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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아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연관된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이 몇 주간 언론, 소셜미디어 등에서 언급되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곽상도 의원의 정치 길은 수직 하강했다.

곽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5년 9개월간 근무하고 퇴직금 50억 원을 수령했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아빠의힘'이라고 비판하는 청년들의 움직임도 있었다. 나날이 팍팍해지는 삶에서 곽상도 의원의 50억,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부모 찬스... 이런 뉴스를 연달아 들으니 청년들이 화가 나다가도 자괴감을 느끼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20대 여성 청년인 나 또한 연이은 소식을 듣고 '분개'하다가 곧 '낙담'에 빠져버렸으니까.

화천대유 저 편의 청년
 
지난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 요트장에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 홍정운 군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를 했다 납벨트를 풀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 요트장에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 홍정운 군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를 했다 납벨트를 풀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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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이야기'보다 더 허탈했던 건 그 이후에 들은 한 청년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기사를 찾아 읽어보다가 금방 창을 닫았다. 이번 일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유로 사고를 당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잠수와 관련한 자격증도 없는 실습생에게 12kg 납덩이를 몸에 묶고 잠수를 하게 시켰으며, 현장에 안전 관리자의 감시도 없었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기시감이 든다. '구의역 김군'도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지침이 있었음에도 혼자 가서 작업을 하라는 업무지시에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태안화력발전에서 숨진 김용균 노동자 또한 별다른 안전 장비 없이 홀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에 사망한 여수 실습생 홍정운씨도 마찬가지다.

청년 노동자들이 늘 유사한 노동환경에 놓여있었고, 유사한 이유로 죽었다. 최소한이라도 해야 할 원칙을 져버린 사측과 한 마디 반발도 열악한 노동환경을 벗어날 수 없었던 노동자, 이 지독한 고리가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아빠의 힘 '50억' vs. 청년 노동의 값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 "50억 퇴직금 의혹" 곽상도 아들 소환조사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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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죽음 앞에 언론 적폐와 기득권 정당은 무슨 공격을 해왔는지 다들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자본의 농락 앞에 바다에 가라앉은 단원고 피해 학생들은 '자식 죽음 가지고 돈놀이 한다'는 비난을 아득바득 이겨내야 했다. 마땅한 안전장치 없이 노동에 내몰려 죽음을 맞이한 고 청년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의 노동자들의 목숨 값은 1억 원도 돈놀이라고 비난받지만, 곽상도씨 아들의 건강 적신호는 50억이 돼 돌아왔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곽상도 아들에 대한 산재위로금은 '상식'에 부합하다고 이야기했다. 돈 장사는 누가 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노동 그리고 그 노동으로 인해 받은 피해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죽음 앞에서는 최소한 양심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뻔뻔하게 '상식'을 운운하는 자본가 앞에 억장이 무너지는 건 노동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양심, 기준, 철칙이다. 이렇게 사회적 무기력을 야기하는 기득권 적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그냥 방치할 순 없다. 

'실습'이 아닌 노동, 나중이 아닌 지금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현장실습생들의 업무가 실습 아닌 노동의 울타리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현장실습은 여전히 교육 없는 노동착취, 책임 없는 헐값 노동으로 방치되고 있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에 그냥 실습 자체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많았고 실제로 많이 축소됐다고 한다. 그러나 실습 자체를 하지도 않고 교육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노동 현장에 뛰어들게 되면, 노동자에게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껍데기만 노동자 존중을 말하는 '중대재해법'은 정의당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더욱 많이 취업하고, 청년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작은 사업장에 고용되는 현실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조차 되지 않는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이 3년이나 되는 것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가지고 시험하는 것과 같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에게서는 "책임자를 엄벌하겠다" "개선안을 만들겠다"라는 말이 자동응답기 마냥 반복된다. 그 개선안을 마련하는 데드라인이 언제까지인지, 책임자 규명은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 뭐 하나 후련하게 답변을 확인한 적이 없다. 여전히 공허하다.

교육체계 안에서 노동을 제대로 가르치고, 안전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실습교육을 강화하고, 실습생들의 노동 또한 제도 안에서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혁신적 제도 변화가필요하다. 반복되는 사고 앞에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하고, 청년들이 살아서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정치가 스스로를 개혁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데드라인은 바로 지금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에 사는 청년여성, 그리고 정당인입니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정치혐오에 빠졌으나 혐오와 무기력은 기득권 정치의 양식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넘고 정치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진보정치를 이끄는 청년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의당의 청년정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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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 남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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