 전보다 더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인권조례 시행 10년을 맞이한 서울에서도 속옷 규제 등 반인권적이고 불합리한 학칙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학생인권법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청소년 상임공동대표이자 서울 지역의 고등학생으로서 학생인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레빗(가명)은 학생인권법이 필요한 이유를 학교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 글은 11월 3일 '괴상한 학칙 성토 대회'(박주민 의원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공동 주최)에서 발언한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기자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2021년 1학기에 제보받은 용의복장 규제 사례 중 하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2021년 1학기에 제보받은 용의복장 규제 사례 중 하나.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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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서울 소재 직업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생으로서, 그리고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나는 '학생다운' 모습을 강요하며 학생을 통제하는 용의복장 규제에 대해서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 학생인권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복장 및 두발 규제 폐지를 요구해왔음에도, 교내 학생인권의 실태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조건 무릎 밑으로 내려와야 하는 스커트, 학교에서 지정한 색깔만 입을 수 있는 스타킹 같은 규정들은 절대로 '옛것'이 아니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우리 학교에서는 입학 초기에 신입생들이 학생주임으로부터 교칙에 대한 설명을 듣는, 아니 설교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무늬나 색깔이 있는 양말은 신을 수 없다거나, 겉옷은 기온에 따라 학교장 허락하에만 입을 수 있다거나, 바지 교복은 정복이 아니므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무조건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거나 하는 충격적인 내용을 학생주임은 당연하고 익숙하게 늘어놓았다. 얼마 전까진 이보다 훨씬 심했다며 이 정도면 양반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불과 2년 전 교칙이 개정되기 전에는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무조건 하나로 묶어야 한다', '가방은 무조건 무채색이어야 한다' 같은 신기한 규정들이 존재했다.

이렇게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 교칙의 문제를 거론하면, 빠지지 않고 돌아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옛날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거다"라는 말이다. 이 말을 해석하자면 '마땅히 억압받고 통제되어야 할 너희가 하도 문제제기를 하길래 조금 풀어줬고, 이 정도면 우리가 많이 봐준 것이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고 현재에 만족하고 살아라'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윗사람의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의 시혜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이만하면 많이 좋아진 거'라는 생각은 오히려 학생이 철저하게 '아랫것', 통제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현실을 담고 있다. 용의복장 규제는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해 특별히 풀어주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인권과 자주를 위해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이다.

용의복장 규제라는 이름의 인권 침해를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이들에게도 나름의 변명이 존재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기업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학생들은 상시 취업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소위 '빡센' 규정 덕에 좋은 취업률을 가진 것이라는 학교의 말은 언뜻 보면 학생들을 위하는 좋은 구실인 듯하지만 실상은 허울만 좋을 뿐이다. 학교는 '빡센' 규정을 가진 학교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학교가 정말 그 때문에 취업률에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더불어 우리 학교의 교칙이 과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이후 과연 취업률이 낮아졌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다른 학교가 자유로운 교풍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취업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도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학생의 학업과 취업, 태도, 자아는 용의복장에 구애받지 않는다. 용의복장을 획일적으로 만듦으로써 구속되는 것은 학생의 인권이자 자아실현이며, 용의복장 규제의 결과는 학생들의 불이익과 불편, 불평등과 차별이다.

복장 불량 벌점과 교무실 청소 상점
 
'학생인권법'이 발의된 11월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괴상한 학칙 성토 대회
 "학생인권법"이 발의된 11월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괴상한 학칙 성토 대회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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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선도부로부터 '복장 불량'으로 수차례 지적을 받아 벌점이 꽤 쌓인 상태이다. 지금까지 내가 벌점을 받은 사유들은 줄무늬가 두 줄 들어간 양말을 신었기 때문에, 까먹고 명찰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추워서 하복 위에 체육복을 걸쳐 입었기 때문에, 즉 사정이나 경우가 어떻든 교칙에 적혀 있는 규정들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개로 교칙에 없는 규정임에도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셔츠를 바지 안으로 집어넣지 않았다거나 조끼의 단추를 잠그지 않았다며 선도부에게 지적을 받곤 한다. 이 경우, 교칙에 존재하는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벌점을 받지는 않지만 남으로부터 내 몸가짐에 대해 지적받는 과정에는 언제나 불쾌함이 뒤따른다.

벌점이 존재하면 학교 안에서 무언가에 지원하거나 참여하는 데 불이익을 받고 심지어는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벌점을 만회하기 위한 상점을 얻으려고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내가 한 봉사활동은 바로 '교무실 청소'였다. 어떻게 벌점을 줄이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게다가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이 청소하는 행동이 '봉사'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친구들 함께 일주일 동안 교무실을 쓸고, 닦고, 쓰레기통을 비웠다. 그렇게 얻은 상점은 고작 0.5점이었다.

내가 줄무늬 양말을 한 번 신고 온 '잘못'으로 받은 벌점 1점과 일주일간 매일 아침 애써 교무실을 깨끗하게 만드는 '봉사'로 받은 상점 0.5점. 도대체 어떻게 계산하면 2주간 청소를 해야 줄무늬 양말을 신고 온 하루를 만회할 수 있게 되는지 참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용의복장 규제가 만들어내는 효과들

용의복장 규제의 문제점은 개인적인 불쾌감이나 불이익에 한정되지 않는다. 용의복장 규제가 낳는 여러 문제는 학교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여러 악습과 문제들에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첫 번째로 용의복장 규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위계 권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그것을 극대화하는 매개체이다. '학생다움'이란 결국 주관적인 감상에 불과하다. '학생답기 위해'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용의복장 규제가 학교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된다는 점에서 학생은 학교 안에서 명백히 열위에 있다. '학생답다'라는 문장의 주어는 분명 학생인데도, '학생다움'의 기준은 단 한 번도 학생들과 합의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학교 안에서 학생이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지, 학생의 주체성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된다.

두 번째로, 용의복장 규제는 학생에게 굴욕적인 경험이 되기도 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모욕적인 말로 지도하고 인신공격까지 행한다면 그 학생은 수치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학생이 원치 않는데도 억지로 스커트를 입혔을 때, 여벌 교복이나 보조 교복을 구매할 수 없는 학생이 교복이 없어 불이익을 받았을 때, 선도부원에게 이의를 제기했더니 추가 벌점을 받았을 때, 이외의 수많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반인권적 교칙의 존재로 인해 굴욕을 겪을 수 있다. 획일적이고 융통성 없는 교칙은 다양한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세 번째, 용의복장 규제는 학교 안팎의 다양성을 훼손시킨다. 학교 안을 획일적으로 만들뿐더러 학교 밖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용의복장 규제에 의해 강요된 '학생다움'이 보통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면, 학생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학생답지 않은' 학생들은 차별과 혐오를 당할 수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을 한 학생들을 보고 '요즘 것들'이라 칭하며 혀를 차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용의복장 규제가 청소년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도 이어질 것이다. 또한 교복이라는 상징으로 인해 청소년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와 대상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세세하게 짚어보면 이외에도 갖가지 문제점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치고서라도 용의복장 규제는 인간으로서 개성을 실현할 자유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이는 명백한 학생인권 침해라는 사실만으로도 사라져야 마땅하다. 학생은 학생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므로. 어쩌면 용의복장 규제는 다른 소수자들이 받아온 억압과 획일적인 잣대와 닮아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용의복장 규제를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지금만 참아라, 졸업하면 네 맘대로 해라"라고 말한다. 

학생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학생이 된 사람들은 그런 규제와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약자에게 차별을 감내할 것을 요구하는, 현재에 차별받고 있는 존재란 이유만으로 차별을 합리화하는 흔한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개인의 신분은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학생의 경우 '지나갈 시기'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학생들이 겪는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유독 가벼운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삶의 모든 순간은 지나갈 시기이고, 그렇다 해서 삶이 가치가 덜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차별받아도 될 시기란 것도 있을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있지만
 
충남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충남 지역 중학교에서는 올해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떄려 뇌진탕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조사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이다. 10월 5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교육청의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면담을 가졌다.
 충남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충남 지역 중학교에서는 올해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떄려 뇌진탕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조사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이다. 10월 5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교육청의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면담을 가졌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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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와서인지 학교에서 교칙 개정에 대한 공론화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나 부실하고 민주적이지 못했다. 1차 설문조사 기간을 안내받지 못해 나는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1차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학생 과반수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조항이라도 학부모나 교사의 의견으로 인해 개정 필요 여부가 뒤집힌 조항이 존재했다.

2차 설문조사는 우선 1차 결과를 기반으로 재설문을 각자 실시하여 학급별로 의견을 모으는 방식인데, 학급회의를 거쳐 하나로 추려진 의견을 학생회에 전달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학급회의를 위해 빨리 설문을 마쳐야 해서 설문에 시간을 들일 수 없고 애써 의견을 제출해도 학급회의 과정에서 개인의 의견이 소외되기 쉽다는 것이었다. 제출된 설문 내용을 화면에 띄워놓고 진행하기 때문에 "저건 누가 쓴 거냐", "저건 좀 아니지 않냐"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의견을 내는 것을 위축시키기도 했다. 한 학급에 20명 정도의 인원이 존재하는데 학급 인원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학급 의견으로 제출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둘었다.

게다가 이러한 방식에서 교칙 개정을 결정하는 것은 찬성과 반대의 수치이지, 그 교칙이 얼마나 반인권적이고 개정이 필요한지가 아니다. "바뀌어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라고 학교 안의 모두가 말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경험 때문에 학교에서 진행되는 절차에 대한 신뢰가 전무한 것이다. 학교 안에서 실종되어 버린 민주주의와 학생 자치에 유감을 표한다.

서울특별시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이며, 지난 3월에 서울학생인권조례 중 '학교 규칙으로 복장을 제한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학교의 모든 용의복장 규제는 조례 위반에 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례의 특성상 그 강제성이 미미하고 조례를 위반해봤자 학교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용의복장 규제 폐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적극적인 정책과 법률적 개선이 함께해야 한다. 드디어 2021년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에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로 '학생인권법'이 발의되었다. 이대로 학생인권법이 제정된다면, 이는 학생인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학생이 하나의 인간으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레빗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 상임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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