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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관련 홍보 책자들(이연순 센터장 제공)
 치매 관련 홍보 책자들(이연순 센터장 제공)
ⓒ 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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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입원한 지 두 달이다. 듣기와 말하기가 어렵고, 소리 지르며 발 구르기, 갑작스레 의심과 분노 터뜨리기, 멍 들도록 자해하기 등을 거쳐 문 밖을 나서는 배회 증세를 보인 뒤였다. 집 주변에 요양병원은 수두룩했지만, 노인치매전문을 찾기 어려웠다. 지역구 치매안심센터 책자에서 '인천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아래 '인천제1시립')을 발견하고 반가웠던 이유다.
 
'인천제1시립'은 노인치매전문 공립요양병원이다. 강문철 원장은 치매 관련하여 제일 쳐주는 신경과 전문의다. 국내 최초 24시간 돌봄 노인병원을 개설해 특화한 인천은혜요양병원(서천재단)에 인천시가 위탁해 2002년 7월 개소할 때부터 2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 원장과 상담하던 날 듣게 된 '휴머니튜드 기법'은 입원을 격려하며 북돋운 결정타다.
 
어머니는 휴머니튜드 도입으로 전국 공립병원 중 선구적 돌봄을 선보이는 '인천제1시립'의 치매안심병동에서 지낸다. 이곳은 2018년부터 시행된 '치매국가책임제'가 적용돼 편안한 시설과 치매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다. 인력은 신경과(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치매간호사(노인전문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인천제1시립'의 치매환자가족이면서도 치매에 대해, 치매환자 돌봄 체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휴머니튜드 기법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치매환자가족들도 나처럼 무지한 탓에 요양병원을 찾을 때 애를 먹거나, 맞닥뜨린 불안감과 자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인천제1시립' 관련 인터뷰가 그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간적인 돌봄 기법, '2A'와 '휴머니튜드'
 
 인터뷰하는 강문철 원장
 인터뷰하는 강문철 원장
ⓒ 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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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감염자수가 급증하는 터라, 인터뷰는 지난 9월 29일 병동 건물 밖 병원 카페에서 했다. 인터뷰이는 강문철 원장, 치매 관련 홍보와 퇴원환자 관리 등 지역사회연계를 총괄하는 '의료사회사업센터'의 이연순 센터장, 2019년 인천시의 휴머니튜드 기법 관련 교육을 받은 치매안심병동 김은숙 간호과장 등 세 사람이다.
 
- 내가 어머니를 이곳에 모신 이유는 둘이다.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노인치매전문병원이라는 것과 휴머니튜드(프랑스어로 '인간다움'을 의미) 기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휴머니튜드 기법'이 '인천제1시립'의 돌봄 특성인가?
강문철(아래 강) : "휴머니튜드는 환자와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는 돌봄 기법이다. 개발자는 프랑스인 이브 지네스트와 로젯 마레스코티다. 환자 고유의 눈높이에 맞춘 '보다, 말하다, 만지다'의 커뮤니케이션으로써 인간적 존엄일 '서다'로 이끄는 4기법이다. '인천제1시립'은 2019년 인천시로부터 제안을 받아 실제 적용을 시작했다. 당시 사례는 KBS <다큐 인사이트> '제1부 나는 나쁜 간호사입니다'(2019년 11월 21일)와 '제2부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2019년 11월 28일)로 제작되어 방영됐다.
 
그렇지만 '인천제1시립'은 휴머니튜드 기법 이전에도 환자 중심 돌봄 체제를 운영했다. 인천은혜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인천제1시립' 원장이 된 나는 직원들에게 슬로건 2A(Ambulation and Assist, 거동한다&도와준다)를 늘 환기시켰다. 요양병원에서 퇴행성 질환 환자들은 죽을 때까지 질환을 짊어지고 가야하는데, 노환의 특성은 거동이 불편한 거다. 그대로 두면 장기와상, 급성 합병증, 수명 단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돌보는 직원들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긴장을 주는 게 필요하다. 환자가 누워 있으면 앉게 하고, 앉아 있으면 서게 하고, 서면 걷게 하는 식으로, 항상 거동하도록 직원들이 도와주고 함께 걷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는 중에 인천은혜요양병원 가혁 원장의 소개로 휴머니튜드에 관심을 가졌는데, 인천시 제안으로 병원 운영에 도입하게 되었다. 2A와 휴머니튜드 4기법이 이곳에서 환자 중심 돌봄으로 정착될 것이다."
 
이연순(아래 이) : "걸을 때 넘어질 경우를 대비해 환자는 헬멧을 쓰고, 낙상 우려가 높은 환자에게는 색상이 다른 환자복을 입혀 주의를 더 기울인다."
 
- 병동 현장에서 슬로건 2A는 휴머니튜드 기법과 어떻게 어우러지는가?
김은숙(아래 김) :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환자의 안전 때문에 보호대를 처방해야 하지만, 원장님은 가급적 환자의 인권을 생각해 다른 대안을 찾는다.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신체근력이 저하되어 환자의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자의 신체활동으로 신체 잔존 기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켜 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되도록 최대한 움직이게 한다. 그런 점에서 2A는 인간다움을 강조하면서 서도록 걷도록 하는 휴머니튜드 기법과 맞물린다."
 
- 휴머니튜드 기법 실행을 방해하는 현장 여건(상황)과 개선 방안이 있다면?
김 : "휴머니튜드 케어는 환자 가까이에서 수행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간병인과 간호사다. 2019년 다큐 촬영 시에도 느꼈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여러 병동 업무 등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다. 케어의 중요 인력인 간호사와 간병인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
 
- 치매안심병동에서 경험한 최근 케어 성공사례는? 
: "(잠시 생각) 두 경우가 있었다. 한 환자는 연로한데다 식사거부와 삼킴 장애가 있어 비위관을 삽입하여 전적으로 케어해 식사했다. 그런데 입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훈련하여 지금은 비위관을 빼고 스스로 혼자 식사한다. 낮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보다 휠체어를 타고 활동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또 한 환자는 배회와 공격성(심한 욕설, 괴성) 등 정신행동증상이 심하고 대소변도 조절 못하는 초로기치매 환자로 밥과 약을 먹지 않아 상태가 심각하였다. 온 병동이 떠들썩하였다. 지금도 타환자에 비해 상태가 심한 편에 속하지만, 약간의 도움으로 밥과 약을 먹고, 공격성도 많이 감소하여 상당히 안정되었다. 지난 한시적(9월13일~9월26일) 비대면 면회 때 간단한 의사소통도 되었고, 보호자도 알아봐서 보호자도 기뻐하였다. 그런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하고 보람을 느낀다." 
 
치매는 일상생활유지능력이 박탈되는 만성적 퇴행성 질환이다
 
 '인천제1시립'의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된 '휴머니튜드 기법' 인쇄물
 "인천제1시립"의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된 "휴머니튜드 기법" 인쇄물
ⓒ 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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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휴머니튜드 혁명>에 퇴원 얘기가 나온다. 나의 어머니는 어떤 상태일 때 퇴원할 수 있는지,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과 병원에 맡겼다는 죄책감 사이를 오가는 나는 어떻게 어머니를 대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 "먼저 치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치매는 인지능력감퇴로 인해 ADL(Activity of Daily Living, 일상생활유지능력), 즉 말하고, 먹고, 용변하는 능력이 박탈되는 병이다. 박탈된 그걸 온종일 누군가가 보충해줘야 환자가 편안하다. 그렇게 하는 곳이 요양병원이다. 또 치매는 만성적 퇴행성 질환이다. 증상이 다양하고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격하고 폭발적인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현실적으로 가정 관리가 힘들다. 경과의 업·다운이 심하지만 잘 안정시키면 차분해진다. 그러니까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 환자의 경우 병원 밖(집)에서 ADL을 보충해주기는 어렵다."
 
: "모든 환자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 가서는 병원에 가겠다고 한다. 솔직히 집에서는 더 외롭고, 중등도 이상의 환자는 케어가 힘들다. 치매 정신행동증상 완화에는 약물과 비약물적 치료가 필요하다. 원장님은 오후에도 병동을 회진하는 등 환자들에게 관심이 많고 가족처럼 살핀다. 우리 병원은 타병원에 비해 간호사들 이직률이 낮다. 경력이 많은 간호사들과 간병인들이 경험과 노하우로 노인환자를 케어한다. 환자가족이 집에서 케어하는 것보다, 전문적인 치료와 포괄적 케어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병원 직원들을 신뢰하고, 우리를 믿어주면 감사하겠다. 나중에 가족을 못 알아보는 중증환자가 되더라도 마지막까지 감정은 남아 있다. 말로 의사소통이 안 되더라도, 눈맞춤과 스킨십으로 마음을 담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정서적 지지를 하면 도움이 된다."
 
: "면회 때 어머니에게 집중하면 집에서보다 좋은 감정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머니에게 긍정적인 감정기억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통화나 면회 시 불안한 심리가 전이되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환자가족으로서 겪는 여러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비합리적 여부를 따져 마음근육을 키우는 긍정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상담 및 가족자조모임 참여도 효과적이다." 
 
보호대 사용보다 인권적 방안을 찾다
 
- 책 <휴머니튜드 혁명>은 환자의 "자율을 가능하게 하는 의존", "유대관계", "존엄"(사람이 사람으로서 다루어지는 것) 등을 강조한다. 요양병원에 대해 떠도는 이미지와 달리 혁명적이다.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다가도 의욕이 떨어질 때가 있나. 
: "노인치매환자는 많은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신체근력저하로 거동이 불안정하여 보행보조기를 사용한다. 또 인지저하로 알아듣지 못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위험한 곳으로 가거나, 침대 난간에서 무작정 내려오려 한다. 대부분 골다공증이 있어 낙상하면 골절이다. 그러나 환자가 어린아이처럼 행동해도, 어린아이처럼 다루면 안 된다. 치매 환자도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헤아리고 존중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는데, 휴머니튜드 교육 후에는 안전과 인권의 갈림길 상황에서 인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최소한의 보호대를 적용하려고 한다. 침대 난간을 넘으려는 환자에게 허리보호대를 사용하지 않고, 낙상예방용 아크릴판이나 롱쿠션을 적용한다. 보호자들도 신체 억제를 싫어하지만, 케어자인 우리도 싫다. 그러나 간혹 낙상사고로 골절이 될 경우, 보호자가 안전관리 소홀을 지적하며 원망하거나 항의할 때 힘이 빠진다. 또 자해를 우리가 때린 걸로 오해할 때도 그렇다." 
 
환자를 제3의 탄생으로 이끄는 선물
 
이브 지네스트는 휴머니튜드의 유대가 환자를 제3의 탄생으로 이끄는 선물이라 했다. 어머니로부터 얼추 들은 "여기 사람들이 나한테 잘해"는, 어머니가 그 선물을 받아 맘 편히 지낸다는 뜻일 거다. 인터뷰를 마치며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주로 침대에 누워 있거나 약물 복용으로 인해 낮에도 잠자기가 일쑤라는, 항간의 편견에서 난 놓여난다. 

인천시가 지난 3월 작성한 '2021. 휴머니튜드 추진 개요'에는 향후 2024년까지 공립 치매시설 종사자 및 치매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운영 계획과 예산이 담겨 있다. 인천시는 2019년부터 휴머니튜드 기법을 도입하고 적용 활성화를 꾀하는 전국 최초 지자체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프랑스 국제 연구소와 협약해 치매환자 돌봄 전문인력 양산에 힘쓰는 인천시에 치매환자가족으로서 큰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대면 인터뷰에 응한 강문철 원장과 이연순 센터장, 그리고 김은숙 간호과장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 치매환자 가족의 정신건강지원 등 공공보건의료서비스 발전에 기여해 보건복지부 주최 공공보건의료 계획 및 실적평가에서 최우수기관상(2020년 12월 16일)을 받은 '인천제1시립'의 계속적 발전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newcritic2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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