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도시재생사업은 낙후된 도시의 마중물 역할

도시재생 사업을 마중물(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물) 사업이라고 부른다. 주민이 모여 주민협의체를 만들고 지역 문제에 맞춰 분과를 구성한다. 주민들은 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분과에서 활동한다. 자신이 사는 동네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함이다.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문제를 찾거나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공모 사업을 통해 실천한다. 대개 이 과정은 도시재생사업 내내 반복된다.
 
 도시재생대학과 공모사업을 통한 주민 참여 구조
 도시재생대학과 공모사업을 통한 주민 참여 구조
ⓒ 윤호준

관련사진보기

 

도시재생사업은 준비단계, 계획단계, 실행단계, 자력재생단계가 있다. 뉴스에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 계획단계라고 보면 된다. 예산이 편성되면 센터가 생기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을 수립·고시한다. 실행단계에는 사업별로 사업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 행정, 주민이 함께 동네를 재생한다. 흔히 예산 사용이 끝나는 실행단계 종료 시점을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되었다고 말한다.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과정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과정
ⓒ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련사진보기

 
이상한 일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는 것이다. 계획수립 기간을 빼면 실행은 3년 남짓이다. 3년 만에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재생사업 종료 대책으로 도시재생기업(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을 내놨다. 재생사업으로 만들어진 유·무형의 자산을 관리 운영하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자원으로 해결하는 게 주목적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고, 도시재생기업(CRC)이 지역의 문제를 기업의 형태로 해결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18개가 선정되었다.

암사동 도시재생 시범사업

강동구 암사동은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지역이다. 2014년 12월 선정되었다. 2년 2개월 간 주민의견 수렴을 거친 뒤 2017년 6월 활성화계획이 고시되어 실행단계가 되었다. 2019년에 재생사업이 종료되었고 암사 도시재생지원센터도 문을 닫았다.

재생사업을 통해 만든 주민공동이용시설 암사 도시재생 상상나루래(이하 '상상나루래')는 2019년 문을 열었고, 층별로 주민모임, 단체, 사회적경제조직이 운영했다. 어떤 공간이 동네에 필요한지, 어떻게 운영할지 주민들과 워크숍을 통해 결정했다. 지하 1층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다목적문화공간, 1층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주민들이 만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카페 및 전시공간이 조성됐다.

2층은 공동육아 모임 공간, 3층은 다양한 공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실습 공간, 4층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눌 수 있는 공유부엌으로 만들어졌다. 각 공간의 명칭도 주민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암사동 앵커시설 사진
 암사동 앵커시설 사진
ⓒ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비영리법인의 형태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앞서 언급한 지역의 문제를 기업의 형태로 해결하는 서울시 도시재생기업(CRC)을 만들기 위해 2019년 11월 비영리법인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고, 2020년 5월에 등기와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암사도시재생센터에서 근무했던 코디네이터 두 명이 남아 설립을 함께했다. 2019년 재생사업 종료와 2020년 서울시 도시재생기업(CRC) 공모의 빈자리 1년을 무급으로 매웠다. 이듬해 12월 서울시 지역관리형 도시재생기업(CRC)에 선정되었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실험

현재 상상나루래는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누구나 5분 안에 대관할 수 있다. 동네에 대관할 수 있는 공간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사, 교육 활동을 원하는 주민이 강사 조합원으로 가입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매주 32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용자는 약 300명이다. 다양한 소모임을 위한 대관도 많다. 지난 8월 기준 프로그램 참여자와 대관 이용자는 1500명이 넘는다.
 
 조합원이 제공하는 수채화 수업(좌)
조합원이 제공하는 디스코 장구 수업(우)
 조합원이 제공하는 수채화 수업(좌) 조합원이 제공하는 디스코 장구 수업(우)
ⓒ 암사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동아일보

관련사진보기

 
1층 카페 및 전시공간에는 Gallery, Shop, Library가 있다. 갤러리는 신인 작가들이 전시회를 여는 공간이다. 리본공예, 비즈공예, 뜨개질 등 다양한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주민들이 Shop을 통해 물건을 판매했다. 책 1권을 꽂고 1권을 빌려갈 수 있는 공유책장 Library도 있다.
 
 지역 주민에게 판매, 전시 경험을 촉진하는 來 프로젝트
 지역 주민에게 판매, 전시 경험을 촉진하는 來 프로젝트
ⓒ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상상나루래 플리마켓이 열린다. 2019년 8월 첫발을 떼었다. 암행어사(암사동에서 행복을 만들려 어울리는 사람들) 축제기획단은 자발적인 주민모임으로 구성되어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플리마켓 기획과 운영에 대해 배웠다. 현재 구성원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합뉴스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동네를 바꾸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주제로 미니다큐를 촬영했다.
 
 암행어사 축제기획단 단체사진(좌)
상상나루래 플리마켓 (우)
 암행어사 축제기획단 단체사진(좌) 상상나루래 플리마켓 (우)
ⓒ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현재 조합원 27명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관 7곳이 있다. 지역 주민이 80%가 넘는다. 조합원 중에는 암사1동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분도 있다. 주민센터나 동네에서 봉사나 기부가 필요할 때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10월부터 3개월 간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진행한다. 15명을 뽑아 등하원도우미, 마을관리, 마을기자단 활동을 할 예정이다. 사업 효과가 좋으면 직접 고용하고, 정책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분과를 구성할 계획이다. 수익을 분과에 할당해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서이다.

다양한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앵커시설을 거점으로 사람과 사람, 단체나 기관을 연결한다. 이들에게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설레고, 기다려진다.
  
흔적 지우기 '칼 빼든 오세훈'

그런데 최근 들리는 소식이 흉흉하다. 서울시는 지난 5월 17일 '제38대 서울시정 조직개편안'을 서울시의회 제출했다. 도시재생실(1급)이 없어지는 대신 균형발전본부(2·3급)가 새로 만들어졌다. 서울시 부서명에서 '재생'이 모두 빠졌다. 

서울시에는 58개의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 있다. 지역별 인구는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약 3만 명이다. 도시재생을 준비하는 희망지사업은 82개소이다. 23개 자치구에서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최소 3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300명이 넘는다.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현황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현황
ⓒ 서울특별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련사진보기

 
정책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재생보다는 균형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300만 명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을 바꿀 때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한 법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다. 독재국가가 아니다.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찾고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무분별한 '흔적 지우기'는 낙후된 지역에 사는 300만 주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잔혹한 행위이다.

지난 10월 12일, 올해 10월 예정되어 있던 서울시 도시재생기업(CRC) 선정 공모 소식이 없어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에 문의를 넣었다. 도시재생 방향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년으로 미뤄졌고 상반기에 치러질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2021년 도시재생 사업이 종료되는 지역, 도시재생기업(CRC)으로 활동하기 위해 수년간 교육받고 참여했던 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일언반구도 없다. 정책은 시민과 정치, 행정의 약속이다. 1년 전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바람맞은 상황이다. 더 황당한 건 이유도 대책도 마뜩잖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을 선도했던 서울시

도시재생은 서울시에서 선도적으로 이끌던 사업이다. 국토부의 뉴딜 사업은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을 토대로 수정·보완해서 만들어졌다.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하는 희망지사업은 국토부에서 도시재생 예비사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시재생 사업 종료 이후에 대한 대책이자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서울시 도시재생기업(CRC)은 국토부 마을관리 협동조합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서울시장이 바뀌자 지금까지 진행했던 모든 사업을 부정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지역에 사는 주민을 위한 사업이고 참여를 통해 동네를 바꾸는 정책이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수많은 주민은 동네를 위해 긴긴 시간 활동했다. 최소 3년부터 길면 5년 넘는 기간이다. 서울시장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어떤 근거나 논리도, 대안도 없이 잘 진행되던 정책을 정지시키면 앞으로 누가 정책에 참여하겠는가.

내년 3월은 대통령 선거, 6월은 지방선거가 있다. 부디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꾼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서울시가 되길 바란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암사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했고, 재생사업으로 성장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비영리법인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틈틈이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