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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을 통해 풀어 갈 영역이 존재한다. 공론이란 여러 생각을 조율해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대단히 기이한 공론화를 진행했다.

사유지인 대한방직 부지 재개발에 관한 시민공론화라는 게 성립되는지 의문스러웠다. 도시개발의 원칙과 방향에 기초해 토지 소유주가 제출하는 계획안(건축이든 재개발이든)을 심의해 처리할 행정의 영역에 불과하다. 그런 사안을 공론의 영역으로 다룬다?

반면에 공론을 통해 풀어갈 명백한 것들이 존재한다.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과 관련한 것들이 그에 해당한다. 기존의 자동차에 편중된 교통은 모두가 체감하듯 감당할 수 없다. 많은 도시가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대체하려 한다. 도로는 공공재이며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 등이 나눠 쓰는 공간이다. 때문에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한 공론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자전거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다. 아울러 '전주도 얼마든지 자전거 도시로 갈 수 있다'는 의제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이 입장은 '어느 날 갑자기 전격적으로 결단하고 자전거 도로를 놓아버리는' 쿠데타적 방식을 옹호할까?

그렇지 않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입장과 주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여러 입장들의 조율과 지난한 합의과정을 통해 접근해야 함'을 강조해왔다.

세계가 파리를 주목하는 이유

필자는 프랑스 파리와 '이달고 시장'을 자주 인용한다. 1970~90년대에 이룬 북유럽과 달리 파리는 현재 진행형의 자전거 혁명 중이다. 많은 도시가 도전하지만 파리와 이달고는 돋보인다. 

2014년에 시장이 된 이달고는 첫 임기 동안 자전거 정책을 수립하고 밑그림을 그리는데 치중했다. 2020년 재선에서 획기적이고 놀라운 내용의 핵심 공약을 제시한다. '파리 중심부 노변 주차장 13만 개 중 7만 개를 없애고 그 공간을 자전거 주자창 및 자전거 도로로 만든다'는 것이다. 

당선 후의 '미래의 파리에 관한 포부'가 아니다. 선거에서 핵심적 공약으로 제시했음을 주목하자.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는 이미 세계적 도시인 파리도 '자동차 위주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5분 도시'의 핵심은 자전거이다. 또한 교통은 도시 기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첫 임기에 기초를 다지고 시동을 걸어온 이달고의 구상은 코로나라는 역사적 사변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 했던가?

파리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대중교통과 자동차 교통을 재빨리 자전거로 흡수해 나갔다. 2개 차로중 하나를 통째로 '임시 자전거 도로'를 운영했다. '위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바이러스와의 공생을 시도하고 있는 현재는 그 '임시'마저 떼고 영구적인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카이시는 2001년에 시작해 12년간 계획을 수립하고 10년에 걸쳐 50km의 자전거 도로 개설 및 정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현재 진행중이다.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라는 일본 사람들 특유의 치밀하고 철저한 접근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의 자전거도로  사카이시는 2001년에 시작해 12년간 계획을 수립하고 10년에 걸쳐 50km의 자전거 도로 개설 및 정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현재 진행중이다.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라는 일본 사람들 특유의 치밀하고 철저한 접근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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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일본 오사카부의 사카이라는 도시를 찾은 적 있다. 오사카 옆의 공업도시인 사카이는 전 세계 자전거 부품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시마노'의 본거지이다. 사카이에서 얻은 교훈은 이것이었다. '느리게, 그러나 제대로'

사카이는 '자전거 환경 공생 도시 만들기 기금 조례'를 만든 2001년부터 자전거 도시를 만들어왔다. 계획 수립단계만 12년, 그렇게 확정한 계획은 얼마나 거창했을까? 뜻밖에 그 계획이라는 게 매우 소박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겨우 50km의 자전거 도로를 낸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겨우 50km를? 그것도 일거에 하는 게 아니라 구간 하나를 정비하고 보완사항을 담아 또 다른 일에 착수하는 식으로?' '12년 동안 설계하고 10년 동안 50km의 자전거 도로를 내는 추진과정'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이런 답답함은 연수를 마치고 모두 해소되었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고친다는 뜻 정도일 '정비'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매우 신중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신중하게 계획하고 손을 대는 경우 정말 바꿀만한 일을 바꿨구나'라는 게 확인되었다. 하기 전과 달라질 것 없이 포장재질만 바뀌고 마는 우리와는 매우 달랐다.

도저히 폭이 나오지 않는다면 차로를 줄이건 보도를 줄이는 방식을 통해 자전거가 들어갈 위치를 분명하게 했다. 구멍 난 부분을 때우는 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기존의 문제를 보완하는 해결책을 찾은 다음에야 손을 댄다.

강한 리더십, 세밀한 설계, 그리고 공론이라는 삼위일체

현대 사회에서 자전거 도시로 가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힘들다. 그러나 도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의 엄청난 혁명이다. 그런 길에는 세 가지의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사카이와 파리가 그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도시 미래에 관한 과감하고 획기적인 결단과 리더십'이다. 또 하나는 '세밀하고 잘 다듬어진 프로그램(추진계획)'이다. 마지막으로(사람들이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도시의 변화는 결국 다양한 생각을 담아 합의하는 사회적 합의과정', 즉 '공론'에 해당한다. 셋 중 하나만 결여되어도 이 혁명은 가능하지 않다. 파리와 사카이뿐 아니라 세계 모든 도시가 경험한 교훈이다.

이달고를 이야기하면 '과감하고 획기적인 리더십'으로만 오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파리의 이달고를 다시 환기시켜보자면 과단성과 강한 추진력은 재선에서 핵심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운데 바탕한다. 리더십과 시민의 합의, 그리고 초반 6년여를 숙성시켜 진행해온 설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셋은 삼위일체로써 하나를 가리킨다. 리더십과 공론을 통해 만든 계획이라도 어느 한 곳에서 치밀하지 못하면 암초에 걸려 좌초할 수 있다. 

자전거 길을 내주되 자동차를 포기하고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드는 게 전략의 핵심일 것이다. 자전거에게 길을 내주되 자동차 수요를 줄일 다양한 형태의 당근과 채찍이 설계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의 자전거 도로로 전락한다. 이런 경우를 얼마든지 확인해왔다. 추진전략 전반과 단계적 추진 일정상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잘 작성된 계획과 강한 리더십도 공론의 과정이 없다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시간이 걸려도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쌓아둔 탑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새전북신문과 전북포스트에 동시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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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 전주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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