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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두지휘하며 고생한 배지영 작가님과 글쓰기 동기들
▲ 출판기념회 단체사진 진두지휘하며 고생한 배지영 작가님과 글쓰기 동기들
ⓒ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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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책을 냈고 출판기념회란 것을 했다. '작가님'으로 불리는 날이었다.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 같다. 뭘 하다가도 가만히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며칠은 더 그럴 것 같다.

꽃다발들과 꽃냄새 가득, 아낄 생각이 없는 카메라 셔터들, 진심이 담긴 박수 소리와 원 없이 축하해주기로 작정한 하객들 미소. 마스크를 썼어도 다 보였다. 오가는 말의 온도와 공기의 점성. 그것이 다 내 것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평소와 다르게 곱게 단장하고 나온 우리 글쓰기 동기들을 보니 '아, 정말 우리의 날이구나' 실감이 되었다.

우린 서로서로 일으켜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글을 써왔다. 손 맞잡고 파도를 건너며 글이 안 써질 땐 서로 기대며 그렇게 말이다. 과정을 공유해가며 서로서로 진행 상황을 체크해주었다. 울컥해하는 동기 작가들을 보며 나도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정말 우리가 할 말이 많은 날이었다. 책도 책이지만 작가들의 그런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는 내 친구 말이 공감이 되었다.
 
부끄러운 내 책이 나왔다.
▲ 출판기념회 부끄러운 내 책이 나왔다.
ⓒ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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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 인원을 제한한다는 공지를 보고 나는 '저는 단독 출연합니다' 했더랬다. 주변에 알리기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알고 와준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축하해주러 온 친구도 작가들의 울컥한 소감을 들으며 뭔가를 이루어내는 모습들에 자신도 생각이 많아졌다며 좋았다고 했다.

언제였던가. 이렇게 울컥해본지가? 축하받아본 지가? 30년 전 졸업식, 23년 전 결혼식, 그 이후로 내가 개업식을 하길 했나? 남들 앞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나? 내가 돌잔치를 했겠나? 사실 생각해보면 축하받고 싶은 날이 당연히 없지는 않았다.

독립했을 때, 퇴사했을 때 현수막 걸고 축하받고 싶었고, 퇴원했을 때도 축하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었다. 생일마다 남자 친구에게 꽃다발도 받고 싶었다. 폐경 진단마저도 나는 충분히 축하받을 일이라 여기지만 혼자 마음뿐이었다.

한 번뿐인 내 삶, 오늘 이후로는 축하받고 싶은 어떤 일에는 꼭 축하받고 살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축하받고 축하해주는 일에 나부터 인색해지지 말자고 새로운 다짐을 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들고 나올 때, 그리고 하얀 표지에 손때라도 탈까 봐 손바닥을 바지에 연실 쓱쓱 문질렀을 때는 몰랐다. 잘 팔리면 그게 이상한 거고 안 팔리는 게 당연한 책인데도 내 책이 제일로 이쁘더라는 것을.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서점에 내 책이 진열된 것을 보는 이 기분은 정말 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제대로 인정받아 정식 계약한 기획출판은 아니지만 그저 독립출판의 경험을 하고 싶었고 재밌을 것 같으니 해보자, 이것도 이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그렇게 시작한 책이었다. 한 권의 책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내가 결정하고 편집 디자인하는 과정은 역시 기대대로 재미있었다. 책장에 꽂혀있는 한 권 한 권의 책이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얼마나 많은 고민들과 수없이 많은 작업을 거쳐 탄생한 것인가.
 
잠 못 자며 글 쓰냐고 애쓴 저 자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 출판기념회 소감 한마디 잠 못 자며 글 쓰냐고 애쓴 저 자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 황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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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을 읽으면서도 책 표지에 대한 감상과 평가도 해보았던 덕분인지 나만의 취향과 스타일이 축척되어 온 것 같아 이번 표지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교정부터 목차 순서와 표지 디자인, 제목과 부제 정하기의 전체 과정을 짜임새 있는 일정으로 계획하여 착착 진행하였고 그 과정을 기록하였다. 기분 좋은 긴장이었다.

여하튼, 나 좋아서 한 것을, 저 것을 저렇게 내어놓아도 되는 것일까. 그래서 그다지 자랑할 일이 아니라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출판도 대단한 것이라는 말에 부정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기꺼이 돈을 지불하여 사주는 친구에게는 진짜 말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 친구들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잘 써서 꼭 제대로 기획출판을 하고 싶어 졌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바친다면, 그동안 응원해주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잠 못 자며 글 쓰냐고 애쓴 저 자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소감 발표를 워낙 짧게 준비하니라 못한 말이 많다. 글쓰기부터 출판기념회까지 진두지휘하며 고생한 배지영 작가님에게 감사하고, 부족한 내 책을 진열해준 군산 한길문고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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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독거노인 비혼주의 여성. 한창 일할 사십 대 자발적 조기 은퇴, 지금은 돈 안 되는 텃밭 농사꾼이자 최소한으로만 노동하는 백수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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