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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무선의 시대이다. 무선이어폰, 무선충전기, 무선마우스, 무선키보드 등등. 엉키고, 여기저기 걸려 걸리적거리고, 자칫 잘못하면 끊어져 버리는 등 우리의 행동반경을 1미터 남짓으로 제한하던 케이블에서 해방되어 무선이 제공하는 쾌적함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특히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건 무선이어폰이 아닐까 싶다. 삼성, 애플 등 주류 스마트폰 브랜드에서 무선이어폰이 출시되고, 스마트폰에서는 동그란 이어폰 단자가 사라진 이후로 무선이어폰 사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당장 길거리에만 나가봐도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무선이어폰은 편리하다. 필자 역시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라 외출 시에 항상 무선이어폰을 챙긴다. 이전처럼 주머니에서 엉킨 이어폰 줄을 푸느라 진땀을 뺄 필요도 없고, 어딘가에 줄이 걸려 이어폰이 귀에서 탈출하는 일도 없다. 단지 선이 사라졌을 뿐인데도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편리함을 두고도 굳이 유선이어폰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사람들
 
무선이어폰과 유선이어폰
 무선이어폰과 유선이어폰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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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지인 Y씨(대학생, 25세)는 이어폰에 케이블이 없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한다. 줄이 없는 탓에 잃어버리기 쉬워, 벌써 오른쪽 유닛만 세 번을 잃어버렸다고. 이 정도면 평소 덤벙대는 성격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무선이어폰은 유선이어폰에 비해 분실 확률이 높아 보이긴 한다.

사용 후 케이스에 제대로 넣어두지 않으면 어느샌가 한쪽이 사라져 버리는 건 시간문제이며, 실제로 중고 사이트에서도 잃어버린 한쪽만 구하거나, 홀로 남아버린 다른 한쪽만 판매한다는 글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사용 시에 일일이 충전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받던 유선이어폰과는 달리 무선이어폰은 무선통신을 위하여 따로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데, 주기적으로 충전을 하지 않으면 밖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려고 귀에 꽂아도 배터리가 없어서 작동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연속 사용으로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시 충전될 때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Y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유선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음악을 고음질로 듣기 위해 유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음향 커뮤니티 내에서도 무선이어폰은 굉장히 핫한 주제이다. 어떤 모델이 가성비가 좋고, 착용감이 편하고,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등, 무선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무선이어폰이 유선이어폰의 음질을 따라오려면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음질 관련 주제가 던져지면 무선 사용자와 유선 사용자 간의 격렬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정말로 무선이어폰은 유선 이어폰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일까?

무선 이어폰 음질이 떨어지는 이유

무선이어폰은 대부분 블루투스 통신을 지원한다. 전자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블루투스 통신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블루투스가 개인용 전자장비 간 단거리에서 간단한 정보를 주고받는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우스나 키보드와 같은 입력장치의 버튼 입력 여부 정도의 간단한 정보 말이다.

이처럼 블루투스는 전송 속도보다는 연결의 안정성, 낮은 전력 소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용량이 큰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연이나 끊김 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오디오 파일을 압축하여 용량을 줄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일을 압축하고 해독하는 이 과정을 코덱(codec)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무선이어폰의 음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전송 과정에서의 압축으로 데이터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음질이 저하된다는 것이 유선이어폰 사용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음질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맞지만, 인간의 청력에도 한계가 있는지라 실제로 그 차이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이 다르다.

또한, 최근에는 고음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블루투스 코덱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어서 무선과 유선의 음질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유선이어폰 사용자들의 고집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질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불편함이라도 감수하리라. 다소 오버스러워 보이긴 해도,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최대로 즐기기 위해 그깟 편의성 정도 희생하는 그들의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하다.
 
필자가 사용하는 mp3플레이어와 유선이어폰
 필자가 사용하는 mp3플레이어와 유선이어폰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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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 위하여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21세기에 카세트 플레이어나 mp3플레이어는 사용하기 불편한 고대 유물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지만, 그때의 감성을 잊지 못하고 구형 기기를 사용하는 마니아들은 오히려 그러한 불편함을 즐긴다.

허공에 떠다니는 음원 데이터가 아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카세트와 CD를 수집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거나, 그때 그 시절 본인이 사용하던 애착이 담긴 기기를 정성스럽게 수리하고 보존해가며 사용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으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10, 20대 역시 구형 기기에 관심을 가지는 등 복고(retro)를 오히려 새로운(new) 것으로 받아들이는 '뉴트로(newtro)' 현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형 기기들과 유선 이어폰은 마치 바늘과 실처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단순히 구형 기기들이 무선이어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유선이어폰을 사용하는 편이 그때 그 감성이 더 잘 느껴진다나. 필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은 있다. 가끔 감상에 젖고 싶은 날, 중학생 시절에 사용하던 mp3 플레이어에 유선이어폰을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니다 예전에 즐겨듣던 트랙이 흘러나오면 문득, 왠지 모를 아련함에 휩싸이기도 한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고, 무선이어폰의 단점이 보완되면서 무선 사용자가 더 늘어나게 되면 이러한 유선 사용자들은 점점 더 구식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충분히 구식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아마 다들 구닥다리 소리를 들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들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그리고 추억을 최대한으로 즐기기 위해 기꺼이 유선을 사용하는 모습들은, 촌스럽거나 불편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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