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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대체왜하니?'는 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명절은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큰 용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큰 아빠, 큰 엄마에게 각각 따로 용돈을 받아 챙겼다. 예전 같으면 "어머, 우리 딸 지갑이 없네? 엄마 지갑에 대신 보관해 줄게"라고 했겠지만 아이는 자신의 지갑을 야무지게 지켰다.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지갑 안에 넣었다.

왠지 모르게 얄밉다. 내가 어렸을 땐 용돈을 맡아준다는 엄마에게 속수무책으로 돈을 빼앗겼는데... 집에 가서 내가 받은 용돈을 달라고 하면, 네가 먹는 거, 입는 게 다 엄마 아빠 돈인데 그럼 그 돈을 먼저 내놓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뭔가 찜찜하고 억울했다.

지난 추석엔 부산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왔다. 아버님께서 차로 데려다 주셨는데, 아버님은 차 안에서 딸에게 또 5만 원을 건네신다. "서울 도착하면 이 돈으로 네가 엄마, 아빠 점심 사 드려라. 알았지?" 하며.

딸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돈을 받았다. 난 속으로 '아이는 이미 많은 용돈을 받았으니 저 돈은 내가 접수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시부모님과는 공항에서 헤어지고 짐을 부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딸이 나에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햄버거 사줄 거야."

할아버지가 돈을 주실 때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금세 돈의 권력을 행사하는 딸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고작 햄버거야? 나 회 먹을 거야. 그리고 사실 그거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주신 돈이야. 괜히 엄마에게 주기 쑥스러워서 너 주신 거라고."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왜 엄마에게 주신 돈이야? 나한테 주셨는데?"
"원래 그게 그런 거라고."
"아닌데? 내 돈인데?"


사실 아이의 논리는 틀린 것이 없다. 그저 어릴 적 나와 같지 않은 딸의 모습에 짜증이 올라왔을 뿐이다. 그래, 나도 내 용돈을 가져가는 부모님이 싫었지. 아이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미안하다, 그 돈은 네 돈이 맞다. 그렇지만 엄마는 햄버거를 먹기 싫다.

아이들 용돈,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아이가 받은 명절 용돈은 따로 저축한다는 엄마들이 많았다. 몇 명은 주식을 사준다고도 했다.
 아이가 받은 명절 용돈은 따로 저축한다는 엄마들이 많았다. 몇 명은 주식을 사준다고도 했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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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겪고나니, 명절 때마다 아이가 받는 용돈을 어떻게 사용한다는 규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집 앞 은행에 함께 가서 명절에 받은 용돈을 저금하곤 했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중단 되었다. 거래하던 은행이 집 근처에 없어 다른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2년이 다 되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아이가 받은 명절 용돈은 따로 저축한다는 엄마들이 많았다. 몇 명은 주식을 사준다고도 했다. 아이와 주식을 한다는 건 뉴스로만 접했는데 내 주변에도 이렇게 많을 줄이야.

팔랑귀가 어찌 가만 있을까. 내 아이만 경제에 무지하게 크는 것은 아닌지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에게 주식에 대해 알려 주고, 함께 어떤 주식에 투자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경제 교육이 될 것 같았다.

아이에게 명절 용돈을 저축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게 어떤지 물어봤다. 주식이 뭔지 설명하려는데 놀랍게도 아이는 이미 주식의 개념을 알고 있었다.

"나 주식 해 봤어. 무 주식. 닌텐도 모동숲(모여라 동물의 숲 게임의 줄임말)에서 해 봤지."
"무 주식? 그게 뭔데?"
"그게 말이야………."


아이의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모동숲은 무인도에 이주해서 자연물을 수확하거나 물품을 제작해 돈을 벌어 동물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건설하는 게임이다. 아이는 보통 해산물을 잡아 돈을 버는데 무 주식을 하면 한 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무 주식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이미지들.
 무 주식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이미지들.
ⓒ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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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무를 파는 무파니(무를 파는 캐릭터)가 마을에 온다. 무파니에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 무를 구매한 후 월요일부터 상점에 무를 팔 수 있다. 무 시세는 오전과 오후, 하루에 한 번 바뀐다. 일주일간 무를 팔지 않으면 무가 썩기 때문에 그 안에 팔아야 한다.

아이는 나에게 유튜브 몇 개를 추천해 주었다. '모동숲에서 무주식으로 돈 벌기.' 내용을 보니, 미래로 타임슬립을 여러 번 해서 무 시세를 알아보고 그 정보를 무 가격을 예측 사이트에 입력해서 언제쯤 무 가격이 원하는 만큼 오르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는 무 가격이 비싸게 오른 다른 섬에 가서 팔 수도 있다.

이런 유튜브 몇 개를 보고 나니 웃음이 났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공짜가 아니다. 정보를 알아보고 예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 교육의 기본은 저축, 돈이 있어야 투자도 가능 

작년에 한참 주식 열풍이 불었을 때, 나와 함께 일하는 후배들도 주식을 했다. 매일 신문을 탐독하고 회의 중간 쉬는 시간에도 주식 동향을 계속 확인했다. 팔고 나서 더 오르면, 아깝다며 한숨을 쉬고 가지고 있는 주식이 계속 떨어지면 '진작 팔걸' 하고 또 한숨을 쉰다.

나도 결혼 전, 아주 잠깐 주식을 했다. 주식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싫어 수익과 상관없이 돈을 뺐던 기억이 났다. 물론 손해를 봤다. 오랜만에 주식하는 친구들을 보니 '세상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나는 역시 절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추천해 준 '무주식으로 돈 벌기' 유튜브를 본 후, 아이에게 물었다.

"너도 저렇게 타임슬립해서 시세가 어떤지 보고 무주식 계산기에 입력해서 제일 오를 때 팔고 그랬어?"
"아니, 귀찮아서 안 그랬지. 그래서 난 가끔 손해도 봤어."


역시 내 딸이다. 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물었다.

"그래서 명절 용돈으로는 저축을 할까, 주식을 할까?"
"주식은 싫어. 내 돈이 더 많아질 수도 있지만 적어질 수도 있잖아. 그냥 저축할래. 엄마 시간될 때 같이 은행 가자."


아이는 쿨하게 남은 명절 용돈을 나에게 맡겼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자니 사람마다 맞는 재테크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상이긴 하지만 아이가 '무 주식'으로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운 것 같아 다행이다. 엄마는 서른도 넘어서 알게 된 것을.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번 사람이 부럽긴 하지만 사실 그 방법은 나와 우리 아이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괜히 다른 집 부러워 말고 아이와 저축부터 시작해야겠다. 자신에게 들어온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알뜰하게 아껴서 사는 것부터 말이다. 사실 이 습관이 없다면 모은 돈이 없으니 주식도 할 수 없잖나. 할 수 있다 해도 내 돈이 아닐 가능성이 많고. 또 주식으로 번 돈, 주식으로 금세 날아갈 수 있잖나. 뭐든 기본이 제일 중하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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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에서 중3까지 10대 사춘기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시민기자들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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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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