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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모는 왜 아이를 학대했나
 그 부모는 왜 아이를 학대했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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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내 지인들은 진심으로 궁금하단 표정으로 묻는다.

"그 양부모는 도대체 왜 아이를 입양한 거야? 입양하면 얼마나 지원을 받길래. 나는 그 양부모가 절대 아이를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입양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타인에 대한 선하고 숭고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라 믿어온 입양, 입양'씩'이나 한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학대할 수 있나 생각이 들 것이다. 입양과 학대는 연결이 너무 어려운 단어처럼 보인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최근 우리를 분노하게 두 건의 입양아동학대사건의 부모들은 왜 입양을 했을까. 세간의 믿음처럼 지원금이 탐나고 아파트 청약에 유리해지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 안에 있는 악한 본성을 비밀스럽게 발현시킬 목적으로 한 아이를 타깃 삼은 걸까.

왜 입양했을까

조심스럽지만 둘 다 아닐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동기가 처음부터 악했다기보다 자신도 몰랐던 상처와 두려움이 극도의 분노와 만나 악으로 발화됐을 거라 생각한다. 십 년 전 내가 그러했듯, 지금 만나는 많은 위기입양가정이 그러하듯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 입양절차를 마무리하는 데에는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입양상담부터 가정조사, 수십 가지 항목을 증명(학력, 재산, 직업, 범죄경력, 약물중독 여부, 의료 기록 등)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양육 계획에 대한 에세이, 부부의 풀 배터리 심리검사와 각각의 상담, 예비입양부모교육 등을 거쳐야 한 아이와 결연이 된다.

그러나 입양기관의 서류를 전해 받은 가정법원이 불충분하다고 느낄 시에는 가사조사관을 통해 다시 한번 조사가 이어질 수 있기에 입양을 준비하는 부모들은 꽤 오랜 시간 불확실함을 견뎌야 한다(요즘은 입양대상 아동보다 입양대기 부모의 수가 더 많아 아이와 결연되기까지도 보통 1~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과연 아이를 만날 수 있는지, 입양부모가 될 자격을 부여받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결연된 아동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아보는 과정(입양전제위탁)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입양부모'라는 법원의 인정을 받게 된다.

입양가정은 입양아동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 월 15만 원의 양육지원금이 지원되고(2021년 기준), 입양아동에겐 의료급여 1종의 혜택이 부여되며 지자체에 따라 100만 원 정도의 축하금을 1회 지원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 아이를 키우는데 평균 3억이 든다고 절망하는 이 시대에 이 정도 지원금을 받자고 그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고, 18년간(지원금 나오는 기간) 고생하며 한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더욱이 현재 입양 절차에서는 경제적 능력과 자산도 중요한 요소이기에 이들은 경제적 도움이 절박한 가정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입양을 했을까.

입양부모는 인격이 훌륭한 사람들?

​대부분의 입양부모는 입양아동을 '사랑할' 마음으로, 낯선 아이지만 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입양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진짜 '사랑'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인지, 낯선 아이를 평생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는 현실을 살아낼 때라야 확인이 된다.

예비입양가정 조사에서 요구하는 여러 스펙과 증명서, 자술서, 가정조사는 그들 외적인 삶과 자격을 스캔할 순 있어도, 어떤 상처가 아킬레스건처럼 남아 있는지, 어떤 상황과 감정이 입양 이후의 삶에서 스파크를 일으킬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입양은 숭고한 사랑으로 타인을 품는 일시적인 선행이 아닌 상처 입은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온전한 성장과 치유가 일어날 때까지 함께 견뎌주고 버텨주는 지난한 과정이다. 상처받은 이를 품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나의 상처가 건드려지는 고통을 수반하며 그 고통은 나의 취약성을 위협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나는 여기에 입양의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랑의 마음이 생기지 않은 낯선 아이를 위해 밤낮없이 수고하며 아이의 필요를 채우는 일은 많은 헌신을 요구한다. 아이가 그 수고에 보답하듯 방긋방긋 웃고, 내 품에 폭 안겨 점점 평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내 선택(입양)이 옳았음을 느끼고, 아이가 사랑스러우며, 이 모든 과정이 보람되다고 느껴질 것이다.

반면 아이가 계속 울어대고, 밥도 잘 먹지 않으며, 부모의 손길을 거부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입양부모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거절감과 실패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열심과 그간 제일 중요하게 가져온 가치가 거절됐다는 느낌은 어린 시절 거절의 기억과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처를 건드릴 수 있다.

한 번도 거절당하리라 상상해보지 못한 입양아동에게서 느끼는 거절감은 입양부모의 분노를 일으키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를 분노케 한 작은 아이 앞에서 취약해진 어른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행동은 무엇일까. 학대는 이렇게 모든 부모의 취약한 틈을 파고들 수 있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연약함에 있다. 인간은 모든 과정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전능한 신이 아니며, 다급하고 위험한 순간엔 결국 자신의 안녕을 우선으로 하는 존재이다.

입양부모는 인격이 선하고 훌륭해서 입양을 선택한 이들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여러 경험과 필요가 만난 결과로 입양을 선택한 이들이다. 입양의 여정에는 인간의 연약한 본성을 시험하는 요소가 마치 지뢰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많은 입양가정은 이 시험대를 통과하며 부모가 되기도 하고 남남이 되기도 한다.

선함과 숭고함에 대한 갈망, 돌봄과 사랑에 대한 욕구, 한 아이를 구원하고자 하는 바람이 자꾸만 자신 안에 인다면, 내가 입양을 해도 될 사람이라는 사인(sign)으로 읽기보다 그런 가치와 경험이 내 삶에 많이 필요하구나, 라는 사인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내게 무언가가 필요한 상태와 타인에게 그것을 해줄 수 있는 상태는 전혀 다른 것이므로 나의 필요를 돌아보고 나의 삶을 건강히 세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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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연결을 돕는 실천가, 입양가족의 성장을 지지하는 언니, 세 아이의 엄마,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 저자, 가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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