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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에게 노동은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노동에 필요한 휴게 공간 마련은 기본으로 여겨지지 않아왔다. 고용노동부의 지침 수준으로 머물던 제도가 산안법 개정으로 법에 새겨지게 되었다.
 노동자들에게 노동은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노동에 필요한 휴게 공간 마련은 기본으로 여겨지지 않아왔다. 고용노동부의 지침 수준으로 머물던 제도가 산안법 개정으로 법에 새겨지게 되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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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할 때면 '가을이 오긴 오나'하는 생각이 든다. 길어지는 여름이 지루해질 때쯤, 가을이 성큼 다가오곤 한다. 이번 여름도 종잡을 수 없는 장마에 좀 익숙해지는가 싶더니, 이른 추석이 왔다 간 지 벌써 몇 주나 지났다. 여름에 대한 잔상은 이것으로 충분한데,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일들이 꼭 생겨나곤 한다. 

"낮엔 폭염·밤엔 열대야…경남 무더위 절정", "충북 낮 최고기온 35도 '찜통더위'…오후에 소나기", "전국 폭염특보, 최고 35도…곳곳 소나기"(주1) 2019년 8월 9일. 이날은 '폭염', '찜통더위', '열대야'란 단어가 종일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여름이 한창이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고기온이 34.6도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이날,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제2공학관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서 67살의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1평 남짓한 휴게실에는 창문도, 에어컨도 없었다.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서울대의 청소 노동자 등 직원 휴게실 146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냉난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모두 33곳에 달했다.

이에 청소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서울대는 뒤늦게나마 개선에 나섰다. 이후 그의 동료들은 지상에 자리한 휴게실을 얻게 됐다. 이전에 세미나실로 쓰이던 곳이라 에어컨과 환풍기도 설치돼 있었다. 학교 측은 이외에도 정수기와 냉장고, 개인 옷장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얻어냈다기엔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에 불과했다.

노동은 필수, 노동자 휴게공간은 무시

2018년 고용노동부는 "휴게시설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조건"이라며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하에선 공기·악취 등 환경이 열악하므로 가능한 휴게실을 지상에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냉난방시설과 환기시설을 마련해 여름에는 20~28도, 겨울에는 18~11도를 유지하고 습도는 50~55%를 유지할 것 역시 권고한다.

하지만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사망 이전에도, 이후에도 최소한의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 휴게실은 여전했다. 서울대를 포함한 서울지역의 몇몇 대학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점검한 결과, 일부 환경이 개선됐다곤 하나 노후화된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냉난방시설 마련조차 미흡한 곳이 더러 있었다. 지하에 휴게실이 남아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으며, 이외에도 휴게실 접근권이 낮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거나 성별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등 노동자가 쉴만한 휴게실 마련은 여전히 요원했다.

지난 6월, 서울대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50대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다시 수면 위에 오르며, 청소 노동자의 휴게공간 보장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원도 동시에 주목받았다. 반복되는 죽음에 겨우 눈길을 끈다는 씁쓸함은, 청원 속 사례로 강도를 더한다. 
     
거대한 건물일수록 청소 노동자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그러나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89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부산통합청사는 업무용 최우수상을 받은 건물이다. 그런데 각각 지하 1층과 지하 3층의 창문도, 햇빛도 없는 공간에서 20명의 남성 청소 노동자와 11명의 여성 청소 노동자가 휴식을 취하는 것은 아무런 감점 사유가 되지 못하나 보다.

중앙고용정보원의 산업별·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 Occupational Employment Statistics Survey) 데이터를 활용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1600만 명 중 청소 노동자는 37만 7천여 명으로 4위일 뿐 아니라 단일 직종으로 가장 많다.(주2) 

즉 우리 사회에서 청소 노동은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필수적인 노동 중 하나란 소리다. 그런데도 어째서 대부분의 청소 노동자는 어둡고 후미진 곳에서야 겨우 한숨 돌리는 게 당연시된 사회인 걸까. 

휴식이라는 기본권

타인이 가득하거나 익숙지 않은 공간, 즉 저만의 공간이 아닌 데서도 스스럼없이 행동하는 이들더러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냐?"며 말하곤 한다. 여기 아마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에서조차, 맘 편히 있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일터 속 노동자다. 앞서 한 질문을 다시 가져와 보자. '사람 쉴 곳 못 되는' 휴게공간은 비단 청소 노동자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빌딩과 아파트, 톨케이트와 공사장, 학교 등 지면의 한계상 미처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문제다. 왜 이들은 '사람답게 쉴 만한' 휴게공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왜 이걸 문제라고 여겨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사실 자명하다.

휴식권은 과로의 강요로부터 자유라는 의미에서 자유권적 기본권이며, 휴식의 기회를 주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에서 청구권적 기본권이다. 또한 과로로 인한 건강의 훼손으로부터 건강을 보호받을 권리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기본권이다.

과로의 강요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휴식권의 제한은 인간의 존엄성 존중의 이념에 위배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복합적 구조를 가진 총합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휴식권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주3)

여기서 잠깐 휴식의 의미를 돌이켜 생각해보자. 국어사전에 따르면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휴식을 위해선 일단 하던 일을 내려놓고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휴식의 첫 단계인 휴게시간 확보부터 쉽지 않다. 우리 사회를 수식하는 익숙한 표현 중 하나가 바로 'OECD 평균보다 한 달 반 더 일하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2137시간을 일하는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길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멈추기엔 너무나 미약하며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와 날로 다양해지는 오늘날의 노동을 배제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휴게시간'에 대한 법률도 마련돼 있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1일 4시간 이상 일한 시 30분 이상, 8시간 일한 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다만 이게 전부다.

근로기준법에서 휴게시간의 보장은 명시해뒀으나, 휴게공간에 대해선 별다른 의무 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탓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관련 규정이 있긴 하나, 법률에 근거를 둔 게 아니라 강제성이 없었다. 이처럼 쉴 시간은 있어도, 쉴 공간이 마땅찮아 그간 수많은 노동자는 폭염과 혹한에 온몸을 내놓거나 곰팡이 피고 어두컴컴한 곳을 전전해야 했다.(주4)

비록 '공간'의 하나는 '빌 공(空)'이라지만, 공간은 온갖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중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은 '차별'이다. 언뜻 중립적으로 보이는 공간이지만, 같은 공간이라 해도 누구에겐 환대를 베풀고, 또 다른 누구는 배제한다. 대표적인 예가 일터 속 휴게공간이다.

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그' 또는 '그녀' 아니면 둘 중 하나로 말할 수 없는지에 따라, '정규직'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건강한 몸'인지 '아픈 몸'인지에 따라서 말이다. 물론 여기에 언급한 '그런지 아닌지'만이 전부는 아니며, 공간에 깃든 차별은 날이 갈수록 더욱 미세하고 정교해지는 중이다.

휴게공간 설치, 사업주 의무 된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여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터가 있다. 이곳의 노동자에겐 일하는 도중 잠시 쉼을 취할 권리가 보장돼 있다. 그가 일하는 곳은 하늘 가까운 곳과 땅끝, 어느 하나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친 노동자의 육신을 위한 곳은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곳에 자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쉼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그를 가리켜 사람이라 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가 쉴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 것, 하더라도 우리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은 어쩌면 그가 사람이 아닌 기계이기를 바라서일까. 계속해서 맴도는 이 질문이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기 위해서라도, 더는 노동자의 휴게공간을 감추거나 지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생명과학대사전에 따르면 휴식이란 '활동을 한때 중단해 서서히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으며, '수면하거나 활동을 일정 기간 쉬는 것'을 합쳐 이르는 용어라 정의한다. 또한 휴식은 신체적·정신적 피로의 회복을 꾀하며, 활동을 위해 필요한 체력이나 기력을 증진하는 것으로 활동에 꼭 필요한 것임을 덧붙여 설명한다.

물론 휴식은 일의 효율과도 연계된다. 충분한 휴식을 보장했을 때 노동자의 건강 역시 담보될 가능성이 크고, 건강한 노동자는 생산성과 정비례의 관계를 지닐 확률이 높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휴식이, 쉴 시간이, 쉴 공간이 필요한 합당한 이유를 꼭 찾아야만 하는가? 가끔은 이전에 목격한 노동자의 죽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2021년 6월,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내용이 개정됨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관련된 구체적 사항은 하위법령에서 규정토록 하는데, 사업의 종류 및 상시 근로자 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주는 위치·온도·조명 등 설치 및 관리기준에 부합하는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미설치 시 1500만 원의 과태료를, 기준 미준수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제대로 된 하위법령의 마련과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구현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여하튼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

글의 여기저기서 반복해대던 질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날을 거듭할수록 덧붙여지는 게 많은 질문으로 자라리라 확신한다. 끝없이 복잡해지고, 한없이 다양해지는 세계에선 노동 역시 그럴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약간의 반가움이나마 밑거름 삼아, 계속해서 고민해서 답을 찾아야 한다. 더는 노동자가 한숨 돌리러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않도록, 그러다가 문득 사라지지 않도록.

[각주]
1) 연합뉴스 https://www.yna.co.kr/sitemap/articles/2019/08/09-1.htm
2) '여성의 이름으로 청소 노동자 일어서다', 한겨레, 2011, 
https://www.hani.co.kr/arti/PRINT/458401.html
3) 김종세, '헌법상 휴식권과 공휴일제도', <법학연구> 제60호(2015), 한국법학회, p.372
4)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휴게시설(제79조), 의자의 비치(제80조), 수면장소 등의 설치(제81조),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는 경우 휴게시설의 설치(제567조)에 관한 내용을 마련해뒀다. 해당 부분은 근로기준법에 '휴게공간'과 관련한 항목이 없는 것과 이외에 마련된 관련 조항은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인 한재영님이 작성하였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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