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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욱 국방부장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속 군대 모습을 두고 "지금의 병영 현실하고 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이후 선고된 군 구타·가혹행위 판결문 183건(민간법원 134건, 군사법원 49건)을 분석했습니다. 판결문에 담긴 군 구타·가혹행위의 심각성과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인 이유 등을 일곱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이 기사는 그 두 번째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11월 19일 오전 9시 15분]
 
군대에서 발생한 병사 간 성폭력 사건의 판결문 중 일부.
 군대에서 발생한 병사 간 성폭력 사건의 판결문 중 일부.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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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피고인(상병)은 2020년 5월 22일 오후 1시 30분경 피해자(일병)를 포함한 생활관 인원 5명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바지와 팬티를 벗고 트월킹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가 거부했음에도 피고인은 강압적인 어조로 "분대장인 내 말을 안 듣냐"고 말함으로써 결국 피해자가 활동복 하의와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약 1분간 트월킹을 추도록 강요했다. 이러한 행위는 다음날인 5월 23일 낮 12시경에도 이어졌다. -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 2021년 5월 13일 선고
<사례 2> 피고인(병장)은 2019년 12월 중순경 본부대대 소방반 사무실 내에서 후임병인 피해자(일병)에게 "악력기를 엉덩이에 꽂고 와라"고 말을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에 악력기를 꽂은 채로 다른 병사들이 있는 가운데 서 있도록 만들었다. 계속해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춤을 춰라"고 말해 위와 같이 있는 상태에서 춤을 추게 하였다. - 대구지방법원 형사2단독, 2021년 1월 14일 선고
 
드라마 <D.P.>의 장면이 아니다. 먼 과거의 일도 아니다. 실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D.P.> 속 피해자 조석봉 일병이 결정적으로 '돌아버린' 계기는 위 사례와 같은 성폭력이었다. 수많은 구타·가혹행위에도 어떻게든 군 생활을 이어가던 조 일병은 결국 반복되는 성폭력에 폭발해 선임을 폭행한 후 탈영하고 만다.

군에서 인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최근 전역한 장교 출신 A씨는 "상대방을 가장 밑바닥으로 내몰아 굴복시키는 방법이 바로 성폭력"이라며 "계급으로 인한 권력 관계가 뚜렷한 군대에서 매우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행위는 성적 쾌락이나 동성애와는 무관한 현상"이라며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가해자는 극도의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성폭력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으면 우울증, 못 참으면 하극상

<오마이뉴스>가 2020년 이후 선고된 군 구타·가혹행위 판결문 183건(민간법원 134건, 군사법원 49건)을 분석해보니, 그중 125건(68.30%)에 성폭력 범죄가 포함돼 있었다. 성폭력만으로 기소된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다른 구타·가혹행위와 함께 성폭력이 동반된 사례였다. 아래는 위 <사례 2> 판결문에 나와 있는 다른 범죄 내용이다.
 
피고인은 2019년 말 여러 병사들이 함께 있는 생활관에서 피해자에게 "내가 유도를 배웠는데 너 같은 건 20초 내로 기절시킬 수 있다. 해볼래?"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지 못하자 피고인은 피해자 뒤에서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은 다음 20~30초에 걸쳐 피해자의 목을 조르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다. 2019년 11~12월경엔 부대 내 샤워장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샤워기 찬물을 피해자 엉덩이와 성기 부위를 포함한 온 몸에 뿌렸다.
 
서울역에 서 있는 군인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역에 서 있는 군인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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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또 다른 판결문이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에 입대했던 피해자는 결국 우울증을 겪다 전역하고 말았다.
 
<사례 3 : 청주지법 영동지원 형사부, 2021년 7월 7일 선고>

생활반 최고참인 피고인(병장)은 생활반 가장 후임인 피해자에게 "싸우자"라고 말하면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며 벌벌 떠는 행동을 하도록 시켰다. 이러한 행위는 2020년 10월 8일~11월 25일까지 보급수송중대 흡연장 및 생활반 등에서 68회에 걸쳐 반복됐다. 10월 하순엔 위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1회 발로 찼다.

또한 피고인은 10월 초순경 피해자가 선임병 기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머리를 바닥에 30초 정도 박게 하고 엎드려뻗쳐를 약 2분 동안 시켰다. 10월 중순엔 체육복으로 환복하기 위해 팬티만 입고 있던 피해자에게 모델 포즈를 취하게 했다. 10월 하순엔 피해자가 부채 대신 잡지를 가져왔다는 이유로 잡지로 머리를 1회 때렸다.

11월 초순엔 피해자에게 "뼈를 묻는 행동을 보여 달라"고 말하며 양손 깍지를 낀 채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11월 18~24일엔 6회에 걸쳐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의 양쪽 어깨를 밀치고 침대에 눕힌 후 목을 약 4초 졸랐다. 11월 중순엔 "내가 전역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은 뒤 피해자가 "열심히 군 생활하겠습니다"라고 답하자 "내가 있을 땐 왜 열심히 안 하냐"고 말하며 보조배터리(6cm×16cm)로 머리를 때렸다. 또 비슷한 시기에 피해자의 머리를 우측 팔로 감싸고(일명 헤드록) 우측 다리로 피해자의 좌측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10월 하순엔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소변을 보던 피해자의 엉덩이를 갑자기 손으로 1회 때렸다. 11월 13일엔 식당에서 체육복을 입고 지나가던 피해자의 우측 엉덩이를 갑자기 손으로 1회 만졌다. 11월 10일엔 야외 흡연장에서 단둘이 흡연을 하던 중 평소 폭행 등으로 위축돼 있던 피해자에게 "바지를 벗어라"라고 위협해 피해자로 하여금 바지를 벗고 팬티만 입고 있도록 했다.
 
아래 판결문에도 여러 구타·가혹행위가 이어지다 성폭력까지 이르게 된 사례가 담겨 있다. 결국 폭발한 피해자는 선임인 피고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이에 피고인은 다시 철제의자로 피해자를 내리쳐 팔 골절상을 입혔다.
 
<사례 4 : 광주지방법원 형사6단독, 2021년 2월 18일 선고>

피고인(병장)은 2019년 8월 30일 상황실에서 피해자(일병)에게 "좋아하는 숫자가 뭐냐"고 물은 뒤 피해자가 "3입니다"라고 답하자 소초 정문 펜스를 가리키며 "3초 안에 찍고 와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60m 거리를 뛰어갔다 오자 피고인은 "3초 안에 못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하며 피해자로 하여금 총 세 차례에 걸쳐 상황실과 소초 정문을 왕복으로 뛰도록 했다.

계속해서 피고인은 CCTV에 비춰진 소초 내 철봉을 가리키며 "저 앞으로 가서 10초 이상 춤을 추고 와라"고 말해 피해자가 춤을 추고 오도록 한 뒤, "10초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하며 피해자로 하여금 다시 춤을 추도록 했다. 이어 피고인은 맛스타(180ml, 군내 음료수)를 가져오도록 한 뒤 "맛있게 먹는 소리를 내며 먹어라", "맛있게 먹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피해자로 하여금 맛스타 4캔을 마시도록 했다.

잠시 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케이블타이로 너를 묶어보고 싶다"고 한 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맞선임들을 불러서 시켜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양팔을 의자 뒤로 오게 한 후 케이블타이로 양 손목을 약 3분 간 묶어뒀다.

8월 31일 피고인은 위 상황실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근무 중이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군화를 신은 발로 엉덩이를 1회 걷어찼다. 2019년 9월 1일 피고인은 피해자의 후임병이 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바지를 벗어라"라고 말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바지와 속옷을 종아리까지 내리게 했다.
 
한 달에 약 11건 발생... 72% 기소유예, 21% 집행유예
 
통제된 군부대 입구(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통제된 군부대 입구(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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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병사 간 성폭력은 얼마나 발생하고, 처벌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받은 육·해·공군 '성비위 사건 처리 내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병사 간 성폭력 사건은 598건이었다(2017~2021년 6월 기준, 육군 422건·해군 131건·공군 45건). 한 달에 약 11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 자료는 수사 후 처분이 이뤄진 사건만 집계한 것이므로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병사 간 성폭력 사건 대부분엔 군형법상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되는데, 이는 일반 형법상 강제추행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강제추행의 경우 군형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일반 형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군형법상 강제추행엔 벌금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징역형도 10년 '이하'가 아닌 1년 '이상'을 내리도록 한 것이다. 실제 여러 판결문에도 "군형법상 강제추행의 죄는 군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병사 간 성폭력 598건 중 434건이 기소유예(434건, 72.57%)로 처리됐다. 집행유예도 129건(21.57%)이었고, 실형은 8건(1.33%)에 그쳤다. 아래는 육·해·공군 별로 정리한 사건 처분 내역이다.

- 육군 : 총 422건 중 기소유예 300건, 벌금 3건, 선고유예 15건, 집행유예 98건, 실형 6건
- 해군 : 총 131건 중 기소유예 106건, 벌금 3건, 선고유예 2건, 집행유에 18건, 실형 2건
- 공군 : 총 45건 중 기소유예 28건, 벌금 1건, 선고유예 3건, 집행유예 13건, 실형 0건


이 기사에서 소개한 4개 사례의 피고인들도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례 1 :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 사례 2 :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 사례 3 :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 사례 4 :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전문가들은 '군은 물론, 우리 사회가 병사 간 성폭력에 관대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가해자들이 수사나 재판 중 '장난이었다', '성적 만족을 위해 한 행위가 아니다'는 변명을 가장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당수 재판부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나쁜 감정이나 성적 욕망으로 인해 저지른 범행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을 감형 이유로 적고 있다. 

김 국장은 "많은 가해자가 성적 쾌락과 무관하다는 점을 주장하는데, 이는 성폭력을 '해도 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군에서 발생하는 구타·가혹행위 상당수에 왜 성폭력이 동반되는지 잘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장교 출신 A씨는 "군에서 발생하는 구타·가혹행위는 계급과 위력을 이용해 상대방을 맘대로 다뤄도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성폭력은 그 중 하나의 방식"이라며 "군내 성인지 감수성도 당연히 문제지만 계급이 낮은 사람을 맘대로 다뤄도 된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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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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