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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9월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 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9월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 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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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말하기 몇 시간 전, 이런 기사를 봤다. 지난 8월 3일 오후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1동의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된 스물한 살 청년의 이야기였다.

<쿠키뉴스>에 따르면,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와 기초생활수급비 105만 원으로 다달이 버텨가던 성민(가명)은 수급비 삭감을 면하기 위해 '몰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었다. 그날은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렸다. 그날따라 성민은 평소 아버지가 챙겨주던 얼음물을 깜박했다. 그날 그에겐 생수를 사 먹을 1000원 안팎의 돈이 없었다. 

길가던 시민의 신고로 119구급대가 출동했고, 경련·고열 증상이 있던 성민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사망했다. 사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됐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황망한 죽음도 죽음이지만, 2인 가구가 1인 가구로 달라지면서 깎일 생계급여 30만 원에 더 지친 기색이었다.

누군가의 1000원, 누군가의 1억 원

'그분'이 말하기 보름 전, 남편이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한 빌라에 거주하는 30여 명의 세입자가 집주인이 아닌 신탁회사가 소유한 '신탁부동산' 거래과정에 속아 계약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빈털터리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들도 본인이 더 알아보지 못했다고 서로 자책만 한다"는 31살 사회초년생의 1억 원짜리 전세를, "차라리 고시원 같은 데서 살지, 앞으로 이런 계약 못할 것 같다"는 25살 취업준비생은 보증금 8000만 원, 월세 15만 원짜리 반전세를 살고 있었다. 전세금 2억3850만 원 중 1억8300만 원을 대출받은 8년 차 직장인은 "살면서 나쁜 짓 한 번 안하고, 정말 차곡차곡 돈 모아서 계약서대로 약속 다 지켜서 들어왔다"면서 망연자실했다. 

남편은 "이런 걸 볼 때면 간담이 서늘하고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몇 년 전, 우리도 전세금 문제로 고생했다. 이사계획을 알리며 전세금 반환일까지 약속했는데도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던 집주인 때문에 영하의 날씨에 돌도 안 된 아기와 함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법원을 찾아다녔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1억6000만 원을 소송 끝에 돌려받기 전까지,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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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분', 이영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말했다. 이 의원은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대장동 의혹의 책임을 추궁하며 "계속 '돈 받은 자가 범인'이라고 하는데 (관련자들) 기본이 100억, 1000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몇천만 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짜리 '푼돈' 받은 사람, 저는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목돈 받을 사람이 범인"이라고 했다.  

본인 말마따나 막대한 판돈이 걸린 사업이었다.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여기에 관여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다. 이재명 지사가 이 상황을 곽상도 의원 아들과 이른바 '50억 클럽'을 엮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한 것에 '이재명은 훨씬 큰 목돈을 챙긴 것 아니냐'고 받아치려 했던 의도였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그런 의심이 아니다. 탄탄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문제 제기, 이영 의원의 질의에는 이게 빠져 있었다. 그 대신 여야 대립 구도에 갇혀 이재명 지사의 의혹만 강조하느라 몇십억 원을 '푼돈' 취급하는 황당하고 경솔한 인식만 남아 있다. 

누군가의 잔돈, 누군가의 푼돈

어떤 사람은 1000원이 없어서 목숨을 잃는다. 어떤 사람은 몇천만 원, 또는 1억~2억 원에 달하는 전재산이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떤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몇천만 원은 잔돈이고 몇십억 원은 푼돈이라 말하니, 시민들은 대체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할 뿐이다. 

다르게 물어봤다면 어땠을까. 나름 공영성을 추구했다지만, 결국 개발은 불로소득을 낳기 마련인데 그 허점을 좀더 고민하지 못했냐고. 결국 '땀보다 땅'이라는 부동산불패신화만 재확인해준 대장동 개발을 '치적'이라고 자화자찬만 할 수 있냐고.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1억 원을 받기도 힘든데, 어떤 국회의원 아들은 산재위로금인지 성과급인지 50억 원을 받아가는 구조의 '설계자'가 된 것은 아니냐고. 

이날 국정감사를 마치며 이재명 지사는 "다시 한번 상실감과 배제감으로 아파하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다시는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영 의원도,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질의과정에서 충분히 끌어낼 수 있던 답변이었다. 실체가 분명치 않은 '목돈'을 강조하느라고 몇천만 원을 잔돈으로 만들고 몇십억 원은 푼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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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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