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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금요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10월 29일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금요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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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실려간다야."
"여기가 무슨 사람 주차장이야?"


인파에서 감탄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사람들이 덜 오지 않을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한국의 '핼러윈 성지'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는 해가 지기 전인 오후5시 무렵까지는 한산했다. 그러나 오후 6시쯤부터 <오징어게임>의 관리자, 할리퀸, 드라큐라 등 핼러윈 코스튬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오후 7시를 넘어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폭 4m, 길이 300m 정도 되는 세계음식특화거리엔 발 디딜 틈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했다. 거리 끝에서 끝까지 걷는 데 6분 41초, 주변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제대로 걷기란 불가능했다. 거리가 비어 있을 때 3분 37초 걸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걷는다기보단 인파에 휩쓸려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In New York, Concre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f. There's nothing you can't do." (꿈이 이뤄지는 콘크리트 정글, 그곳에선 못할 게 없어. 지금 넌 뉴욕에 있으니까)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갔을 밤 8시쯤이 되자 한 주점에서 거리로 제이지(JAY Z)의 노래 'Empire State Of Mind'가 흘렀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가 부른 후렴구가 나오자 거리를 걷던 사람들과 주점에 앉아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리듬에 몸을 맡겼다. 거리 전체가 클럽이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다. 대부분 주점에선 큰 소리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사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온 것 같다"며 "노력은 하지만 시민들에게 방역수칙을 준수하게끔 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제검사, 소음단속, 안전점검... "이번 핼러윈 잘 넘기는 게 중요"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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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태원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이태원 인근 상권은 눈에 띄게 침체했다. '이태원=코로나'라는 꼬리표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상인으로 구성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용산구청은 특별방역대책을 세웠다.

용산구청은 찾아가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상인과 직원 전원이 선제검사를 받게 했고, 소음 단속, 특별 가로정비, 청소 및 안전점검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예고했다. 상인들 가운데 몇몇은 혹시나 모를 코로나 집단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릴 29일부터 31일까지 3일 동안 자진해서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한식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동욱 이태원상권활성화추진단원은 "아쉽지만 작년 집단 감염으로 피폐해진 이태원을 되살리기 위해선 방역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11월 1일부턴 영업 제한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하려면 이번 핼러윈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스크 내리고 술 마시고... 코스튬과 포옹하고 사진 찍고 
 
29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한 주점 앞에선 '오징어게임' 속 딱지치기 게임 후 뺨을 때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29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한 주점 앞에선 "오징어게임" 속 딱지치기 게임 후 뺨을 때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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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핼러윈 불금'이 닥치자 방역에 기울인 노력이 무색할 정도였다. 거리에선 방역수칙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대체로 썼지만, 거리 양쪽에선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과 주점 밖 테이블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뒤섞였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한 손에 술을 든 채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거리두기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각 주점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주점 앞에선 호객 행사도 진행됐다. 한 주점 앞에선 최근 단연 화제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인 딱지치기로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딱지를 먼저 넘긴 사람이 상대의 뺨을 때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핼러윈 코스튬을 한 사람들은 초면에도 어울려 함께 사진을 찍고, 포옹을 하기도 했다. 

물론 나름대로 방역에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징어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인형 코스튬을 하고 연인과 함께 이태원을 찾은 27살 김아무개씨는 오후 6시 50분쯤 사람들이 많아질 무렵 이곳을 떠났다. 김씨는 "핼러윈 기분을 내고 싶어서 이태원에 왔지만, 코로나 때문에 일부러 낮시간을 이용했다"며 "이제 사람들이 많아져서 돌아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밤 10시 넘자 경찰 3백명 출동... 호각 올리고 확성기 안내방송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금요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밤 10시가 지나자 사람들은 술을 사들고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금요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밤 10시가 지나자 사람들은 술을 사들고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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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여러분들, 귀가해주십시오."

영업제한 시간인 밤 10시가 지나자 거리 양쪽으로 쭉 펼쳐진 주점들은 손님을 일제히 내보냈다.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일제히 쏟아진 거리는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분쯤 지났을까, 이태원 인근에 경찰 기동대 3개 부대, 300여 명 정도가 투입됐다. 시민들을 계도하기 위해서였다. 경찰들은 확성기로 안내 방송을 연거푸 해댔다. 계속해서 호각을 울려 사람들이 집에 갈 수 있도록 환기시켰다. 

"X발, 왜 집으로 가라는 거야."
"X나 시끄럽네 경찰 XX들."
"내가 오늘 술을 10시까지만 먹으려고 온 줄 아냐."


30분쯤 지났을까. 거리의 사람들은 3분의 1 정도로 줄었지만, 모든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술에 취한 몇몇 사람들은 경찰을 향해 욕설을 뱉었다. "경찰 코스튬을 한 거 아니냐, 나랑 사진 찍자"며 경찰을 조롱하는 사람도 있었다. 술이 더 필요했던 이들은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손과 손에 맥주 캔을 하나씩을 들고 길바닥과 벤치에 앉았다. 경찰과 용산구청 공무원이 다가가 계도하자 이들은 더 깊은 주택가 골목골목으로 들어갔다.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쉽사리 이태원을 떠나지 않았다. 골목에서 술을 마시는 무리는 더 많아졌다. 골목에서 술을 마시던 외국인 무리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 걱정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I've got Vaccine, and I'm young. I don't Fxxxing care(나 백신 맞았어. 그리고 난 젊잖아. 신경 안 써)"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경찰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계도 활동을 펼친다고 했다. 

"다 집에 가라고 하니까 하나도 못팔아 속상""젊은 사람들 말 안 들어"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금요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금요일 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 박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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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인근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젊은 사람들이 말을 잘 듣겠느냐, 난 모르겠다, 알아서 하라 그래라"면서 "난 밖으로 안 나간다"고 손사래 쳤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영업제한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애들이 술 먹고 난 뒤에 이걸(분식) 먹으러 오는데, 다 집에 가라고 하니까 하나도 못 팔았다"며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핼러윈 데이 전야인 30일 밤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고 단속과 계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밤 단속을 나온 성윤섭 용산구청 보건위생과 식품위생팀장은 "시민들이 오지 말라고 강제하긴 어렵다"면서도 "내일(30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계도와 단속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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