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전 기사] "학교가 변해야 모두가 변화된 교육환경을 접할 수 있잖아요"

다양성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한 다양함,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함 속에는 그 사회를 살아가는 약자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무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애 학생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을 교육하는 특수 교사로서 투명 인간처럼 존재했던 아이들을 '고유하고 명랑하며 사연 많은 존재'로 소개하고 있는 <이토록 명랑한 교실>의 저자 주효림 작가가 다양성 여행의 세 번째 주인공이다. 지난 10월 9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토록 명랑한 교실> 주효림 작가
 <이토록 명랑한 교실> 주효림 작가
ⓒ 정지현

관련사진보기


-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유아 특수교육과 초등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추가로 아동 청소년 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현재 초등학교에서 7년 차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참샘스쿨이라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고, 셋업(set-up)이라는 특수 교사들 전문 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현재 교육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그림책을 좋아해서 저희 학급에서는 학생들과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데리고 있는 학생들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라서 장애인 학생도 있고, 장애인이 아닌 학생도 있거든요.

그래도 학습하는 것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많아서 그림책 한 달에 한 권 읽기, 미술, 음악, 체육, 국어 활동을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을 하고 있고, 원예 치료사 선생님 모셔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원예치료를 진행하고 도예 치료, 코딩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셋업 안에서는 다른 선생님들 연수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참샘 스쿨 안에서 그림책 연구회하고 온라인 수업 연구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 혹시 학급의 학생들을 들꽃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봤는데 들꽃이 되게 예쁜 거예요. 근데 이름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민들레도 들꽃이잖아요. 그런 들꽃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꼭 피어나서 제 향을 내더라고요. 비장애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또 저들만의 향기를 내고 그런 모습들이 들꽃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꽃이 이름 있는 꽃도 있고, 이름을 우리가 모르는 꽃도 있고,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어디에 피어 있어 예쁘고 잘 어울리는 꽃인 것 같아서 우리 아이들도 그런 존재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꽃이라고 쓰고 있어요."

"특수 교사 혼자서 싸워야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 코로나19로 인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발음이 부정확한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그럼 선생님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저 혼자 뷰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아이들이 어떻게 발음을 하는지 제가 알 수가 없어서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코로나19가 터지고 정말 갑작스럽게 온라인 개학을 했으니까 모두 준비가 안 된 상태잖아요. 온라인 수업에 입장하는 것부터가 우리 아이들은 반복 연습을 해서 가르쳐야 되는데 그 과정 없이 바로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들이 조금 힘이 들었죠"

- 어떻게 그 어려움을 풀어나가시나요?
"최대한 제가 큰 목소리로 말하고,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 녹음해서 듣게 하고 있어요. 발음을 눈으로 본다거나 하는 것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 특수 교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편견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을 골칫덩어리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잘만 데리고 있어'라고 말하는데 저는 보육사가 아니고 교사인데 그렇게 말하는 부분이 속상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되는 것도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반 아이들이 사고를 치면 '내가 쟤 저럴 줄 알았어' 이런 식의 반응들이 너무 속상해요. 또 저는 초등학교 안에 있는 특수학급에 있기 때문에 특수 교사 혼자서 싸워야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런 것들이 좀 외롭고 좀 벅차다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 초등학교를 지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시점에서 대입교육 중등 시스템이 특수 학급 학생들에게 어떤 어려움을 주나요?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특수학교로 많이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특수학교에 가면 직업 교육도 더 시켜주고 하기 때문에 많이 빠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우리나라 대입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진짜 진정한 통합 교육이 이루어지기는 정말 힘들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의 장애 정도에 따라서 특수학교로 갈 수 있는 친구들은 특수학교 가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고, 경계성 급에 있는 학생들은 또래 관계를 유지하고 할 수 있게 통합학급, 특수학급으로 진학하는 게 그래도 지금 현 상황에서는 최선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장애 정도에 따라서 학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집이랑 가까운 학교에 갈 수 있으면 가장 좋은데 이 친구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멀리 있는 학교를 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마음 아픈 일이 아닌가.

그래서 특수 학급 안에서도 중도 중복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급이 있다든지 중학교 안에서도 좀 제도들이 생기면 그래도 통합교육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 가까운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봐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멀었구나"
 
주효림 작가와 인터뷰
 주효림 작가와 인터뷰
ⓒ 정지현

관련사진보기

             
- 사회의 편견과 시선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농담처럼 하는 말인데 그게 상처가 될 때가 있어요. '넌 특수 교사라서 점점 특수화되어 가는 것 같아.' 친구들 중에서도 이런 말 할 때가 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랑 함께 함께 있다 보니까 너도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 근데 그런 말을 할 때 정색하게 되죠. 아직도 우리 사회가 멀었구나.

장애가 이상한 게 아니고,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모습 중에 하나인데 왜 이상한 것을 장애라고 하고 안 좋은 것을 장애라고 어떻게 할까. 우리가 흔히 쓰는 결정장애라는 말도 좋은 뜻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그런 말을 사용할 때 이해받지 못한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힘이 들어요.

현장 체험학습 갔을 때에도 이런 애들 데고 왔다고 성질 내시는 분도 있고 아니면 뺑 돌아서 가시는 분도 있고, 저희가 음식점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저희 테이블 주변에 휑하게 빌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무서워하고 낯설어하는구나 이런 것들을 많이 느끼죠."

-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점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애도 성격 유형처럼 하나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사실 다 다르잖아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느리게 발달하는 아이, 천천히 조금씩 자라는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는 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사람들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언제나 늘 상대적인 거잖아요.

느리고 빠르고 그런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사람 개개인마다 존재로 인정받으면서 그 존재의 속도대로 자라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학교 안에서부터 다양성 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일반 교육계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게 개별화 교육이거든요. 교육이 각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을 해 주는 거죠. 개별화 교육이 좀 더 잘 진행되려면 학급당 인원수도 많이 감축이 되어야 해요. 이런 교육이 지속되면 학교 안에서 다양성이 인정이 되고 존중이 되면 사회에 나와서도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나와 다른 사람들을 좀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또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제일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인식 개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사실 제도적으로 인식 교육을 하라고 교육부에서 내려와요. 그렇게 하는 걸로 인식이 개선될 리가 사실 만무하잖아요. 그러니까 사회에 장애인들이 더 많이 나와야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장애인 친구가 없다 보니까 장애인들을 어떻게 배려하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될지 모르고 그에 대한 인식도 개선이 안 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에 좀 더 장애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미술관을 가더라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팸플릿을 만든다든지 직업적인 면에서도 제도적으로 양성이 되면 사회의 장애인들이 많이 나와서 당연히 장애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거구나 라는 걸 좀 느끼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규정짓지 않는 게 다양성을 인정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장애인도 분명히 자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가 쟤는 도움이 필요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고 쟤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하고 혼자 두고 하는 행위가 그 자아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장애가 있어도 다들 자아가 있고 그것을 우리와 똑같은 방법으로 표현을 못 해낼 뿐이지 다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를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계획 혹은 꿈이 있나요?
"한 3년 차 정도 됐을 때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학생들을 데리고 밴드 만들어보는 거였어요. 밴드를 만들면 음악 치료의 효과도 있고, 아이들 스스로도 취미 생활이 생기는 거고, 내 소리 다른 사람의 소리 들어보면서 조율하는 능력, 자기 효능감 면에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밴드 활동을 너무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쓰는 그림책을 하나 내보고 싶어요.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주옥같은 말을 할 때가 가끔씩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말들을 잘 엮어서 장애 인식 개선이나 다름에 관한 쪽으로 그림책 하나 써보는 게 꿈이에요. 저 혼자 쓰는 책 말고 아이들과 함께 쓰는 그림책을 내보고 싶어요."

- 에세이를 출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첫 학교에서 5년 있고 나오는 해에 책을 내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첫 학교의 의미가 있잖아요. 그래서 책을 내게 됐어요. 첫 발령 들어갔을 때 아이들을 만났는데 너무 초롱초롱하고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이 아이들과의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나중에 진짜 좋은 글감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또 일하다 보면 그 학교에서 통합 학급 선생님이랑 부딪히는 점들 그러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 조금 흔들리는 것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해뒀다가 생각이 정립되면 책으로 내면 어떨까 싶어요. 나처럼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특수 교사들 그리고 장애 학생들이나 특수 교육 학생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법한, 우리도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어 존재감을 조금 나타낼 수 있는 그런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발령받으면서 했어요.

책을 출판할 때 어떻게 보면 저도 제3자잖아요. 장애인이 아니고 제3자이기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혹여나 장애인들에게 상처되는 내용을 쓰게 될까 봐, 혹시나 이게 글로 나오면 저 때문에 다른 편견을 갖게 되는 일이 일어날까 봐 되게 고심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다양성이란 무엇인가요?
"열 사람이 있으면 10개의 각기 다른 모양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동그라미 모양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동그라미 모양도 아닌 것 같아요. 언제든 이 사람을 만날 때는 세모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고 저 사람을 만날 때는 네모 모양으로 바꿀 수도 있고 다양성이라는 게 누구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규정짓지 않는 거, 언제나 열어두는 거, 그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 거, 나 또한 나 자신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않는 거.

우리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가치관이 바뀔 수도 있고, 뭔가를 배우게 되면 가치관이 바뀔 수도 있고, 그래서 사람을 규정하기 쉽지 않는 것. 얘는 이럴 것이야 라고 규정짓지 않는 게 다양성을 인정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덧붙이는 글 | 빠띠와 호모인테르가 함께한 커뮤니티 실험실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다양성 여행)'에선 다양성 여행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마주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토록 명랑한 교실 -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는 아이들의 특별한 수업 이야기

주효림 (지은이), 메멘토(2021)


태그:#빠띠, #다양성 여행, #호모인테르, #이토록 명랑한 교실, #주효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다양성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